10문 7 고무신

by 강쌍용

10문 7 고무신

공보다 더 멀리 날아갔다. 쏜살같이 하늘로 날아가는 까만 고무신을 보며 아이들이 웃었다. 헤벌리게 벌어진 입천장으로 묏등에 걸린 햇살이 다발로 쏟아졌다. 깨 망 딛듯 신발을 주우러 가는 녀석이 뒤뚱거렸다. 아이들이 쳐다보고 또 웃었다. 운동장 울타리로 둘러 처진 측백나무에 고무신이 걸렸다. 키가 닿지 않았다. 그것을 내리느라 몇 번을 폴짝폴짝 뛰었다. 누군가 학교 변소 뒤에 서 있던 긴 대빗자루로 나무를 털었다. 떨어져 까집어진 고무신 바닥에 ∾ 자가 선명했다. 너무 깊게 새겨서 어른들 팔뚝에 솟은 혈관보다 더 도드라졌다. 다시 신발을 묶는 사이 다른 녀석들도 함께 고쳐 맸다. 공을 찬다고 뛰어다니면 고무신이 발에 제대로 붙어 있을 리 없었다. 하도 날아다녀서 끈으로 신발을 동여맸다. 고무신 바닥과 발등을 노끈으로 감아 하나로 묶었다. 몇 바퀴 칭칭 감으면 그런대로 발에 붙어서 한결 나았다. 잘 벗겨지지 않을뿐더러 공을 힘껏 차도 쉽게 날아가지 않았다. 그것도 신발 크기가 어느 정도 맞아야 가능했다. 나중에 발이 크더라도 오래 신어려면 늘 문수가 큰 신발을 신었다. 헐렁이는 고무신은 이러나저러나 야무지게 매도 소용없었다. 딱 맞는 10문 7이어야 했다.

고무 타는 냄새가 진동했다. 벼르고 벼른 장날에 까만 고무신을 사 온 엄마는 아버지를 닦달했다. 신발을 잃어버린 녀석에게 용맹 없다고 퍼붓던 핀잔이 이번에는 아버지로 향했다. 한눈에 딱 알아볼 수 있도록 큼지막하게 표시하라고 언성을 높였다. 연탄 아궁이에서 고구마 솥을 번쩍 들어 부뚜막으로 옮겼다. 불문을 열어놓은 구멍마다 손가락 마디만 한 불꽃이 푸르게 피었다. 그 속으로 연탄집게를 찔러 넣었다. 있는 둥 마는 둥 옅은 송곳표시 대신 이번에는 확실히 그릴 참이었다. 벌겋게 달아오른 집게를 아버지는 한참 더 지켜보았다. 달구진 열기가 손잡이까지 이르자 마침내 연탄집게를 뽑았다. 그리고 그었다. 자국도 선명한 ∾, 긋는 줄을 따라 푸지직 고무가 탔다. 아버지의 표정에 흡족한 미소가 돌았다. “이젠 잃어버리지 마라. 아무리 많은 신발과 섞여도 대번에 찾을 수 있다.” 자신에 찼다. 잠시 후 깨질 묵사발은 전혀 예상 하지 못했다. “아니, 애가 용맹이 없으면 아비라도 용맹이 있어야지?” 엄마 불호령이 집 뒤에서 들렸다. 너무 깊게 파버렸다. 연탄집게로 그린 ∾ 가 타면서 빵구가 나버렸다. 더구나 발에 딱 맞는 10문 7을, 끈을 동여매지 않아도 되는 까만 고무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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