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지 주낙

by 강쌍용

낙지 주낙

곰 섬 뒤로 해가 가라앉으려면 아직 멀었다. 그런데도 아버지는 주낙 실은 목선을 서둘러 바다에 띄웠다. 늦으면 주낙 놓을 자리가 마땅찮았다. 이미 자리를 잡은 다른 배들 사이로 부지런히 노를 저었지만, 행동은 굼떴다. 밭에서 콩단을 지고 나른 낮의 피로가 채 가시지 않은 듯했다. 조류를 따라 혼자 주낙을 놓고 끌어서 양망하는 작업은 고된 일이었다. 두 사람이 손을 맞추면 한결 수월했지만 대부분 그러지 못했다. 특히 주낙의 첫 투망이 무척 힘들었다. 어수와 데라를 적절하게 구사하는 노질로 배의 방향과 속도를 흩트리지 않아야 했다. 이를 유지하지 못하면 어김없이 어장이 헝클어져 작업을 망치기 일쑤였다. 배가 파도에 요동치면 노로 며가기가 더 힘들었다. 거친 물살에 밀려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주낙을 놓은 끄트머리에는 등판을 달아 물에 띄웠다. 야간부표였다. 다른 배의 주낙과 서로 엉키지 않게 하려는 표식이었다. 오동나무로 만든 등판은 가볍고 실해서 물에 잘 떴다. 호리병같이 생긴 유리 등을 등판에 얹고 실하게 묶어주면 웬만한 바람에도 잘 견뎠다. 등불은 밤새도록 꺼지지 않고 밤바다를 밝혔다. 등불은 아버지의 기대를 비추는 작은 등대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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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 섬은 제철 맞은 낙지를 잡느라 분주했다. 게를 미끼로 묶은 주낙을 먼저 드리우고 배로 끌어서 바닥을 훑었다. 먹이 사냥을 나온 낙지가 게를 덥석 물면 낚시에 걸리는 전통어로 방식이었다. 이런 작업은 대부분 야간에 이루어졌다. 낙지가 야행성이기 때문이다. 번갈아 가며 어장의 이쪽저쪽을 끌다 일정한 시간이 되면 주낙을 추었다. 달이 없는 밤에 딸려오는 낙지는 시거리를 일으켰다. 시퍼런 형광 덩어리가 물속에서 올라올 때 느끼는 희열은 고단함마저 잊게 했다. 낙지가 줄줄이 달려오는 이런 날은 주로 밤을 새웠다. 물 칸이 차서 배가 무거워도 노 젓는 일이 힘들지 않았다. 해거름에 나갔던 배는 부옇게 날이 새는 새벽이 되어서 들어왔다. 마중 나온 엄마 기대가 한껏 부풀었다. 낙지는 상인과 함께 일일이 세어서 자루에 담았다. 크기에 따라 분류하는 손놀림은 나무랄 데 없이 빠르고 정확했다. 저들끼리 엉겨 붙은 자루가 꿀렁일 때마다 아버지 어깨는 힘이 잔뜩 했다. 매일 일어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상고선이 마침내 위판장으로 떠났다. 큰 배가 일으킨 파도가 갱문으로 밀려들었다. 잔해물을 찾으려는 갈매기들이 낮게 날았다. 아버지의 휑한 눈에 햇살이 부셨다.



* 어수 - 노를 몸 밖으로 밀어서 배의 방향을 왼편으로 향하게 하는 것

데라 - 노를 몸쪽으로 당겨서 배의 방향을 오른편으로 향하게 하는 것

갱문 - 해변을 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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