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볕깔
여름 볕을 받은 자갈밭은 뜨거웠다. 맨발로 걸으면 발바닥이 따끔거릴 정도였다. 물이 밀려 나간 더 넓은 해변에 아버지의 그물이 널렸다. 정치망 어장을 섬에서는 주복이라 불렀다. 고기 떼가 지나가는 자리에 그물을 쳐놓고 갇힌 고기를 잡는 어구였다. 고기를 함정에 빠뜨려 잡는다고 해서 일명 함정 그물이라 했다. 볕깔을 하는 것이다. 어장은 주기적으로 바다에서 끄집어내 그물에 붙은 수초를 제거해 주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떼를 지어 다니는 고기가 장애물을 알아채고 방향을 틀거나 접근하지 않았다. 무거운 그물을 바다에서 건지고 볕깔을 시켜서 다시 설치하는 작업은 고됐다. 우선 수초를 여름 볕에 바싹 말렸다. 손으로 비벼도 잘게 부서질 정도로 말리는 데는 한나절이면 족했다. 그만큼 볕이 강했다. 그물을 달래듯이 나무 방망이로 살살 내려치면 떨어져 나간 부스러기가 바람을 타고 흩어졌다. 먹인 줄 알고 날아든 갈매기가 끼룩끼룩 그물 위를 선회했다. 별 소득 없는 녀석이 안골 쪽으로 돌아가려 하면 아버지는 가끔 막걸리 안주로 남겨둔 멸치를 고스레 하기도 했다. 이것을 눈치챈 영리한 몇 마리가 멀찍이 앉아 눈치를 살폈다. 그렇지만 볕깔이 바쁠 때는 그러지 못했다.
그물에 걸려드는 고기는 주로 떼를 지어 다니는 전어나 병어였다. 식감이 좋고 단백질이 풍부해 횟감으로 인기가 좋았다. 얕은 수심을 떠가는 고기떼를 잡기 위해 먼저 잔등으로 길목을 막아야 했다. 고기를 끌어들이는 망인 셈이다. 그리고 고기를 모으는 중앙과 좌, 우 망에 딸린 세 개의 불통이 있었다. 떼를 지어가던 고기들이 잔등을 타고 가다 이 불통에 들어가면 꼼짝없이 갇히는 것이다. 불통은 대나무를 깎아 만든 원통형의 테가 그물이 접히지 않도록 모양을 잡았다. 고기가 모인 불통을 물속에서 끌어 올 리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고기는 없고 해파리나 바다 쓰레기로 채워져 허탕을 칠 때면 더욱더 힘이 빠졌다. 이곳에도 어김없이 갈매기는 날아왔다. 어장에서 빠져나간 잔고기를 가로채려는 것이다. 부표 위에 앉아서 기다리는 갈매기는 언제나 아버지의 동행이었다. 그 뜨겁던 여름날의 해안가에서 그물을 볕깔 하시던 아버지의 거친 숨소리가 지금도 들리는듯하다. 땀범벅인 얼굴에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 가난의 그림자는 질기고 길었다. 촘촘한 그물에 걸려 파닥거리는 물고기의 몸부림 같은 것이었다. 볕깔로 널브러진 그물의 잔영이 스치듯 눈에 선하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