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지렁이

백 원의 용돈

by 강쌍용


갯지렁이




물이 빠지면 더 넓은 모랫바닥을 뒤지느라 분주했다. 호밋자루를 처박는 돌멩이 소리도 같이 울렸다. 어른들이 밭으로 바다로 나가면서 다 들고 가버린 탓에 성한 호미가 있을 리 없었다. 닳아서 모양만 겨우 남은 호미였다. 삭은 자루가 자주 빠졌다. 그러나 모래를 뒤지는 표정은 밝았다. 1주일에 한두 번 올까 말까? 도시에 사는 술이 사촌 형님이 간첩선보다 빠른 배를 타고 지렁이를 사러 오는 날이었다. 아이들이 제 손으로 용돈을 벌 수 있는 유일한 날이기도 했다. 당시 한 되에 천 원 남짓이었으니 꽤 큰돈이었다. 그러나 물이 들어올 때까지 열심히 잡아도 한 홉 채우기가 힘들었다. 지렁이가 많이 나오는 자리는 경쟁이 치열했다. 미리 찜해둔 녀석이 호미로 원을 그리면 제 자리가 되었다. 그곳을 침범하면 서로 옥신각신하며 핏대를 세웠다. 호미로 모래 속을 뒤지면 눈치 빠른 지렁이는 도망가기 바빴다. 그것을 놓치지 않으려는 손놀림도 맹렬했다. 자갈이 섞인 모래는 곧추세운 가랑이 사이로 분사처럼 뿜어졌다. 스크루가 물을 휘감는 기세였다. 뒤에 앉아서 모래를 뒤지던 녀석이 일격을 맞고 뒹굴었다. 대갈통을 감싸 쥔 녀석의 손등에는 새까만 땟국물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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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이 한 홉 값은 얼추 백 원 정도였다. 대부분 아이는 이 양을 채우기가 힘들었다. 섬이라도 맨날 갯지렁이가 흔한 것이 아니었다. 밀려온 바닷물에 파헤친 모래 무더기가 잠겨가면 아이들은 축강으로 모여들었다.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들고 온 바가지를 엎으면 서로 엉킨 지렁이가 징그럽게 꿈틀거렸다. 술이 사촌 형님은 그것을 일일이 손으로 헤집었다. 아이들은 도시 사람이라서 저렇게 손이 하얗다고 생각했다. 같은 양이라도 크기에 따라 가격이 달랐다. 도시의 낚시꾼들은 굵은 지렁이를 선호한다고 했다. 적게 잡았는데도 후하게 값을 받은 녀석은 의기양양했다. 바느실 같은 실지렁이로 채운 녀석은 노심초사했다. 양을 부풀리려 모래를 잔뜩 채운 녀석은 어김없이 꿀밤을 맞았다. “야, 인마, 이게 뭐냐? 전부 모래 아이가?” 녀석도 지지 않았다. “아입니다. 다시 보이소!” 뻔한 실랑이가 한동안 이어졌다. 끝내 탄로 난 녀석은 머리를 긁적였다. “인마, 우길 걸 우겨야지, 내 눈은 절대 못 속인다. 알았지!” 그러면서 몇십 원 슬쩍 얹어 주었다. 겸연쩍은 듯 고개를 숙이는 녀석에게 한 대 더 쥐어박는 일도 잊지 않았다. 아이들은 키득거리고 웃었다. 누런 입가에는 물거품 같은 백태가 허옇게 끼여 있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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