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세를 끊은 나, 운세를 보는 그들

그들이 운세를 보는 진짜 이유

by 드림그릿 박종숙

▶낭독 모임의 시작


작년 한 해 동안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던 책 모임이 있다. 도서관 수업에서 만난 인연으로 시작한 모임인데, 올해부터는 조금 특별한 방식으로 만나기로 했다. 미리 책을 읽고 와서 토론하는 대신, 전혀 읽지 않고 와서 그 자리에서 돌아가며 소리 내어 읽는 '낭독 모임'으로 말이다. 2026년 첫 만남이자, 우리의 첫 낭독 모임이었다.


첫 번째로 고른 책은 김금희 작가의 『첫여름, 완주』였다. 요즘 핫한 배우 박정민이 추천한 책이고, 모임원 중 박정민 배우의 열렬한 팬이 있어서 선택한 책이었다. 처음 시도하는 낭독 모임이라 서로 잘못 이해해서 혼선이 있었다. 의도는 읽지 않고 와서 함께 낭독하는 형태였는데, 미리 읽어온 회원들도 있었다. 나도 완독은 물론 작품 배경까지 공부하고 참여했다.


가볍게 읽기 좋은 책이었다. 대사가 많고 사투리가 많아서 처음엔 어색했지만, 이 책이 시각장애인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더욱 의미 있게 느껴졌다. 점자책은 들어봤지만 이런 형태의 책은 처음이었다. 내용과 구성도 좋았고, 무엇보다 삶에 쉼을 주는 느낌이 있었다. 나는 별 4점을 매겼다.


우리는 각자 배역을 정하고 눈치껏 분량을 나눠 읽어갔다. 내가 정신과 의사의 대사를 읽었을 때, 함께 읽던 분들이 "진짜 의사 선생님한테 진료받는 느낌"이라며 칭찬해 주셨다. (우리끼리 얘기니까 이해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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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책을 고르며


긴 호흡으로 읽을 책이라 한 번에 많은 분량을 읽지는 못했다. 우리 모임은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는데 이 책을 이런 속도로 조금씩 읽어가기엔 아쉬운 면이 있었다.


이 책으로 몇 달씩 진행하는 건 불편할 것 같다고 의견을 냈더니, "그럼 벽돌 책을 한 번 골라보자"는 다수 의견이 나왔다. 여러 논의 끝에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가 정해졌다.

김대식 교수님이 추천한 디스토피아 소설로 영화로는 봤지만 아직 원작은 읽지 못했다. 게다가 대부분의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어 빌리기도 쉽다는 장점이 있었다.


다음에 읽을 책도 정해지고, 이제 수다를 떨 시간이다. 이 시간에 각종 정보들이 오간다.


▶운세 이야기가 나오다

그런데 자꾸만 분위기가 운세 이야기로 흘러갔다. 새해라서 그런 것 같다.


요즘 불안하니까 사람들이 운세를 많이 본다고 한다. 대표적인 운세 앱 '포스텔러'는 누적 가입자가 900만 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전체 이용자의 대부분은 20~30대라고 하니, AI가 등장하는 시대인데 우리의 생각은 오히려 뒤로 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도 20대 때 불안해서 운세에 빠진 적이 있다.


▶나의 20대, 운세의 기억


우리 집은 원래 불교였다. 내가 크리스천이 된 것은 대학생 때였고, 엄마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본격적인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교회에서 훈련과 섬김을 하면서도 간혹 내 안에 운세를 알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잡지에 나온 용하다는 점쟁이들을 표시해 뒀다가, 오랜 고민 끝에 한 번 찾아가 본 적이 있다.


잡지에 크게 이름난 할아버지였는데, 약간 분위기가 이상했다. 내 운세를 봐주시더니 갑자기 내 허벅지 안쪽 깊은 곳에 점이 있을 거라며 지금 확인해 보라는 것이었다. 잘못하면 그 말에 넘어갈 뻔했다. 다행히 마음을 추스르고 "나중에 확인해 볼게요"라고 말하고 그곳을 나왔다. 너무 오래전 기억이지만, 지금도 그 할아버지와 그 집에 대한 안 좋은 기억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다행히 그 일 이후 나는 점이나 운세에 대한 관심을 정말 단번에 끊었다. 아니, 관심이 없어졌다. 크리스천으로서 나의 정체성을 정확히 세우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직장 생활을 할 때 승진 시즌이 되면 사람들은 어디가 용하다며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용하다는 말에 함께 몰려다니기도 한다. 어떤 말은 맞는 것 같고, 아닐지라도 재해석해서 새겨듣는다.(반응이 놀랍다) 그리고 한 가지라도 맞으면 그는 '용한 점쟁이'가 되는 것이다.


최근엔 타로점도 많이 보는 것 같다. TV에서 연예인들이 타로점 보는 걸 보여주는데, 왠지 용하다는 느낌이 들곤 한다. 그래서인지 '네이버 엑스퍼트'와 같이 전문가를 연결시켜 주는 플랫폼에 사주, 타로 관련 상품이 2만 1천 개 이상 등록되어 있다고 한다. 그곳 역시 20~30대 이용자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MZ 세대와 운세의 새로운 관계

Z세대의 운세 소비는 '셀프 운세'의 단계로까지 확장된다. 유튜버 도화도르는 "혼자서도 쉽고 재미있게 보는 내 사주"를 표방하며 초보자를 위한 사주 학습 튜토리얼을 제공해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생성형 AI 또한 셀프 운세 도구로 부상했다.


그중에는 '액막이 명태'도 있는데, 집안의 액운을 막는다는 전통 소품이 감각적인 인테리어 아이템으로 재탄생했다고 한다. Z세대의 운세에 대한 관심이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자, 브랜드들은 운세 콘텐츠를 통해 긍정적인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Z세대가 운세에 열광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불확실성에서 기인하는 불안감으로 분석된다.

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예측 불가능한 사회를 살아가며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세대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20대가 겪는 막막함과 혼란을 빗대 '이십춘기'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다. 운세는 누구에게도 털어놓기 힘든 현실적인 고민, 특히 취업이나 연애와 같은 가장 큰 불안 요소에 대해 조언과 공감을 제공한다.


Z세대에게 운세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버텨내기 위한 현대적인 정신적 셀프케어 수단인 것이다.


▶맹신이 아닌 활용

Z세대가 운세를 대하는 태도를 이해하는 핵심은 그것이 맹신이 아닌 활용에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운명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운세를 불확실한 현실을 헤쳐나가기 위한 주체적인 자기 관리 도구이자 심리적 보조 수단으로 사용한다. MBTI를 통해 자신의 성향을 파악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설정했듯이, 운세를 통해 자신의 현재 상황과 감정을 객관화하고 미래의 방향성을 탐색하는 것이다.


Z세대에게 운세는 진지한 자기 성찰의 도구일 뿐 아니라, 타인과 함께 즐기는 가벼운 소셜 엔터테인먼트로도 기능한다. 이들은 자신의 운세 결과를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며 대화의 소재로 삼고, 이를 통해 소소한 재미와 유대감을 나눈다.


일부 운세 앱은 전체 운세 결과 중 긍정적이거나 재치 있는 부분만 선택적으로 편집하여 공유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이는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가볍게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 하는 Z세대의 성향과 부합한다.


MZ 세대에게 운세는 셀프 멘탈 케어 수단이자 MBTI처럼 자신을 탐색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도구다.


▶그들을 이해하려는 노력

독서 모임 하러 왔다가 서로 용하다는 점쟁이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이해가 되면서도, 혹시 모임의 방향이 이상해질까 봐 슬쩍 자리를 빠지긴 했다. 솔직히 보기 좋지 않았다. 그런 방향으로 책 모임이 빠질까 봐 싫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MZ 세대의 운세에 대한 관심을 다룬 트렌드 강의를 들으면서,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읽을 수 있었다. 약간 짠했다.

불안한 시대를 살고 있고, 그들은 이제 30~40대이다. 이해가 되면서도 다만, 그들의 불안이 좀 더 자신을 알아가는 방향으로 확장되길 바라본다. 그래서 좋은 어른으로 사는 일이 정말 쉽지 않다. 우리가 살아온 세월이 지금의 그들과는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희망적인 것은 그들은 우리보다 좀 더 똑똑하다. 더 열린 마음으로 자신에게 무엇이 부족한지를 파악하고 필요한 부분을 선택한다. 물론 모든 젊은이가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신기한 것은 운세를 통해 자신의 앞날을 미리 알고 싶은 마음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지만, 조금 달라졌다면 MZ 세대들은 그것에 매몰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다.

그리고 그럴 수밖에 없는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MZ 세대들에게 좋은 시대를 주지 못하고, 좋은 어른으로 살아가지 못해서 미안할 뿐이다.


그러나 믿는 것은, 그럼에도 그들은 그들만의 역사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는 점이다.

"더 똑똑하고, 더 분명하게."



낭독 모임에서 시작된 작은 에피소드가 세대에 대한 이해로 이어졌다.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모습도, 그들의 맥락을 알고 나면 조금 다르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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