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글쓰기(6)
"창조적인 일을 하든 평범한 일을 하든, 항상 밝고 가벼운 기분으로 임해야 순조롭게 잘 풀린다.
그래야 사소한 제한 따위에 연연하지 않는 자유로움이 생기기 때문이다.
평생 이런 마음을 지켜나가면 그것만으로도 많은 일을 이루는 사람이 될 것이다." _ 니체
3년쯤 됐을까? 기계치였던 나는 코로나 이후 디지털 공부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독서와 글쓰기를 배우고 싶어 MKYU에 들어갔는데, 과제 제출을 하려면 먼저 SNS 사용부터 배워야 했다. 그 당시 직장동료들도 인스타그램을 할 줄 몰랐다. 처음 인스타그램을 온라인 강의로 배웠는 데 따라 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영상편집을 잘하는 초등 6학년이었던 딸에게 도와달라고 했지만 오히려 핀잔만 들었다. 배우고자 하는 엄마가 기특해서라도 친절하게 가르쳐주면 좋으련만 사춘기에 들어선 딸은 짜증만 부릴 뿐 엄마를 도와주지 않았다. 나중에는 딸의 무심한 태도에 마음이 상하여 "다시는 너한테 안 물어볼 거야"라고 버럭 소리를 지르고 딸 방을 나와버렸다.
딸에게 인정받는 엄마가 되고 싶었다. 과한 욕심이었을까.. 더 이상 우울에 빠져있을 수만은 없었다. 공부하다 보면 또 다른 방법이 있으리라 믿었다. 난 직장인이고 엑셀, 파워포인트 등 전산교육을 다년간 받았고 자격증까지 소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내게 디지털 세계는 늘 두렵기만 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교육은 최상의 노후 대비책이다"라고 했다. 처음부터 다시 나를 디지털 모드로 리셋해야만 했다.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활용하는 법, 카드 뉴스 작성 등 새롭게 배웠다. 잘 안 되는 부분은 함께 공부하는 채팅방에 질문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조금씩 알아가면서 자신감이 생기니 내가 배운 것으로 다른 이를 돕고 싶었다. 직장인인 나조차도 어려운데 노인분들은 얼마나 힘드실까..
먼저 교회에서 뵙는 어르신에게 줌(ZOOM) 활용을 알려드렸더니 덕분에 비대면 모임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자랑하셨다. 카톡에 다양한 기능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분도 많았다. 어떤 분에게 카톡으로 선물 보내기를 알려드렸더니, 손녀에게 카톡 선물을 보냈다며 뿌듯해하셨다. 이렇게 누군가를 도와주면서 나 자신도 성장했다. 그렇지만 스마트폰 기종도 다르고 예기치 않은 스마트폰 먹통이 생기면 막막했다. 그래서 디지털 튜터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다. 자격증을 취득하면 좀 더 당당하게 알려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공부를 했고 디지털 튜터 자격증 1급까지 취득했다. 나는 스마트폰 사용에 점점 자신감이 생겼다.
어느새 중2가 된 딸은 엄마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조금씩 엄마를 인정해주고 있다. 그런 딸의 변화에 나는 짓궂게 묻는다.
"그때 우리 딸이 엄마 부탁에도 모른척해서 많이 속상했어.. 왜 그랬어..."
"그냥...... 나도 잘 모르는데 엄마가 자꾸 물으니까 짜증 나서.... 미안.."
코로나라는 복병이 없었다면 난 디지털 공부에 열심을 냈을까.. 물론 배달 앱이나 키오스크, 인터넷뱅킹 사용 등 나 같은 기계치에게 공부가 필요한 영역이다. 공부하듯 반복하지 않으면 겁나서 사용조차 못 하는 나 같은 부류 말이다. 여전히 많은 노인들이 스마트폰 쓰는 것을 어려워하지만, 젊은이 못지않게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스마트 노인'들도 적지 않다. 수시로 스마트폰을 열어 온라인 쇼핑을 하고, 동영상 편집 및 식당에서 삼성 페이로 간편 결제도 한다. '스마트 노인'들을 살펴보면 스마트폰을 겁내지 않고 논다. 이런 분들의 특징은 친절한 자녀가 옆에 있었다. '배워보라'라고 적극 권유하고 귀찮아하지 않고 몇 번이고 잘 알려주는 자녀들이다. 그러나 이런 자녀가 없다면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을 잘 활용하면 된다. 다만 디지털 능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노인들을 위해 디지털 흐름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관심을 가지고 시스템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디지털 모드로 전환하다 보니 나의 일상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독서는 주로 종이책을 선호하지만, 전자책과 오디오북 사용도 늘었다.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지속적으로 글을 올린다. 노션을 활용하여 나의 독서 목록과 일정을 기록하고 있다. 책을 읽다가 메모하고 싶으면 옆에 적기도 하지만 트랜스노우와 구글킵을 활용하면 편하다. 간혹 Vflat으로 책을 스캔하면 바로 텍스트로 사용할 수 있다.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라고 말한 니체의 말을 내 것으로 삼는다. 느리지만 디지털 시대에 잘 생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