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2시, 세종시의 작은 북카페 '카페하린'에 사람들이 모였다.
2025년에 시작되어 매달 한 번씩, 거르지 않고 이어져 온 특별한 약속 때문이다. '생글로리의 아트 살롱'이 여는 미술 인문학 강좌. 이번이 벌써 열 번째다.
46년간 미술 한 길을 걸어온 오정엽 선생이 이날도 어김없이 강단에 섰다. 『오정엽의 미술이야기』의 저자이자, 제자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기꺼이 무료 강연을 자처한 분.
"감정은 몸의 진기(眞氣)이자 생명 그 자체입니다."
오 선생의 첫마디부터 묵직했다. 이날 강연 주제는 '감정 사용법에 따른 부의 향방'. 제목만 들어도 궁금증이 인다.
"많은 사람이 분노나 낙담에 에너지를 낭비하며 기력을 소진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지혜는 감정을 오직 행복을 느끼는 데만 사용하는 것이죠. 가진 것 안에서 승부를 보고 기력을 보존할 때, 부의 진동이 저절로 열립니다."
손자병법의 '이일대노(以逸待勞)', 편안함으로 피로함을 기다린다는 그 정신이다.
체력을 잘 조절해야 길이 열린다.
올해 나는 독서와 글쓰기에 집중하기로 했다. 하지만 알고 있다. 일이 바빠지면 금방 느슨해질 것을. 그래서 더욱 쉼이 필요하다. 쉬는 동안 독서하고, 쉬는 동안 글 쓰고.
에너지를 축적하는 것도 지혜다. 그리고 때가 되면, 날아오르리라.
올해 목표는 독서와 글쓰기다. 단순하고 명료하다. 하지만 나는 안다. 일이 밀려오면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이 이런 다짐이라는 걸.
그래서 이번엔 다르게 접근하려 한다. 바쁠 때가 아니라, 쉴 때 독서하고 글 쓰기로. 욕심을 내려놓고, 에너지를 축적하기로.
에너지를 축적하는 것도 지혜다. 그리고 날아오르리라
오 선생은 독창적인 철학을 펼쳤다. 물리학의 빛의 속도를 '질서의 속도'에 비유하며, 인간이 정한 선악의 잣대를 넘어 자연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삶을 이야기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세계는 예술의 힘입니다. 예술을 제대로 이해하면 행복뿐만 아니라 부의 영역까지 확장됩니다."
강연 2부에는 몽우 조셉킴, 성하림, 김예당 작가의 작품들이 펼쳐졌다. 참여자들은 마음에 드는 그림을 골라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작품을 소장한 경험, 그림을 통해 느낀 치유의 순간들.
"좋은 그림에는 반드시 행복의 에너지가 담겨 있어야 합니다."
오 선생의 말처럼, 그날 오후 카페하린은 행복으로 가득했다.
"미술은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삶을 이해하고 나를 들여다보는 창입니다."
"행복에는 기준이 없고, 삶에는 공식이 없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행복해지려면 복을 지어야 한다는 것이죠."
오정엽 선생이 남긴 말이 귓가에 맴돈다.
그러니 이제 우리는 이렇게 인사해야 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가 아니라, "새해, 복 많이 지으세요."
그것이 예술의 힘으로 가장 아름답고 지혜로운 삶을 사는 법, 이일대로(以逸待勞)의 실천이 아닐까.
일요일 오후, 세종의 작은 북카페에서 시작되는 변화.
다음은 당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