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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그릿 박종숙 Mar 01. 2023

딸과의 데이트


개학을 앞두고 며칠 전부터 딸은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새롭게 만날 친구들에게 조금은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엄마가 보기에는 좋아 보이는데도 여전히 다이어트를 하려 한다. 이제 중3인데 다이어트로 인해 키 크는데 영양소 문제가 생길까 봐 염려가 되었다. 딸은 유튜브에 올려진 다이어트 식단을 보며 따라 하고 있으니 영양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하루 식단을 보면 일반 밥상 차림은 아니지만, '통밀빵, 닭 가슴살, 계란, 사과 등 담백한 식단으로 차려먹는다. 다이어트 이후로 내가 식사 준비를 거의 해주지 않고 있다. 간혹 딸은 다이어트 식단에서 이탈을 한다. 하루 정도는 먹고 싶었던 케이크나 맵고 짠 음식을 맘 편히 먹기도 한다. 자신을 잘 알고 자신에 맞게 진행하는 딸의 시도가 걱정보다는 즐거운 마음으로 바라보려 한다.


어릴 적 약간 통통했던 나는 늘 다이어트를 하려 했지만, 식탐이 있어서 그렇게 성공한 적은 없다. 기억나는 다이어트 방법은 '포도 다이어트'였다. 포도씨까지 잘게 씹어 먹어야 된다고 해서 질리게 먹었던 적도 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위장이 약해졌는지 자주 탈이 났다. 식욕은 좋은 편이라 평소 잘 먹지만 한번 탈이 나면 오래갔다. 그 이후로 난 살이 점점 빠지기 시작했다. 이런 모습에 친구는 나의 다이어트 비법을 물었고, 어떤 이는 어디 몸이 아픈지 묻기도 했다. 현재 내 몸무게에 만족한다. 더 이상 찌지 않기를 바라며 지속 가능한 건강한 몸을 계속 만들어가고 싶다.


오늘은 딸이 아침 식사를 차려주었다. 예쁜 접시에 올려진 밥과 계란프라이, 닭 가슴살 소시지를 맛있게 구워 낸 식단이었다. 계란은 반숙이라 터트려서 밥과 비벼 먹을 수 있게 했다. 음식의 모양과 궁합이 입에 잘 맞아서인지 접시를 깔끔하게 비울 정도로 맛있게 먹었다. 어느새 딸이 자라 엄마의 아침식사를 차려주다니 찐한 감동 때문인지 많이 행복했다. 


딸이 엄마와 함께 걷고 싶다고 했다. 당연히 딸의 데이트 요청에 'YES'라고 답했다. 내일부터 학교로 돌아가면 이전보다는 여유가 없을 것이다. 새로운 친구들과 만날 생각을 하니 긴장도 되나 보다. 올해는 홍보미디어부장으로 학교 내에서 다양한 일도 하게 될 것이다. 딸의 마음만큼 우리 부부도 살짝 걱정이 앞선다. 그러나 지금까지 잘해왔으니 앞으로 잘하리라 믿는다. 부모라는 자리는 그냥 자녀를 믿어주는 것.. 그것만 잘하면 되지 않을까!!


바람도 불고 날씨가 약간 쌀쌀한 편이지만 딸과 걷는 그 길이 외롭지 않아서 좋았다. 오히려 걸을수록 밀려오는 에너지 때문에 찬바람이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새로 생긴 예쁜 숍들도 구경하고, 지나가다가 예쁜 빵집을 만나면 들어가서 어떤 빵이 있는지 둘러보기도 했다. 편의점에도 들어가 새로 들어온 신상 크림빵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한참을 걸었더니 배가 고파 딸과 이삭토스트와 자몽차를 시켜 먹었다. 하나를 시켜 반으로 나눠먹고 음료도 같이 먹으니 부담도 없고 좋았다. 딸과 길 위에서 만났던 작은 경험들이 오랫동안 기억으로 남아 딸의 삶에 든든한 자양분이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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