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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그릿 박종숙 Feb 03. 2023

지속가능한 몸매 만들기


한 해를 시작하면서 꾸준히 해야 할 목록으로 글쓰기와 운동을 넣었다. 몸이 빠른 편이긴 하지만 운동만은 예외였다. 코로나 발생 전 1년 동안 직장에서 운 좋게 필라테스와 PT를 했었다. 그때 저질체력과 고질병이던 허리 아픈 곳이 많이 좋아졌다. 코로나로 3년을 쉬다 작년 9월에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필라테스와 요가를 하고 있다. 다시 몸 상태를 끌어올리려니 힘들었지만 여전히 운동을 지속하고 있다.


책 읽기와 글을 쓴다는 건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걸 혼자 해야 하는 일이다. 그래서 좋지만, 때론 외롭기도 하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회사와 집을 오가는 삶 속에 지쳐가는 육체를 깨어주는 운동을 시작하면 다른 세상이 열린다. 운동반에 오면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해 주려는 사람들이 있다. 내 몸이 내 맘대로 움직여지지 않을 때 잘할 수 있도록 밀도 높은 응원을 보내주는 곳이다. 잘하게 되길 어찌나 바라는지 채근하고, 놀리고, 칭찬하고, 구박도 하는 등 할 수 있는 걸 다한다. 그 결과, 나는 점점 잘하게 된다.


느리게 자라는 내 몸을 보고 그들은 안타까워하지만 나의 성취와 실패의 순간에도 함께 한다. 내가 좀 더 좋아지면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역시 꾸준함이 답이야" 하며 과분한 칭찬으로 기쁨을 나눈다. 내가 요가와 필라테스를 계속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지난 1년간 운동 후의 내 모습에 매우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더는 체력이 없다는 이유로 하고 싶은 걸 포기하지 않아도 되고, 피로에 지쳐 침대로 도망치거나 졸지 않아도 되고, 놀러 나가기 전에 오늘은 얼마나 힘들지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무엇보다 내 몸을 나이 듦의 관점이 아닌 매력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게 됐다.


자기에게 잘 맞는 운동을 찾으면 이런 변화를 맞게 된다. 나는 필라테스를 통해 내 몸의 유연하지 못한 몸이 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그러나 내게 거친 운동에 대한 욕심도 생긴다. 그 운동은 '달리기'다. 아마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책을 읽게 되면서 달리기고 싶은 마음이 더 생긴 것 같다. 주로 빠르게 걷기를 선택하지만 간혹 뛰면서 달릴 때의 그 마음을 잠시 느껴본다. 지금 내가 하려는 이야기는 1년간의 꾸준한 운동, 멋진 몸매, 부러움, 이런 게 아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지속 가능한' 몸매이며 건강이다. 이를 위해 '지속 가능한'식사조절과 '지속 가능한'운동을 병행해 나간다.

하루에 세끼를 먹지만 배가 찼다는 느낌이 들 정도만 먹으려 한다. 직장에서 다년간 훈련되다 보니 급하게 식사를 하는 편이다. 그래서 먹는 양을 줄이고 천천히 오래 씹으려 한다. 매일 만보 걷기를 하려고 점심 식사 후 직장 내 복도를 걷는다. 가끔 생각나면 계단 오르기를 하고, 집에서 몸 구르기 30번씩 매일 하고 있다. 얼마 전에 구입한 고무밴드로 근력운동도 10분 정도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몸이라면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렇게 운동을 했더니 앞으로 숙여진 몸매가 완벽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조금씩 펴지고 있다. 걸을 때 내 모습을 슬쩍 쳐다본다. 흩트려져 있으면 다시 배에 힘을 주고 등을 꼿꼿이 편다. 눈가에 주름이 질지라도 살짝 미소를 지어본다.


내게 주는 값진 선물은 나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내 몸과 마음을 강건하게 만드는 일이다. 할 수 없다고 느끼는 웅크린 마음들을 꺼내어 조금씩 변화시켜나가고 싶다. 내 몸이 건강해질수록 나의 인생 이력서를 새롭게 써 내려가고 있다. 늦된 것이 아닌, 나로서 '충분하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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