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드림그릿 박종숙 Mar 25. 2023

경험의 틀 밖에서 생각할 줄 아는 힘

"경험은 좋은 스승이다. 그렇지 않을 때만 빼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험에 따라 취향을 형성하고, 직관을 키우고, 선택을 한다.

하지만 이처럼 지식의 축적과 다양한 선택의 기준이 되는 경험이 간혹 우리를 배반할 때가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과거에는 효과적인 전략도 더 이상 필요 없어질 때가 있다. 경험에 대한 지나친 또는 무모한 의존은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18세기까지 '사혈'치료는 과학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오랜 기간 많은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었던 것은 두 가지 원인 때문이었다.


첫째, 일부 생존자들이 효과를 요란하게 증언했다. 특히 전문가라 불리는 사람들이 입을 모아 그 효능을 인정했다. 반면 죽은 자는 말이 없어, 사람들의 인식과 경험에서 배제되었다. 이처럼 경험이 우리를 속이는 것은 우리가 '경험의 오류'를 포착하지 못하고, '편향된 경험'을 하기 때문이다.


'거꾸로 자전거(구글 '경험의 함정' 동영상 검색) 실험이 보여주듯이 한번 경험을 통해 학습한 것은 버리거나 수정하기 어렵다. 우리는 어떤 경험이 쓸모 있다고 한번 인식하게 되면, 더 이상 쓸모없는 것이 되더라도 그대로 고수한다. 불충분한 지식과 정보는 이런 태도를 더욱 강화한다.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항상 경험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경험은 우리의 창의성에 방해가 된다. 해리포터, 구글은 출시 당시 투자자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심지어 복사기의 잠재성을 알아본 기업이었던 제록스는 사내 연구개발부서에서 개인용 PC가 개발되었는데도 상용화에는 관심이 없었다. 이처럼 한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을 쌓는 것이 창의적 사고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과거의 성공 경험과 관련 지식이 '능숙함의 함정'으로 작용하여 방해가 되는 경우도 있다.


'보이지 않는 고릴라'실험이 말해주듯 인간의 주의력은 한정된 자원이다. 경험으로 단련된 집중력, 사고력은 효율과 능숙함을 가져다주지만, 반대로 시야가 좁아지고, 새로운 가능성의 탐색을 어렵게 만든다. 따라서 이런 주장을 펴는 사람들이 있다. 아이디어도 중요하지만 그 자체보다는 이후에 발전시키는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


우리가 경험에서 놓친 것은 무엇인가?

우리의 경험에서 무시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경험의 함정 중 -


사람은 '생각은 지식으로 하지만, 행동은 경험으로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업무를 할 때나, 일상생활을 하면서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을까 아니면 과거 경험이나 사례를 끄집어내서 그대로 답습하는 경우가 많을까? 후자가 많다면 그것은 무엇 때문일까? 


단순히 생각하기 귀찮다는 이유보다는 과거에 그렇게 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는 믿음과, 그렇게 한 것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경험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믿음과 경험은 과연 유효한 것일까? 유효하다면 과연 언제까지 유효한 것인가? 우리는 어디까지, 언제까지 과거 경험을 현재, 미래의 근거로 할 수 있는 것인가?


자신과 타인의 성공과 실패 경험에서 배울 때의 문제점은 경험의 폭을 넓히기 위해 성공과 실패 사례를 확인할 때 몇 가지 사항을 주의해야 한다. 사례의 정확성, 인과관계, 시간 등의 요인이다. 사람들이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거나, 개연성이 적은 요인을 큰 것으로 착각하기도 하며, 과거의 성공 요인이 현재의 성공을 보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험담은 필연적으로 사혈의 경우처럼 '생존자 편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성공보다 실패 사례에 집중하는 것은 많은 사례를 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나, 이 경우에도 결과에 매몰되면 원인을 엉뚱하게 착각할 수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실패를 숨기고 원인을 외부로 돌리려고 하는 경향이 있어 진짜 원인은 숨어있을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경험에서 배우기 위해서는 성공과 실패를 모두 살펴보고 아이디어에 대한 신속한 피드백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경험은 행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경험의 한계 중 하나는 우리의 감각 또는 지각 능력으로 인한 것이다. 자극에 점차 둔감해지는 탈 감각화로 인해 성공의 기쁨도 실패의 슬픔도 익숙해지며 그 원인도 잊히게 된다. 그리고 최근의 경험을 더 잘 기억하는 최신 효과로 인해 최근 경험은 더 큰 가중치를 받게 된다. 우리는 원하거나, 가지고 있는 것에만 집중한다. 그러나 그 외에도 원하지 않고 가지고 있지도 않은 것들이 많이 있는데, 가끔 그 사실을 상기하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이 더 커질 수 있으며, 예기치 못한 재난을 피할 수 있게 된다.


일상의 경험은 재난을 대비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 경험은 익숙함을 낳게 되고 이는 어떤 현상에 대해 둔감하게 된다. 이는 재난이나 큰 사고에 대비하고 예방하는 데에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가져온다. 실제로 우리는 최근에 전염병, 기후변화 등 전 지구적인 재난에 대해 처음보다 심각성 인식이 많이 떨어진 상태이다. 이런 사태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경험의 한계를 넘어설 방법을 찾아야 한다.


2004년 허리케인이 뉴올리언스에 예보되었지만 큰 피해 없이 비켜나갔다. 1년 뒤 다시 허리케인이 왔을 때 사람들은 이번에도 비켜나갈 것이라 예상하고 대비를 하지 않았으나 이번에는 수백 명이 사망하는 피해를 입었다. 재난과 같은 사태에는 안일하게 경험에 의존하기보다 항상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떤 일이든 처음은 있는 법이다.


누군가 우리의 경험을 조종하고 있다. 아이와 외출을 하려는데 외투를 입지 않겠다고 하면 어떻게 설득할까? 빨간 옷을 입을까, 파란 옷을 입을까 등의 선택지를 설계하여 제시하면 아이는 자신에게 선택권이 생겼다고 생각하므로 적극적으로 반응한다. 이런 조삼모사 식의 전략은 기업들이 고객에게 사용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에어비앤비, 우버 등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이 다수인 기업들은 특정한 정보를 의도적으로 흘림으로써 무의식 중에 고객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한다. 이처럼 유도된 경험에서 벗어나 온전한 자신의 경험을 하기 위해서는 항상 목적의식을 가진 채로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우리는 한정된 경험만으로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우리는 단편적인 사실에서 스스로 인과관계를 상정하고 과거, 현재는 물론 미래까지 상상하여 스토리텔링을 한다. 이런 방식은 사실을 이해하고, 기억하고, 전달하는 데 도움을 준다. 다만 이 과정에서 스토리를 위해 삽입한 것이든, 불충분한 정보를 보완한 것이든 간에 사실이 아닌 정보가 사실을 엎어버릴 수 있다.


경험은 고정관념을 강화한다. 미국 스포츠계에는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의 저주'가 여전히 통용되고 있다. 표지모델이 된 선수는 성적이 안 좋아진다는 것이다. 표지를 장식하는 선수는 당연히 최근에 좋은 활약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일 년 내내 잘할 수는 없으므로, 표지모델이 된 이후에는 성적이 조금 하락하여 결국 작년과 비슷한 성적을 내는 '평균으로의 회귀'가 나타나는 것이다.


우리는 복잡다단한 전체 과정 중 일부만 경험할 뿐이다. 우리는 경험으로 모든 것을 얻을 수 없고 단편적인 부분만 얻을 수 있을 뿐이다. 결과는 쉽게 접할 수 있는 반면 과정은 경험으로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서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효과는 외면하게 된다. 또한 사람마다 감정은 특히 다르게 느끼므로 공감이 어렵다. 따라서 우리는 경험 밖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경험이 결과에만 기초하는지? 특히 선별된 결과에만 근거하는지? 주로 개인적 관찰에 의한 것인지? 경험의 습득 과정에서 이런 질문을 끊임없이 던짐으로써 부적절한 기준점을 발견하고 잘못된 확신에 빠지는 것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랜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나름대로 노련함이 쌓여서 일의 속도는 빠른 편이나 새로운 시도는 늘 머뭇거리게 된다. 또한 지난날 경험해 온 익숙해진 시각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가 많다. 이런 모습은 삶의 모든 면에서 자주 발견된다. 다만, 본인만 모른다는 것이 문제다. 어떻게 하면 자신을 변화시켜 나갈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최근에 내가 겪었던 업무 스트레스의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책을 읽고 토론하는 시간이 절실히 필요한 것 같다. 보이는 것이 곧 전부는 아니듯 고정관념에 갇히지 말고 자신의 이야기의 회의론자가 되어 이야기 너머를 볼 수 있기를..




작가의 이전글 우리에겐 매일이 기적이다. (실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