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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그릿 박종숙 Feb 09. 2024

쌍꺼풀 소동

우리 부부는 쌍꺼풀이 있지만, 우리 딸은 쌍꺼풀이 없다. 남편은 원래 없었으나 대학교에 가서 자연스럽게 생겼고 난 직장 다닐 때 했으니 자연산은 아니다. 작년부터 외모에 관심이 많아진 딸은 쌍꺼풀이 없는 자신의 눈에 대해 불만이 많다. 하얀 피부를 자랑하던 딸은 자신의 장점은 다 숨기고 오르지 눈에만 쏠려있다. 피곤하면 쌍꺼풀이 생기기에 우리 부부는 자연스럽게 생기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대학생이 되었을 때도 생기지 않는다면  쌍수(쌍꺼풀 수술)를 해 줄 생각이다. 쌍꺼풀로 인해 딸의 자존감에 영향을 준다면 쌍수를 하는 것에 동의한다.

딸이 쌍꺼풀에 관심이 생긴 이후로 한동안 쌍(쌍꺼풀) 테이프를 붙이고 다녔는데 잘 안되니 지금은 쌍액을 살짝 바르고 있다. 쌍액은 잘 안 지워지고 눈에 들어갈 수가 있어 딸의 눈 주위 피부와 건강에 영향을 줄까 봐 걱정이 된다. 그래서 남편에게 딸의 소원인 쌍수를 해주자고 설득했다. 그러나 남편은 딸의 얼굴에 칼을 대는 것이 싫다며 완강히 반대했다. 아침마다 거울 앞에 앉아 자신의 눈에 쌍액을 바르며 괴로워하니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남편을 겨우 설득시켰다. 남편은 완전 동의는 아니나 그렇게 원한다니 일단 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아보자고 했다. 

그때부터 적극적으로 주위 지인분들한테 쌍수를 잘하는 곳을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다. 가능한 많은 정보를 아는 것이 도움이 되기에 인터넷으로 병원을 찾아보며 꼼꼼히 후기도 살펴보았다. 교회에 정보가 빠른 권사님께 부탁을 드렸더니 대전에서 잘하는 병원을 소개해 주셨다.

신발을 사려고 하면 사람들의 신발만 보인다고 하더니, 요즘 우리 부부는 쌍꺼풀진 사람들만 보인다. 마침 아는 분이 세종시에 있는 성형외과에서 자신의 딸도 쌍수를 했다며 좋은 정보를 알려주었다. 그분의 딸도 우리 딸과 같은 예비 고1인데 작년 여름방학 때 했다고 한다. 쌍수에 대한 걱정을 말했더니, 너무 염려하지 말라며 지금은 자리가 잘 잡혀 예뻐진 딸 사진을 카톡으로 보내주었다.(자신의 딸에게는 비밀)  자신도 서울에 가서 쌍수를 하면 좋겠지만, 직장 맘인 데다 아이를 데리고 서울에 여러 번 올라가기도 힘들 것 같아서, 집과 가까운 성형외과를 선택했다고 한다. 지금도 잘한 결정이라고 했다. 현재 그녀의 딸도 만족해하기 때문이다. 

우리 부부는 먼저 소개해 준 병원에 함께 갔다. 우리 부부만 간 것은 딸이 혹시나 병원 측의 권유로 무모한 결정을 내릴까 봐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평소에 찍어둔 딸의 사진을 상담실장에게 보여주었다. 그녀는 사진이라 정확한 상태와 기준을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사진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해서 알려주었다. 차후 결정되면 다시 오겠다고 말하고 병원을 나왔다. 다음번은 대전에 있는 성형외과 몇 군데를 돌아볼 생각이다.

그 무렵 직장 내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일하시는 분을 만났다. 늘 부지런하셔서 주위의 칭찬을 받고 계신 분인데 그분에게 고민 얘기를 했더니, 자신의 딸은 쌍꺼풀이 있는 눈이라 그런 걱정은 안 하지만, 자기라면 무조건 서울로 갈 것이라고 했다. 고민이 깊어졌다. 주위 분들도 가능한 서울에 가서 하는 것이 좋다고 하지만 나 또한 직장맘이라 가장 좋은 병원으로 절충안을 찾고 있다.

인터넷상에서 후기도 살펴보고 병원에서 하고 있는 수술법도 살펴보고 혹시 주위에 최근 쌍수 한 사람이 없는지 물어보기도 했다. 그래서 몇 군데 소개를 받았다. 둔산동에 위치한 성형외과를 소개받아 우리 부부는 딸과 함께 예약하고 찾아갔다. 그런데 병원 방문하기 전날 축구를 보느라 밤을 새운 딸의 눈에 인라인 모양의 쌍꺼풀이 또렷하게 생겼다. 자연적으로 생기다 보니 전체적으로 딸과 어울려 보였다. 쌍수를 안 해도 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미리 예약한 지라 딸과 함께 병원에  갔다. 

쌍수를 문의하러 갔는데 아이가 쌍꺼풀이 있으니 의사 선생님도  "어! 쌍꺼풀이 있네.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 그래도 하고 싶어? 아깝다!"라고 말씀하셨다. 딸의 눈을 살피며 간격을 재느라 기구를 갖다 되었더니 여전히 잠이 오는지 딸은 계속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한다. 정말 웃픈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우리 부부는 열심히 선생님의 수술 설명과 가격까지 들었다. 선생님은 우리 부부에게 "대부분 방문하시면 본인이 적극적인데 여긴 부모님이 더 적극적이네요" 하신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저희도 좀 더 커서 해주고 싶은데 딸이 너무 원해서 방문했어요. 이왕 해야 한다면 아이에게 좋은 것을 선택해 주고 싶어서요!!"

그 후로도 딸의 쌍꺼풀은 이틀간 풀리지 않았다. 남편은 자신이 열심히 기도해서 하나님이 주신 것이라며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다. 딸은 곧 풀어질 수 있으니 쌍수를 해달라고 조르고 있다. 역시 삼일이 지나자 한쪽은 풀어졌다. 남편은 자신도 풀리기를 반복하다 생겼으니 딸도 자기처럼 생길 것이니  좀 더 기다려보자고 한다. "기다리다 안되면 좋은 병원에 가서 해주면 되잖아!"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동안 병원을 알아봤고, 어디가 좋은지 병원 소개도 받았으니 서두를 필요는 없다. 그때 가서 하면 되니까.

평소 조심성 있는 남편은 작은 것 하나도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는 편이라 인생을 힘들게 산다. 그렇다고 늘 좋은 결정을 내리지는 않지만, 남편에 비해 성급한 나는 지레 지쳐버린다. 나는 이왕 해줄 작정이면 겨울방학 때 빨리해줘야 한다는 생각이고, 남편은 수술은 중요한 결정이니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자신은 지금 딸의 모습이 너무 예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굳이 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고민이라고 말했다.

현재 자연스럽게 생긴 딸의 쌍꺼풀이 제발 이대로 정착되었으면 좋겠다.  딸은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기 전에 지금보다 좀 더 크게 했으면 한다. 큰 눈을 가지면 자신이 예뻐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주위에서 쌍수를 크게 했다가 예전보다 인상이 지나치게 강해진 사람을 본 지라 염려가 된다.  

처음 딸이 쌍꺼풀을 원해 쌍 테이프를 붙이기 시작했을 때 자연스럽게 자리 잡힐 줄 알았다. 이렇게 생겼다가 사라지면 눈이 더 조그맣게 보인다. 이럴 때 딸은 더 속상해한다. 그래서 많은 고민을 하다가 이른 감은 있지만 쌍수를 해주기로 한 것이다.

딸이 내 자궁에 머물다 처음 내 품으로 왔던 그날이 생각난다.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았는데, 마취에서 깨어났더니 간호사 선생님이 내 곁에 예쁘고 아름다운 아이를 내 품에 안겨주었다. "예쁜 딸이네요. 건강하답니다" 딸의 첫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게 생각난다. 아직도 잠이 덜 깼는지 약간의 하품과 감았던 눈을 살짝 눈을 뜨는데 그 모습 속에 쌍꺼풀이 있었다. 모유를 먹이기 위해 딸을 다시 만났을 때 딸의 쌍꺼풀은 보이지 않았다. 그 후 세월이 흘렀다. 자신의 모습에 당당한 아이였다. 피부는 하얗고 깨끗해서 주위 친구들한테 부러움을 받았다. 작년부터 무슨 일인지  딸은 쌍꺼풀이 없는 자신의 눈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한다. 딸의 자존감은 바닥을 치고 있었다.

이 일로 대전에서 나름 유명하다는 몇 군데 성형외과에 전화를 걸었더니, 2월은 다 찼다고 한다. 아마 방학기간 동안 하려는 사람들이 몰린 것 같다. 물론 그 수술이 쌍수만 해당되지 않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외모에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딸은 고등학교 졸업사진을 벌써부터 고민하고 있다. 예쁘고자 하는 마음은 인간의 속성이다. 그러나 딸이 먼저 자신이 해야 할 공부에 마음을 두었으면 좋겠다. 다 때가 되면 해줄 생각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쌍꺼풀이 자리 잡는다면 수술에 대한 두려움도 쌍꺼풀 소동도 잠잠해질 것이다. 기도의 효력이 딸에게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이 일로 우리 부부는 딸이 원한다고 무조건 다해주지는 말자고 했다. 결국 해줄지라도 어떤 것은 힘들게 얻도록 해야 한다. 원하는 데로 다 해주면 금세 또 다른 것을 원한다. 이제 딸은 고등학생이 되었다. 외모만큼 자신이 원하는 꿈을 향해 열심히 공부에 매진했으면 좋겠다. 오늘도 우리 부부는 딸을 위해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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