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드림그릿 박종숙 Apr 12. 2024

나이듦을 표현하는 말

책마음 커뮤니티에서 마인드 마이너로 알려진 송길영 작가님의 '시대예보 : 핵개인 시대'를 소개하게 되었다. 이전에 북클럽모임에서 이 책을 읽고 나눈 적이 있어서 소개하는데 큰 부담감은 없었지만, 그래도 다시 전체적으로 책을 읽으면서 요약해 보았다.


이 책을 읽을 때마다 드는 생각은 '따뜻함'이었다. 앞으로 우리가 맞이할 핵개인 시대를 예보하는 것이라 불편할 수 있는 내용이 많음에도 '따뜻함'이란 단어를 떠오르는 것은, 비가 올 것 같아 출근하는 자녀 손에 우산을 쥐여주는 부모의 마음이 생각나서였다.


이 책에는 위로부터 아래로 내려오던 권위주의 시대를 지나 이제는 개인이 상호 네트워크의 힘으로 자립하는 새로운 개인의 시대가 도래했으니 마음 준비 단단히 하시라는 저자의 말이 고맙게 느껴진다. '난 기계치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 나는 이 말이 부끄러운 말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그래서 나는 그것을 대비하기 위해 디지털 강좌를 듣고 조금씩 SNS를 하면서  나의 공간을 마련해 놓았다. 덕분에 '디지털튜터'자격증도 취득했으니 하려는 의지만 있으니 배워나갈 수 있다.


나는 직장을 떠나도 언제든지 내 손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다. 나라는 사람의 가치를 높여서 당당해지고 싶었다. 이 책에서 소개된 생태학자인 최재천 교수님의 영국 작가 '새뮤얼 존슨'의 표현을 인용하여 '상호허겁이 인간을 평화롭게 만든다'라고 서술하였다. 서로를 적당히 두려워하는 관계가 생태계에 최적이라는 이야기다. 


나는 직장을 떠날 때 미련 없이 쿨하게 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였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상처받지 않고 잘 지낼 줄 알았다. 그런데 나도 얼마든지 화를 낼 수 있는 사람이었다. 다만 표현을 안 했을 뿐이다. 상대방에게서 무례함이 느껴질 때는 그 일로 여러 날을 속상해했다. 시선의 변화가 필요했다. 좀 더 태연한 척하는 연기도 필요했다. 이제 갈 곳이 없는 사람, 선택의 여지가 없는 삶이 아니라 또 다른 삶을 준비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


직장 후배가 향후 나의 진로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었다.

"이제 집에서 쉬면 뭐 하고 지내실 거예요?

 오랫동안 직장 생활을 해오셔서 집에서 쉬면 심심하실 것 같아서요!"


은퇴 후에 겪는 가장 큰 감정 변화 중 하나는 '외로움'일 것이다. 직장에 속해 있을 때  고정된 내 자리와 컴퓨터가 있다. 내가 있을 공간이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직장에서 직원을 내보낼 때 자리부터 뺀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주위 사람들에게 올해 은퇴한다고 했더니, 내 나이를 가늠해 보고 놀란다. 


다행히 난 공로연수 기간에도 꾸준히 내가 할 일을 찾았다. 독서와 글쓰기다. '나만의 서사', 나의 생각과 질문, 성장과 좌절이 기록된 유일무이한 '나만의 서사'를 꾸준히 기록해 나가고 싶다. 나만의 '내러티브'는 퇴직 이후의 명함이 되어 줄 것이다. 준비를 위해서도 나를 잘 다듬어야겠다.


그렇다면 몇 살부터 나이 들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나이듦에 대한 인식이 변했다. 100세 시대에 맞게 60대에서 70대 이상을 노년의 출발점으로 인식하고 있다. 건강 수명이 계속 연장된다면  '노인'의 출발점은 더 뒤로 가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나이듦을 무조건 나이를 기준으로 분류할 수 있을까? 늙는 모습도 천차만별이다. 젊게 사시는 분도 있지만 아프신 분들도 많다. 


나이가 들면 낯선 것을 수용하려는 적극성이 줄어든다고 한다. 직장 인사이동 시, 우리 직장에선 3년이 넘으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다른 과로 옮긴다. 직장 생활을 오래 해도 새로운 것에 적응하려면 몇 주는 '정말 힘들다'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나이가 드니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느릴 때가 있다. 그래서 새로운 과에서 나이 많다고 싫어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생긴다. 그러나 나이듦을 판정하는 중요한 기준 중의 하나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완고함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나는 실제 내 나이보다 젊은 취향을 유지하려고 하는가? 난 자신 있게 젊게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그렇다'라고 말하고 싶다. 다만 나의 취향은 그렇게 살려고 할지라도 직장이라는 조직사회에서는 나이 든 직원일 뿐이다. 그래서 자신의 정체성이 필요하다. 직장 일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운동과 글쓰기가 도움이 되었다. 답답함을 소리를 내어 표현하며 온몸을 움직였고, 글 쓰면서 살짝 울기도 했다. 그런 시간이 있었기에 나는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다.




[노인, 어르신, 시니어는 어떻게 다른가]   -시대예보 : 핵개인의 시대_송길영-

첫 번째 '노인'이라는 표현은 다른 세대와 나누어 구분할 때 쓰는 표현입니다. 

두 번째 '어르신'은 정부기관에서 공적 지원의 대상자를 높여 부르는 표현입니다. 공무원들이 노인에게 관련 정책을 설명할 때 주로 사용합니다. 사회적 예우를 담은 표현임에도 '약자성'이 포함돼 있어서 일상에서 쓰면 노인들은 묘하게 기분 나쁘다고 합니다.

마지막 표현인 '시니어'라는 단어가 사용되는 맥락은 흥미롭습니다. 시니어는 비교하자면 노인과 어르신보다 좋은 이미지입니다. 시니어라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더 나은 삶을 지향하는 장면들이 함께 떠오르곤 합니다. '시니어 모델'이나 '시니어 인턴십'과 같이 활동적이고 경제적 참여도가 높은 활동들과 연결됩니다.



우리는 나이 든 사람을 지칭할 때에도 상황과 맥락에 따라 종종 다른 표현을 사용합니다. 일본에서는 '실버세대'라는 말도 많이 사용하던데, 우리나라는 '시니어'로 부르는 것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상대를 어떻게 지칭하는 가에 따라 사람들의 인식 수준이 드러나긴 하지만, 나이가 들어보니 세대 간에 서로 존중해 줄 때 시너지가 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나이듦이 권세도 아니고 누추한 것도 아닙니다. 그들이 지금까지 버터 온 인생의 서사에 귀를 열고 서로 공감하고 교류와 공존을 해 나간다면 더 멋진 세상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영화 '인턴'에서 나오는 남자 주인공 '벤'과 여자 주인공 '줄스'처럼 서로에게 시너지를 주는 관계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영화, 인턴]

* 줄거리는 여자 주인공 '줄스'는 홀로 회사를 창립해서 키워낸 만큼 회사에 대한 애정이 강하지만, 혼자 

  모든 것을 다 하려다 보니 자신과 가정을 돌보지 못했고 결국 자신이 일궈낸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이때 배려심 많고 연륜이 많은 '벤'을 만나게 되면서 결국 모든 것을 되찾게 

  되는 유머러스하면서도 잔잔한 감동을 주는 영화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