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베네치아, 여행자 관찰자 시점

by 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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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간의 트래킹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이동하여 베네치아에 도착했다. 가는 길 자체는 그다지 문제 될 게 없었다. 4시간여를 달렸지만 차가 많지도 않았고 이동 중에 만나는 풍경들이 너무도 예뻐서 피곤한 줄도 몰랐다. 그러나 본섬에 도착하고서가 문제였다. 8월 초, 성수기 인시 있는 여행지의 위엄을 알리듯 주차장을 들어서는 입구가 꽉 막힌 것이었다.



20여 분을 넘게 기다린 끝에 간신히 차를 대고 나서도 고난은 끝나지 않았다.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바포레토를 타러 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았다. 표를 끊는 것만도 한참이 걸릴 듯했고, 대안으로 생각했던 수상 택시 역시 이미 다른 관광객들을 태우고 떠났는지 눈에 뜨이지 않았다.



긴 이동으로 지친 그녀의 인내심은 짧았고 더 헤매는 대신 걸어가자는 선택을 했다. 그리하여 25분이나 묵직한 배낭을 메고 호텔에 갔으니 다음날은 조금 느즈막이 일어나 베네치아 여행을 시작해 보자고 말했었다. 그런데 웬걸? 새벽 6시가 되니 눈이 번쩍 뜨였다. 기실 오늘만이 아니라 돌로미티에서도 나도 그녀도 늦게 일어난 적이 없었다.



스트레칭 잠깐 하다가 문득 이왕 일찍 일어났으니 부지런히 움직여보는 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녀도 컨디션이 괜찮아졌는지 그러자고 동의하여 7시쯤 호텔을 나섰다. 아직 관광객은 활동하기에는 이른 골목은 조용했다. 그래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15년 만에 다시 만나서인지 이곳은 예전에 왔을 때보다 더욱 예뻐진 듯 보였다.



아마도 날씨가 한몫한 듯 싶기는 했다. 과거 베네치아 여행을 했을 때는 내내 비가 왔다. 먹구름이 끼고 촉촉하게 젖은 골목은 짙고 어둑한 색으로 물들었고, 날도 추워서 어쩐지 쓸쓸한 기분을 느끼게 했더랬다. 그때는 긴 여행의 외로움에 한국에 있는 오래 전 여행 메이트에게 전화를 걸어 전화비가 아까운 줄 모르고 길게 통화를 했었다. 그랬는데 지금은 아침인데도 쨍한 하늘과 맑은 공기가 느껴지니 보이는 풍경도 과거와 달랐으리라.



다시 만난 리알토 다리의 풍경도 그대로인 듯 달랐다. 아침을 시작하는 부지런한 사람들을 구경하고, 사람이 없어 더욱 뽀얀 자태를 자랑하는 다리 사진도 찍었다. 내친 김에 산 마르코 광장까지 쉼없이 걸었다. 그러느라 어느덧 시간은 8시를 넘겼고, 슬슬 여름 더위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종탑 근처가 공사중이라 아쉽지만 산 마르코 광장과 곤돌라, 산 미조레 상당을 한폭에 담아냈고, 같은 장소를 이 각도에서 저 각도로, 다시 이런 구도나 저런 구도를 고심하며 여러 번 찍었다. 그리고 문득 깨달은 사실. 나는 사진의 대상이 되는 것보다 대상을 담아내는 것에 더 만족감을 느낀다는 것. 그런 걸 보면 나는 천생 여행을 관찰자 시점으로 바라보는 걸 더욱 좋아한다는 사실 또한 알만 했다.



호텔로 돌아와 늦은 조식을 먹고 잠시 쉬다가 중간에 부라노섬을 다녀온 후 7시쯤에 바포레토를 탔다. 늦은 오후 운하를 따라 이동하며 바라보는 풍경은 또 다른 아름다움을 뽐냈다. 내가 사랑하는 도시이며 반하는 이유가 이곳에 있었다. 한 번 왔던 걸 만족하지 못하고 다시 찾아온 연유도 여기에 있었다.



덥고 뜨겁더라도 여행의 즐거움은 뭐니뭐니 해도 맑은 날이라는 걸 알았기에. 솔직히 말하자, 아무리 흐린 날이 운치 있어 좋다고 해도 쾌청하고 쨍한 하늘 아래 반짝반짝 빛나는 풍경에 비할 바는 아니다. 그러니 아침에도 걷고, 늦은 오후에도 다시 바라보는 풍경들을 이토록 질리지도 않고 볼 수 있는 거겠지.



바포레토에 하차하여 아까는 까먹고 보지 못한 비탄의 다리를 구경하고, 의자에 앉아 조명이 켜지기를 기다렸다가 문득 리알토 다리에서 해가 지는 풍경을 보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서둘러 이동한 덕분에 우리는 이탈리아 베네치아 여행의 황홀하도록 아름다운 해질녘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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