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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정 Jun 26. 2022

산촌에 내 집짓기(16)

귀촌 8년 만에 드디어 내 집을 갖는다!!

오늘은 예보대로 비가 옵니다.

그나마 11시부터 내리기 시작해서

7시부터 작업을 시작한 조적팀이

기초작업을 하는 데는 무리가 없었습니다.


아래 지방은 장마가 시작되었다는데

큰일입니다.

아직 지붕을 마감하지 못한 채 여서요.

콘크리트 타설을 했지만

빗물이 스며들어 집안 여기저기에 떨어집니다.



그래서 장마 오기 전에

지붕을 덮고 싶었는데

창문과 유리가 늦어지며

모든 게 늦어지게 되어 ㅠㅠ


우리 집은 장맛비를 고스란히 맞으며

이 시기를 넘겨야 할 것 같습니다.


여기서 저는 또 하나를 배웁니다.

지붕 콘크리트 타설시

레미콘에 방수액을 넣어 타설 하면

기본적인 방수가 된다는 사실!


이런 건 업체가 알아서 해주어야 하는데

우리 정사장님은

추진력 좋고 가격 착하고 성격 화통하신데

집은 많이 안 지어보셔서...

ㅠㅠ

또 한 번 눈물을 머금고 넘어갑니다.


더 자세한 지붕 이야기는

뒤에서 하기로 하고

오늘의 이야기로 들어갑니다. ^^


설비와 전기 등

콘크리트 벽 속에 작업해야 하는 공정이 마무리되자

빈틈없이 유로폼이 설치되기 시작합니다.

길고 지루했던 긴 시간 내내 만들었던

박공지붕용 거푸집을

드디어

크레인을 이용해 설치하는 날이었습니다.


지붕이 얹어지는 날!

건축 현장에서는 [상량식]을 합니다.



상량식(上樑式)이란?

목조 건물의 골재가 거의 완성된 단계에서

대들보 위에 대공을 세운 후에

최상부 부재인 마룻대(상량)를 올리고

거기에 공사와 관련된 기록과 축원문이 적힌

상량문을 봉안하는 의식입니다.

본래 목조 건축과 관련된 의식이지만

현대에도 건물을 신축하는 과정에서

철골 공사의 마지막 부재를 올리는 의식을

지칭하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네요.


요런 거 본 적 있죠?


인테리어 할 때는

조명 설치가 끝나고 불을 밝힐 때

순대와 막걸리 사다 놓고

아주 간단하게 점등식을 하며

그간의 노고를 치하하곤 했습니다.


건축공사를 하며 접하게 된 상량식은

건축목공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앞으로의 남은 공정을

무탈하게 진행할 수 있기를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화천시장에 나가

미리 돼지머리도 주문하고

시루떡을 시루째로 주문해 놓고

머리 고기와 순대도 미리 양껏 주문했습니다.

거기에 과일과 상에 올릴 막걸리,

목수분들 마실 소주와 김치.



대충 해도 됐겠지만

그래도 우리 집 공사 잘 되게 해 달라는 의미인데

무신론자라 하더라도

기분은 내는 게 맞을 것 같아서

정성껏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돼지머리 올려지면 당연히 절 해야 하지요.

돈이 돼지머리에 꽂힐 텐데

그 돈은 어떻게 하는 거지?라는 의문이 생겨

열심히 인터넷 검색을 했더랍니다.

ㅎㅎㅎ


고생하신 목수님들

회식비로 쓰시라고 드리는 거래요.

흐엉...!!

아!! 그렇구나!!


그럼 건축주는 얼마를 올려야 하지?

그건 어디에도 안 나와서

결국 정 사장님께 살짝 팁을 얻고자 물었습니다.


"어느 집은 너무 적게 나와서 욕 나왔어요."

하시더니

"어느 집은 집주인 혼자 금일봉을 했더라고요."

하시는 겁니다.

그래서 그 금일봉이 얼마??


전 또 돌아가는 성격이 못되어서

바로 금액을 까달라고 요청합니다.

ㅎㅎㅎㅎ

금일봉은!

일백만 원이었습니다.

^^;;

일천만 원이 아니어서 얼마나 당행인지.... 쩝! ㅋ


공사비를 저렴하게 책정해주시고

레미콘 달리는 시국에

레미콘 못 받아서 공사 늘어지지 않게 해 주신 은혜도 크고

무엇보다

겁 없이 시작한 내 집 짓기에

아낌없이 도움 주신 분이 정 사장님이라

저는 지갑을 화알짝 열어

금일봉을 만들었습니다.


글 서두에 언급했던 큰 아들이

때마침 이곳에 와있던 차라

아들이 절하며 봉투 하나 올리고

제가 절하며 봉투 하나를 올려

그분들 봉투 열어보고 웃으실 수 있게

신경 써드렸습니다.


ㅎㅎ 열심히 뛰고 있는 녀석이 큰아들입니다. 아침운동 중이라네요.


그래서였을까요?

콘크리트 타설 하던 날

거푸집 어느 하나 터진 곳 없이

너무 잘 마무리되었고

물량 따박따박 시간 맞춰 들어와 주어

모두가 기분 좋게 일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이든 좋은 마음을 가지면

그에 상응하는 좋은 일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집 짓느라 거덜 나게 생겼지만

ㅎㅎㅎㅎ

그래도 사고 없이 무탈한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그리고 이 무렵

저는 어딘가에 이 집짓기 과정을

공유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내 집을 갖고 싶은 사람 누구나

비슷한 걱정 비슷한 고민을 할 텐데

거참...

이 건축 시장이 너무 천차만별인 데다

잘 몰라서, 혹은 엄두가 안 나서

감히 시작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내 집짓기!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요...라고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앞 산 운무가 환상적이죠.


그렇게 브런치에 첫 글을 게시하게 된 게

바로 이날입니다. ^^

정신없이 달려온 일이 일단락되며

마음에 여유도 좀 들어찼던 모양입니다.


그렇게 시작한 글이

벌써 16편에 이르렀네요.

그러는 사이

집은 겉치장에 들어갔고

그러는 사이 장마도 시작됐고요.


장마기간 동안 현장은 잠시 쉽니다.

이번 주는 내내 비가 잡혀있어서

일의 효율도 떨어지고

일하시는 분들도 벌써부터

휴식 가질 생각에 들떠 있더라고요.

ㅎㅎㅎ


저는 현장에 일이 없는 동안

조명과 위생도기들을 보고 구하러

춘천에 나가볼 생각입니다.




<17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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