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마다 떠오르는 실제 있었던 이야기
매년 이맘때 날씨가 흐릴 때면 2017년에 있었던 일이 하나 떠오릅니다. 아직까지도 저에게 미스터리로 남은 그날의 일을 브런치에 기록해보려고 합니다.
때는 바야흐로 2017년 4월 말 정도였습니다. 저는 서울로 홀로 상경해 노량진에 있는 고시원에서 지내며 공부를 했습니다. 워낙 자유로운 성격이라 재수학원은 맞지 않았고 단과 학원, 고시원, 카페를 반복하며 단조로운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노량진에서 가끔 만났던 친구가 하나 있었는데 그 친구는 고등학교 친구로 노량진 옆 대방역에 살며 공무원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날은 친구랑 같이 카페에서 공부하고 저희 고시원 옆에 있는 오피스텔 1층 편의점에서 음료를 하나 사 마시고 있었습니다. 잠깐 앉았다가 가려고 했지만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하며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갑자기 인기척과 함께 물이 철퍽철퍽하는 소리가 들려와서 저희 둘은 쳐다봤습니다. 오피스텔 바닥은 옛날 중학교 농구장 초록 바닥 재질이어서 물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는데 한 여성분이 울면서 맨발로 뛰어오는 것이었습니다. 그 여성분은 흐느끼며 오피스텔 비밀번호를 열고 황급히 들어갔습니다.
그러고 곧바로 차량 한 대가 도착하였고 성이 난 남자분이 차에서 내렸습니다. 남자분은 트렁크를 열고 흰색 운동화를 꺼내고는 오피스텔 쪽 방향으로 걸어왔습니다.
"이X발년 어딨어!"
남자분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저희는 구석 자리에서 조용히 앉아있었습니다. 남자분은 두리번대더니 1층 오피스텔 비밀번호를 몇 번 누르다가 경비아저씨와 이야기를 하고는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저희는 데이트 폭력이나 납치 이런 게 아닐까 무서웠고 곧바로 옆에 있는 동작경찰서로 뛰어가서 상황을 말했습니다. 그러자 전화로 신고하면 신고절차상 빠르게 출동할 수 있다고 하였고 저희는 곧바로 신고하였습니다.
오피스텔 바로 옆이 제 고시원이어서 저희는 고시원 안으로 숨었습니다. 한 시간 정도 흘렀을까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고 나가보자 경찰아저씨분께서 상황을 좀 더 설명해 달라고 했습니다. 근처는 경찰 테이프 펜스와 경찰차 두 대가 와있었습니다. 저희는 상황을 설명했고 경찰분은 마지막으로 인상착의에 대해서 물었습니다. 근데 놀라운 것은 저희 둘 다 바로 근처에서 봤는데 얼굴만 뿌옇게 기억이 나지 않는 것입니다. 분명 동시에 봤는데 말이죠.
이어지는 경찰 아저씨 이야기는 충격이었습니다. 일단 경비아저씨는 남자분이 들어온 것도 못 봤고 열어준 적도 없었다고 했고 오피스텔 내부 CCTV와 외부 CCTV에는 앞뒤 두 시간 동안 어떤 사람도 찍히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날 밤, 저는 잠에 들지 못했습니다. 저 혼자였으면 공부하느라 기가 허해서 헛것을 봤나 싶을 텐데 둘 다 아주 멀짱했고 둘이 동시에 본 내용인데 이게 무슨 일이지 싶었습니다.
지금도 가끔 노량진을 추억삼에 자주 놀러 가는데 그곳에 몇 번을 가봐도 섬뜩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6년이 지났는데도 이맘때면 이 이야기가 문뜩 생각이 납니다. 정말 무슨 일이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