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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선우 Jun 26. 2023

서민을 물어뜯는 사냥개들

드라마 <사냥개들> 리뷰

여러분은 호구의 뜻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나요? 원래, 호구(口)는 '범의 아가리'라는 말로 어수룩해 이용하기 좋은 사람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자신의 이득을 챙기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고 '호구'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웃자고 하는 말이지만 개그맨 박명수의 어록 중에 "참을 인 세 번이면 호구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호구'의 의미가 시대를 거치며 변해가듯 한국 영화 속에서도 호구 역할의 모습은 변해갑니다. 하지만 공통되는 점은 호구는 누군가에게 이용당한다는 것입니다. 호구의 아이콘이라고 불리는 캐릭터는 <타짜 1>에서 등장합니다. 권태원 배우가 맡은 호구 역할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데 정마담(김혜수)에게 마음과 돈을 모조리 빼앗겼지만 여전히 그녀를 사랑하는 모습은 오히려 순정이라고 보이기까지 합니다. 최근 인기리 방영한 드라마 <카지노>에서도 타짜 1을 잇는 호구가 등장합니다. 바로, 정석우(최홍일)입니다. 드라마 속 그는 건실한 회사 대표였지만 차무식(최민식)과 만난 후 카지노에 빠져 가진 돈을 모조리 탕진합니다. 그리고 형 동생하며 자신을 극진히 모시던 차무식은 어느덧 석우를 180도 바뀐 태도로 호구처럼 대합니다. 

  

왼쪽 : 타짜 1의 호구(권태형) / 오른쪽 : 카지노 정석우(최홍일)


사실 누군가를 호구 취급하고 이용하려는 이야기는 영화가 아닌 현실에도 비일비재합니다. 최근 한 기사에서 20만 원을 빌리고 7억 원을 갚으라고 협박하다가 잡힌 불법사채업자 이야기를 보았습니다. 코로나 19 시기를 거치며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자 이들을 속이려는 불법사채업자들이 판을 치고 있습니다. 돈이 급한 사람들은 당장 급전을 구하고자 이들의 속임에 넘어가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최근에 개봉한 넷플릭스 시리즈 <사냥개들>은 코로나 19를 배경으로 서민을 호구 취급하는 불법사채업자 이야기를 다룹니다. 정찬 작가의 웹툰 <사냥개들>을 드라마화한 작품으로 서민을 등쳐먹는 불법사채업자들과 맞서 싸우는 통쾌한 복수극입니다. 드라마는 주인공인 김건우(우도환)와 홍우진(이상이) 이 둘을 필두로 서사가 진행됩니다. 둘은 프로 복서를 꿈꾸는 운동선수로 신인왕전 결승전에서 처음 만나게 됩니다. 건우의 레프트 바디로 시원하게 KO 당한 우진은 경기를 마친 후 고기를 먹으며 친해집니다. 


그렇게 건우와 우진이 우정을 쌓아가던 중 사건이 발생합니다. 건우 어머니는 카페를 운영했는데 코로나로 손님이 줄자 가게 운영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었습니다. 그런 건우 어머니를 상대로 대출을 해주겠다고 찾아온 은행원이 있었는데 이것이 불행의 씨앗이었습니다. 그들은 저렴한 금리로 대출을 해주는 것처럼 속여 말도 안 되는 계약서에 사인하게 합니다. 자영업자들에게 대출을 빌미로 사기 행각을 벌이는 이들은 대부업체 '스마일캐피탈'입니다.  


왼쪽 : 웹툰 원작 < 사냥개들 > / 오른쪽 : 넷플릭스 드라마 < 사냥개들 >


대출을 받은 지 1주일이 지나고 스마일캐피탈 용역들은 건우 어머니 가게 철거를 목적으로 찾아가 행패를 부립니다. 건우는 이 사실을 알게 되고 찾아가 용역들을 단숨에 해치웁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스마일캐피탈의 대표 김명길(박성웅)은 다른 부하를 시켜 건우를 제압합니다. 그리고 끝까지 저항하던 건우에게 김명길은 얼굴에 기다란 칼자국을 냅니다. 치료를 마친 건우는 우진과 함께 돈을 구하기 위해 발품을 팔았고 그렇게 최사장(허준호)을 만나게 됩니다. 최사장은 돈이 없어 힘든 사람들에게 이자를 받지 않고 돈을 빌려주고 있었습니다. 그는 건우에게 보디가드 일을 제안하고 2년 치 연봉을 가불 하여 1억을 선지급해줍니다. 건우는 덕분에 위기에서 벗어나게 되었고 우진과 함께 최사장 밑으로 들어갑니다. 


복싱신인왕전에서 처음 만난 김건우(우도환)와 홍우진(이상이)


최사장이 부탁한 일은 그가 딸처럼 여기는 차현주(김새론)를 지키는 일이었습니다. 현주는 위험한 일을 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김명길과 연관된 인물을 쫒는 것입니다. 건우와 우진은 현주를 도우며 스마일캐피탈과 싸우게 됩니다. 일은 점차 커졌고 결국 이 대결에 최사장이 개입하게 됩니다. 최사장과 김명길은 악연이었습니다. 과거, 최사장이 명동 사채 시장의 큰손이던 시절, 김명길은 최사장의 부하였습니다. 하지만 돌연 최사장이 사채시장에서 은퇴하자 김명길은 최사장의 돈을 차지하기 위해 그를 건물에서 떨어뜨려 절름발이 신세로 만들었습니다. 


최사장은 김명길과의 대결을 위해 오랜 부하들을 다시 불러들였고 김명길의 측근을 처리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미 너무 커버린 김명길을 상대하기에 역부족이었고 최사장은 김명길에게 죽임을 당합니다. 김명길을 피해 건우와 우진은 지방에 숨어 지내며 힘을 키웠습니다. 시간이 흘러 건우와 우진은 과거에 비해 체급도 키우고 더욱 강해졌습니다. 그리고 김명길을 치기 위한 세력을 모읍니다. 명길에게 약점을 잡혀 힘들어하던 재벌 3세 홍민범(최시원)과 민범의 사촌 형이자 경찰 고위 간부 강용(최영준)은 건우와 우진과 힘을 합쳤고 김명길과 일당을 모조리 체포하며 이야기는 통쾌하게 마무리됩니다. 


최사장의 칼잡이와 싸우는 김명길(박성웅)


드라마는 각 캐릭터의 강한 개성을 바탕으로 시청자들에게 몰입감을 줍니다. 현재 넷플릭스 1위를 차지하며 인기리에 상영 중인데 재밌는 스토리지만 슬픈 현실을 담고 있습니다. 바로, 호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앞서 언급했던 박명수의 우스갯소리가 그저 웃기에는 현실에 꼭 필요한 지혜가 되었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위협을 받을 수 있는 위험천만한 사회 속 믿을 것을 나 자신 뿐입니다. 순진해서 속은 것을 이제는 호구라고 부르는 슬픈 사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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