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택배 기사 >로 보는 부의 편중성
돈이 없어 6살 딸에게 줄 방울토마토를 훔쳐 입건된 한 40대 여성의 안타까운 이야기가 알려졌습니다. 인간의 생존에는 '의식주'가 필수적이라고 말하는데 의식주를 위해 필요한 게 '돈'인 것을 보면 돈이야말로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드라마 <택배기사>는 산소가 돈인 세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윤균 작가의 <택배기사> 웹툰을 기반으로 제작되었는데 세계관이 참신합니다.
지구와 혜성의 충돌로 대부분의 대륙은 사막으로 변했고 극심한 대기오염이 진행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인류의 1%를 제외한 대부분은 죽게 됩니다. 그리고 40년이 지나 사람들은 산소마스크 없이는 밖을 돌아다닐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청명그룹'은 옥시아늄을 산소로 변환시키는 기술을 통해 산소를 공급하는 독점기업이 되었습니다. 드라마는 산소가 돈이고 권력이 된 세상에서 계층 간의 갈등을 다룹니다. 택배기사 속 세계는 난민, 일반구역, 코어 이렇게 거주구역으로 계층이 갈립니다. 일반구역부터 코어까지 거주자들은 손등 위에 QR 코드를 부여받아 산소와 식료품을 구매할 수 있지만 '난민'은 정부에 등록된 이름도 없이 비참한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드라마를 보면 청명그룹이라는 이름이 재밌었습니다. '청명'은 날이 맑다 혹은 청렴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드라마 속 청명그룹은 청렴과는 거리가 멀고 산소를 통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일부로 공기를 오염시키고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정부가 난민을 일반구역으로 데려오려는 계획을 막기 위해 난민을 학살하기도 합니다. 이들은 난민들이 청명의 혜택을 받으며 살아갈 자격이 없다고 말합니다.
택배기사는 이러한 계층을 뛰어넘는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산소와 식료품을 일반구역까지 배달하기 위해 테러와 같은 공격을 이겨내야 하기에 신체적으로 강인하고 뛰어난 인재들을 택배기사로 채용하였습니다. 5-8 택배기사(김우빈)를 주축으로 한 난민 출신 택배기사들은 블랙나이트라는 조직을 결성해 불합리한 세상과 싸웁니다.
난민을 포함한 정부의 이주계획에 반대한 청명그룹 대표 류석(송승헌)은 아버지를 죽이고 국방부장관과 결탁해 쿠데타를 일으킵니다. 블랙나이트와 정보사 소령 설아(이솜)는 결탁하여 대통령을 구출하고 쿠데타 일당을 진압하며 이야기는 마무리됩니다. 결국 이주계획에 난민들까지 포함되었고 모두가 산소와 식료품을 제공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어갑니다.
난민까지 모두가 생존할 수 있는 산소는 있지만 산소가 없어 죽어가는 난민들의 모습은 마치 현대 사회 부의 편중성을 보는 듯합니다. 전 세계 최고 부호 8명의 재산은 세계 인구 절반의 재산과 맞먹는다고 합니다. 가난하여 치료를 못 받는 사람들이 치료 받을 수 있는 의료품과 기아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먹을 식량은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식량을 살 돈이 없어 죽어가고 있습니다. 코로나 19 이후 부의 편중성은 더욱 심화되었습니다. 문뜩 작년에 방영한 드라마 <금수저>의 한 대사가 떠올랐습니다. "가난은 질병이다" 산소가 돈보다 가치 있는 사회에서 1%는 난민을 사회의 필요 없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현대 사회도 비슷합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돈'이 없는 사람은 사람 자체에 대한 평가가 절하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완벽하게 부의 평등이 실현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사회에서 가치가 없는 존재는 없습니다. 권력이 집중되고 부가 집중되는 현상을 막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사회의 구성원들 자체를 폄하하고 낙인찍어서는 안 됩니다. 모두가 똑같은 수준으로 살 수는 없어도 모두가 같은 존엄성을 인정받으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이것은 객관적 수치의 문제가 아닌 인식의 문제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