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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선우 Sep 05. 2023

나는 누군가가 바란
내일에 산다

드라마 <악귀> Review

"어? 지박령이다. 어떻게 지평좌표계를 고정하셨죠?"


과학 유튜버 '궤도'는 '유퀴즈'에 출연해 귀신을 과학적으로 재밌게 풀어냈습니다.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지박령이 어떻게 빠른 속도로 자전과 공전을 하는 지구에서 같은 위치에 머무는지에 대해 설명한 것인데요.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귀신은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요? 그에 대한 답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존재유무에 대한 고민에 앞서 이들이 왜 이곳에 머무는지에 집중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곳에 떠나지 못하고 남아있는 것은 이승에 대한 미련이 남았기 때문입니다. 즉, 이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입니다.



김은희 작가는 드라마 <악귀>를 통해 청년들이 힘들어하는 것은 기성세대의 책임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또한 자살은 사회적인 타살이라고 말합니다. 드라마 속 사람들은 악귀로 인해 자신의 목에 스스로 줄을 걸고 자살을 합니다. 이들은 보이지 않는 힘으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강요당했습니다. 작가는 이러한 장면을 연출함을 통해 자살은 사회적 타살일 수 있음을 암시했습니다.


주인공 구산영(김태리)은 일찍이 사고로 아빠가 죽은 줄 안 채 엄마와 둘이 열심히 살고 있었습니다. 대리운전부터 궂은 알바까지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고 돈을 벌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모은 돈은 보이스피싱으로 인해 한 번에 다 날리게 됩니다. 범인을 검거했지만 돈을 돌려받을 수 없는 상황임을 알게 되고 산영과 산영의 엄마는 힘들어합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걸려온 전화 한 통에 엄마의 표정이 굳습니다. 바로 산영에게 죽었다고 말한 산영 아빠의 부고 소식 때문이었습니다. 아빠는 산영에게 붉은 댕기를 유품으로 남겼고 그 댕기를 만진 산영은 악귀에 씌게 됩니다.


악귀에 씐 구산영(김태리)


악귀는 산영의 복수를 대신해 주며 점차 강해집니다. 보이스피싱범부터 산영을 괴롭히려는 사람들까지 모두 악귀에게 죽임을 당하고 산영은 죄책감을 느끼게 되죠. 산영의 아버지에게 한 통의 편지를 받은 민속학 교수 염해상(오정세)은 산영에게 붙은 악귀가 자신의 어머니를 죽인 악귀라는 사실을 알고 물심양면으로 돕습니다. 경찰과 교수 그리고 산영까지 셋은 악귀를 없애기 위해 방법을 강구하지만 상황은 점차 심각해집니다.



악귀는 태자귀를 만드는 민속풍습으로 인해 만들어졌습니다. 이는 실제 1958년에 일어난 염매 사건을 모티브로 하였습니다. 악귀는 결국 산영의 육신을 차지하고 산영의 몸으로 자신이 바랬던 삶을 살려고 합니다. 하지만 산영은 강한 의지로 악귀로부터 벗어났고 손가락을 태움으로 악귀를 없앱니다. 비록 남을 해치는 악귀지만 악귀가 자신을 봉인하려는 염해상 교수에게 외친 한 마디는 아직도 귓가에 맴돕니다.


우리는 살려고 했어.
그런데 너희는 죽고 싶어 했잖아!
나는 치열하게 살 거야.
그러니 나를 살려줘!

악귀가 간절하게 바랬던 평범한 일상을 우리는 이미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오늘은 누군가가 간절하게 바랬던 내일인 것이죠. 이미 가진 것에 안주하는 것과 감사하는 것은 다릅니다. 물론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열심히 삶을 살아가는 것은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이미 가진 것에 불평하기보다 감사하고 우리의 일상을 기쁘게 살아가면 어떨까요? 이는 누군가가 간절히 바랐던 오늘을 사는 우리가 가져야 할 하나의 의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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