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친구들과 정말 오랜만에 여행을 왔다. 첫날의 목적지는 선운사 템플스테이. 셋 중 유일하게 운전하는 친구의 차로 출발했는데, 주말이라 차가 많이 막혔다. 그래도 오래 묵은 수다를 떨고 여러 번 쉬다 보니 늦은 오후쯤엔 도착할 수 있었다.
사찰 안내 시간.
미소 지을 때마다 볼우물이 쏙 들어가는 나이 지긋한 비구스님께서 귀에 쏙 들어오게 절 이곳저곳에 대해 설명을 해주셨다. 그중에서 그동안 몰랐던 두 단어의 유래를 알게 된 것이 인상에 남는다. ‘복장 터진다’ 할 때의 그 ’ 복장’. 이 절을 세우고 불상을 만들 때 부처님 배 부분에 절에 관한 기록을 넣고 봉하는 데서 나온 말이라고. ‘야단법석’. 부처님 오신 날처럼 많은 이들이 절을 찾는 날, 좁은 법당 대신 법당 마당 ‘야’외에 ‘단’을 세우고 ‘법’문을 듣는 자리를 만든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렇게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날이니 장사꾼들도 모여들고 밥만 얻어먹으러 오는 사람들은 더 많아서 그야말로 야단법석이었을 것이다.
예불 시간.
외국인 참석자 덕분에 절하는 법과 예불 드리는 법을 아주 상세하게 한 땀 한 땀 교육받을 수 있었다. 절에 가면 언제나 법당 밖에서 보기만 했었는데, 오늘은 자리가 어쩌다 스님 옆이라 예불문도 함께 읊조렸다. 그냥 읽는 게 아니고 그렇다고 음표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특유의 장단과 고저 변화가 매우 리드미컬해서 어찌 따라 해야 하나 잠시 고민했다. 그러다가 그냥 옆에 계신 스님이 입을 떼시면 그때 반 박자 늦게 시작하는 요령을 터득했다. 무슨 뜻인지 모르는 경을 중얼중얼 대노라니, 마치 아주 겸손한 사람이 되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모래 만다라와 싱잉볼 명상.
모래로 어찌 그림을 그리나 싶었는데, 만다라 문양 위에 색모레로 칠을 하는 체험이었다. 다만 색모레를 풀이나 그런 걸로 붙여서 고정시키는 게 아니라, 그저 종이 위에 뿌려 놓기만 한다. 작고 작은 모래알들을 꼼꼼히 정성껏 모양대로 잘 뿌려 놓은 다음에는 애써 그린 것들을 스스로 다시 뭉개 허물어버린다. 이미 만들어 놓은 것에 집착하거나 갇히지 않는 경험을 체험하는 것이다. 그런데 체험 시작 전에 스님께서 다른 사람들 하는 것 볼 필요 없이 자기 것에만 집중하며 수행처럼 하라 하셨는데, 바로 그때부터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지 너무너무 궁금해서 죽을 뻔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