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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로 Moreau Jun 11. 2024

닮은 꼴의 상부상조

나이가 다르지만, 종종 만나 함께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수다를 오래 떨어도 할 말이 끊이지 그런  않는 그런 친구 둘이 있다. 오늘도 내 퇴근 시간에 맞춰서, 함께 늦은 점심을 먹고 여느 때처럼 수다를 떨었다. 그중 나보다 나이가 좀 어린 친구의 딸이 이제 중2 사춘기가 되어, 요즘 그 친구는 근심이 늘었다. 나와 또 나보다 나이가 좀 더 많은 다른 친구는 벌써 아이들이 그보다는 훨씬 많이 자랐기 때문에, 그런 말을 들을 때면 항상 그저 걱정 말라고 애들이 그 맘때 다 그런 거고 그러다가 또 괜찮아진다고 말해주곤 했다.


그런데 지난번 만났을 때는 그렇게 말하고 집에 돌아와 기억을 떠올려보니, 나도 그때쯤 많이 힘들어서 한 번은 울기까지 했던 기억이 났다. 그래서 오늘은 그 친구에게, 나도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 무렵에 놀랍고 서운해서 운 적도 있었다고 말해줬다. 친구는 아마 자기도 나처럼 울지도 모르겠다고 말하면서도, 어쩐지 그저 걱정 말라고 위로해 줄 때보다, 훨씬 위로를 받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무슨 일인지, 그렇게 힘들었던 기억을 떠올리고 친구에게 경험을 말하는 동안 나도, 물론 오래전 일이긴 하지만, 스스로 위로가 되었다.


*


그런 이야기를 주고받는 도중에, 오래된 또 다른 (나보다 나이가 어린) 친구에게서 아주 오랜만에 전화가 걸려왔다. 보통은 만나자 하기 전에 톡을 먼저 주고받는데 전화를 하는 걸 보고 무슨 급한 일인가 싶었는데, 둘째가 고3이라 답답한 마음에 내게 조언을 구하고 싶어 하는 것이었다.


내게 누군가 입시 상담을 하는 일은 거의 없다. 나는 그런 것에 관해 아는 게 없는 엄마라는 걸 주위 사람들은 다 안다! 그럼에도 그 친구가 내게 전화를 한 건, (공부와 항상 사이가 좋지 않던) 우리 집 큰 아이가 고3 시절에 나도 그 친구에게 입시 때문에 이것저것 조언을 구했었기 때문이다. 그 친구도 (역시 내 친구답게) 입시나 학원 같은 것은 잘 몰랐지만, 그때 그 친구의 첫째는 이미 입시를 거쳤고, 친구의 딸의 친구들이 다녔던 학원들을 여기저기 물어봐서 내게 알려줬고, 나는 그때 그 친구가 그렇게 알려줬던 학원에 보냈고 어쨌든 좋은 결과가 있었다.


그리고 오늘 나는 그 친구에게, 그때 그 친구가 내게 알려줬던 그 친구의 딸의 친구가 다녔던 학원들을 다시 알려줬다.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봐서 자기가 내게 알려줬던 학원 이름을, 내 친구는 전혀 기억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누가 옆에서 우리가 하는 양을 지켜봤다면, 얼마나 웃겼을까?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라도 서로 도우며 그럭저럭 잘 살아가는, 닮은 꼴의 좋은 친구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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