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57

<천 개의 고원> 하루 네 쪽 읽기, p.245~248

by 미르mihr



하지만, 모든 것은 항상 혼합되어 있으니, 어떤 기만자가 자신을 이 유일한 배반자로 여기지 않겠는가? 또 어떤 배반자가 어느 날엔가, 그도 결국 기만자에 불과했다고 말하지 않겠는가?


Mais, toujours mixte, quel tricheur ne se prend pour un seul traître? et quel traître ne se dit pas un jour qu'il n'était après tout qu'un tricheur?






선녀와 나무꾼.


나무꾼은 선녀를 기만했다. 그녀의 날개 옷을 감춘 채 모른 척 시치미를 뚝 떼고, 그녀를 자기 집으로 데려가며 오히려 그녀에게 선의를 베푸는 양 했으니 말이다. 후에 선녀는 나무꾼을 배신했다. 그이 덕분에 지상에서 잘 먹고 잘 살았던 세월이 몇 년인데, 냉큼 혼자서 높고 높은 하늘나라로 사라져 버렸으니 말이다.


하지만 애초에, 순수하고 고귀한 하늘나라에서 살았던 선녀에게는 씻어낼 때가 없으니, 목욕 따위는 필요 없었을 것이다. 다만 그녀는 아무런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 하늘나라와 달리 지지고 볶는 지상의 굴곡들이 궁금했기에, 삶의 실험과 모험을 찾아서 내려왔던 것이다. 나무꾼이 날개 옷을 감춘 것을, 고귀한 하늘나라의 선녀가 몰랐을 리 있겠는가.


나무꾼 역시, 본디 하늘나라 태생인 선녀가 언젠가는, 하찮은 자기 자신과 비루한 이 지상의 삶을 떠나리라는 것을 몰랐을 리 없다. 그래서 아이가 셋이 아니라 둘일 적에 날개옷을 돌려준 그의 내심은, 그의 욕망은 이랬다. 그 자신은 비록 고달픈 지상을 떠날 수 없을지라도, 또 다른 자기 자신 - 자기 분신인 아이들은 더 고귀한 곳을 향해 상승할 수 있으리라, 그것은 곧 그 자신의 상승이기도 하리라.


우리들(? 당신은 아니라고?) 마음속에는 이런 식으로 협력하거나 투쟁하는, 배반하고 기만하는, 선녀와 나무꾼이 항상 함께 살고 있다.



이전 26화Day 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