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고원>> 하루 네 쪽 읽기, p.479~482
어느 날, 어느 계절, 어느 사건의 개체성이란 무엇일까?... 하나의 정도, 하나의 강도는 다른 정도들, 다른 강도들과 합성되어 또 다른 개체를 형성하는 하나의 개체, 즉 <이것임>이다.
Qu'est-ce que l'individualité d'un jour, d'une saison, ou d'un événement?... Un degré, une intensité est un individu, <Heccéité>, qui se compose avec d'autres degrés, d'autres intensités pour un autre individu.
엊저녁, 마땅한 저녁거리가 없어 (차리기 간단한) 떡국이나 끓일까 싶어 육수를 우려내는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남편이 '부침개나 부쳐 먹으면 어떨까'라는 것이 아닌가. 그리곤 내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벌써 동네 구멍가게로 (막걸리를 사러) 달려 나가고 있었다. 저녁 준비를 간단히 마치려던 나는 잠시 속 쓰림을 느끼며, 다시 냉장고 문을 열어, 그럭저럭 남아있던 이런저런 야채들을 주워 모아 채를 썰어 야채 전을 부치기 시작했다. 그런데 부침개 맛이, 이상하게도 평소와 달리 뭔가 많이 허전했다.
남편과 함께 막걸리를 한 잔 하면서도 나는, 왜 오늘 이렇게 부침개 맛이 허전한가를 계속 고민했다. 야채 전이라 함은 무릇 호박이나 고구마, 이런 달달한 야채가 들어가야 맛이 나는데. 없었다. 또, 감자는 무릇 갈아서 부쳐야 제맛인데. (저녁을 간단히 해치우겠다고 마음먹었던 나는) 매우 귀찮았다. 그러니 이런 맛이 나는 수밖에. 그래도 어떻게 구제할 방법이 있지 않을까? 나는 다시 희망을 품고, 남은 반죽에 (고모님이 집에서 직접 담가 주신 것 말고, 마트에서 사 온 태양초) 고추장을 넉넉히 투척해서 다시 부쳤다. 그 맛을 본 남편과 나는 이렇게 외쳤던 것이다.
바로 <이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