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21

<<천 개의 고원>> 하루 네 쪽 읽기, p.511~514

by 미르mihr



소녀는 빠름에 의해 늦는다. 그녀를 기다리는 사람의 상대적 시간과 비교해 보면, 소녀는 너무 많은 것을 행했고, 너무 많은 공간을 가로질렀다. 그래서 소녀의 외관상의 느림은 우리 기다림의 미친 빠름으로 변형된다.


Une jeune fille est en retard par vitesse : elle a fait trop de choses, traversé trop d'espaces par rapport au temps relatif de celui qui l'attendait. Alors la lenteur apparente de la jeune fille se transforme en folle vitesse de notre attente.






나는 지각을 '못'하는 사람이다. 어릴 때는, 규칙을 지키는 게 착한 사람이라 여기듯 약속 시간을 지키는 게 착한 사람이라고 믿었기에, 그냥 자연스럽게 지각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한데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은, 항상 나를 기다리게 만들었다. 뭐, 그런 설레는 기다림은 나쁘지 않았다. 그렇다면 상대방에게도 그런 기회를 한 번 줘 봐? 그런 생각으로 아무리 천천히 준비를 해도, 나는 언제나 먼저 약속 장소에 닿아있다. 나이가 들면서는, 어쩐 일인지 더더욱 그렇게 되어버리고 말았다.


들뢰즈를 읽다 보니,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나도 (착한 소녀 대신) '빠른 소녀'가 되고 싶다. 목적지와 시간에 연연하기보다는, 이런저런 꾸밈과 되기와 상상으로 즐거워하면서 그 설레고 기쁜 시간을 한없이 늘릴 줄 아는, 미치도록 빠른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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