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중국의 신데렐라
이번에는 포르투갈 민화집 속의 신데렐라 이야기인 ‘아궁이 고양이’를 살펴보자. 여기에서는 아시아적 요소인 물고기와 수중 세계가 등장한다.
『세 딸을 둔 아버지가 어느 날 황금빛 물고기를 얻어 와 막내딸인 ‘아궁이 고양이’(늘 아궁이 곁에서 지내기에 붙여진 별명)에게 요리하라고 명령한다. 그러나 이 물고기의 아름다움에 반한 딸은 아버지에게 부탁해 이 물고기를 키우겠다 하고 자기 방 어항에 넣어둔다. 그런데 물고기는 막내딸에게 자신을 우물에 놓아달라고 부탁하게 되고, 막내딸은 그 부탁을 들어준다. 며칠 후 언니들이 연회에 가고 없을 때, 아궁이 고양이가 물고기를 보러 우물가에 가자, 물고기는 그녀를 물속 궁전으로 초대해 아름다운 옷을 입히고 황금 구두를 신기고 아름다운 마차에 태워 언니들이 간 연회장으로 보내준다.
연회가 끝나 막내딸이 서둘러 돌아가면서 황금 구두 한 짝을 떨어뜨린다. 그것을 주운 왕은 구두의 주인과 결혼하겠다고 선포한다. 그때 황금 물고기는 미리 막내딸에게 청혼을 하는데 그의 청혼을 받아들이자 물고기는 순식간에 잘 생긴 젊은이로 모습을 바꾼다. 그는 바로 막내딸의 구두를 주운 왕의 아들이었는데 마법에 걸렸었던 것이다. 막내딸은 구두 주인을 찾는 왕에게 찾아 가 자신이 이미 그의 아들과 결혼을 약속 한 사실을 알리고, 왕은 우물에서 왕자를 꺼내 준다. 그 후 왕자는 왕이 되었고 아궁이 고양이는 왕후가 되었다.』
이 이야기 속에서 수중 세계는 이중의 전환이 이루어지는 장소다. 물고기는 막내딸의 사회적 지위 상승을 실현시키면서 동시에 왕자 자신도 물고기에서 인간의 모습으로 변환된다. 신화에는 주인공이 수중 세계로 들어가 결혼하는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이는 신석기시대부터 생겨난 족외혼의 문제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족외혼은 먼 곳에 있는 상대와 결혼하는 것인데, 신화의 상상력은 인간 세계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세계까지 확장되었던 것이다.
아궁이 고양이의 중개기능
또한 이야기 초반에는 임금님과 왕자, 막내딸과 가족들 간에 커뮤니케이션이 단절되어 있다. 그러나 왕자와 막내딸이 서로 맺어진 후에는, 그 둘의 이중적인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역시 실현된다. 인간 세계에서 가장 곤란한 일은 망자와 소통하는 일이다. 그런데 수중세계는 인간 세계와는 다른 세계로서, 망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회로를 열어놓는 역할을 한다.
*
현재까지 발견된 것 중 가장 오래된 신데렐라는 9세기 중국 소수민족의 <섭한 이야기>인데, 여기에서도 물고기의 뼈가 초자연적 중개자 역할을 한다.
『동주국의 오씨에게 섭한이라는 딸이 있었다. 어머니가 일찍 죽고 아버지도 나이 들어 죽어버리자 계모의 학대를 받았다. 어느 날 섭한은 금빛 눈의 물고기 한 마리를 얻어 남몰래 키웠다. 물고기가 나날이 자라 집 뒤 연못에 놓아주고 남은 음식을 먹였다. 섭한이 연못에 가면 물고기가 머리를 내밀었지만 다른 사람이 가면 나오지 않았다. 계모가 그 사실을 알고, 섭한의 옷으로 갈아입고 가 물고기를 잡아 요리해 먹었다. 딸이 물고기를 볼 수 없어 통곡하자, 하늘에서 내려온 이가 물고기의 뼈를 추려 방에다 숨겨두고 소원을 빌라고 말해주었다. 그 말대로 하니 원하는 것은 뭐든지 생겼다.
동의 축제가 열리는 날이 되어 어머니가 축제에 가자, 섭한은 자신도 금으로 된 신발을 신고 축제에 갔다. 부리나케 돌아오느라 신발 한 짝을 두고 왔는데, 임금이 그 신발을 주워 여자들에게 그것을 신어보게 명령했다. 발이 작은 사람이 신어도 한 치 정도 작았는데, 섭한을 찾아 내 신겨보기 딱 맞았다. 자초지종을 들은 왕은 물고기 뼈와 섭한을 태우고 가, 섭한을 왕비로 삼고 1년 동안 물고기 뼈에 너무 많은 욕심을 빌어 보석을 수없이 얻었다. 해가 바뀌자 뼈는 더 이상 소원을 들어주지 않았고 바다로 돌아갔다.』
물고기 뼈를 소중하게 다루면 행운이 주어진다는 사고는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고래나 범고래 같은 수중 세계의 왕이 인간을 기아로부터 구원하기 위해서 인간에게 물고기를 선물로 보내주기 때문에, 먹고 남은 뼈를 함부로 버리면 큰일 난다고 옛사람들은 생각했던 것이다.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이 지켜야 할 근본적인 윤리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던 옛사람들은 물고기나 짐승의 뼈를 멋지게 장식하고, 그들이 온 곳으로 되돌려 보내 주는 ‘제의’를 통해, 자연에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다양한 양식을 만들려 노력했다.
초자연이 가져다주는 부는 경제가 아닌 증여다. 경제가 아끼고 절약하여 사회적 교환의 회로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면, 자연이 베푸는 증여는 제한이 없고 절약하거나 아까워하지 않고 원하는 것은 뭐든지 준다. 그러나 신화 속에서 자연이 증여하는 부를 얻을 수 있는 사람은 다른 세계, 즉 망자 혹은 초자연과 소통할 수 있는 사람만이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으로 믿었다.
순수증여와 경제활동 개념도 (출처 : 대칭성인류학)
그런데 가장 오래된 섭한이야기에서도 이미 초자연과의 소통을 통한 증여가 재물이나 부의 획득이라는 경제적 의미로 축소되어 버렸다. 그렇다면, 경제활동과 사회적 성공이 인생 최대의 목적이 아닌 사람들은 과연 이런 신데렐라 이야기를 어떻게 바꾸고 싶어 할까?
6장. 신데렐라에게 맞서는 신데렐라
북아메리카 인디언 미크마크족은 유럽인들의 신데렐라 이야기를 비평 정신으로 받아들여 그에 대항할만한 자신들의 새로운 신데렐라 이야기 <보이지 않는 사람>을 창조했다. 그들은 신데렐라 이야기를 들은 후, 그 이야기를 들려준 유럽인들에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고 한다.
『호숫가 마을에 보통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사람’이 살았다. 이 사람은 위대한 사냥꾼이었고, 누군가 이 사람을 볼 수 있다면 이 사람과 결혼할 수 있다. 많은 소녀들이 그와 결혼해 풍족한 생활을 하고 싶은 마음에서, 그를 보기 위해 온갖 시도를 했지만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다. 같은 마을에 아내를 잃은 남자가 있었는데, 세 딸 중 막내는 몸집이 작고 병치레를 많이 하는 통에 언니들의 구박을 받았다. 큰 언니는 막내 동생의 얼굴과 손에 화상까지 입혀서, ‘불에 덴 흉터가 있는 소녀’라고 불렸다. 어느 날 이 소녀는 아버지에게 모카신을 물려받고, 자신의 운명을 점치기 위해 보이지 않는 사람을 찾아 나섰다.
그러나 아버지의 모카신이 너무 컸기 때문에 호숫물에 담가 오그라들게 만들어 자기 발에 맞게 만들었다. 입고 있던 옷도 너덜거려, 숲으로 가 자작나무 껍질을 벗겨 옷을 만들어 입고 갔다. 그런 소녀의 모습은 늙은이처럼 보였기 때문에 언니들은 막내딸의 기묘한 모습을 놀려댔다. 그런 막내딸의 눈에는 다른 이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사람’이 확실히 보였다. ‘보이지 않는 사람’의 여동생이 막내딸을 따뜻하게 맞이 해, 그녀의 몸을 정성스럽게 씻어주자, 온몸의 상처와 때가 말끔히 사라졌다. 그 후 소녀는 보이지 않는 사람의 아내가 되었다.』
유럽의 왕자님에게 아름다움이란 외관상의 아름다움이었고, 신데렐라 역시 그런 욕망의 눈을 어떻게 사로잡을 것인지에만 집중한다. 미크마크판 신데렐라는 이런 ‘보이는 것’과 ‘보여주는 것’을 철저히 부정하면서 ‘보이지 않는 사람’을 등장시킨다. 그를 볼 수 있는 사람은 그와 똑같이, 영혼이 고귀한 사람이어야 한다. 이들은 유럽의 왕자님이 볼 수 없는, 세계의 진실을 보는 사람들이다.
또한 미크마크 인디언은 ‘아궁이’가 인간의 세계와 영혼의 세계를 중개하는 장소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재투성이고 누더기 입은 소녀를, 불에 데어 피부가 누덕누덕 기운 것처럼 된 소녀로 변형시켰다. 신데렐라는 마술 지팡이에 의해 아름답게 변신되는데, 이 소녀는 스스로 기묘한 치장을 한다. ‘요정한테 받았으며 새것이고 딱 맞으며 다른 누구에게도 맞지 않는 신발’인 신데렐라의 구두는 ‘아버지한테 받았으며 헌 것이고 헐떡거려서 발에 맞지 않는 신발’인 모카신으로 반전되었다. 세밀한 부분까지 주도면밀하게 이야기를 반전시킨, 뛰어난 패러디 감각이 엿보이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