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발기가 필요해
오늘은 주말이지만,
잠시 처리할 게 있어 판교에 다녀왔다.
어차피 금방 끝나는 일이니,
가는 김에 백화점에 들러
아기용품을 구경하기로 했다.
기저귀, 손수건, 비닐봉지, 물티슈,
분유, 담요, 선풍기, 모빌, 여벌옷,
장난감, 딸랑이, 유모차...
40분 거리인데
마치 2박 3일 여행을 준비하는 기분이다.
짐이 한가득이다.
다행히,
성준이는 차 안에서 얌전했다.
울지도 않고,
이따금 딸랑이 흔들다가
어느새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
볼일을 마친 뒤, 백화점에 들렀다.
그냥 구경만 하려던 발걸음이
자꾸 멈췄다.
귀엽고 예쁜 아기 옷들.
작고 앙증맞은 신발.
모자 하나에도 마음이 갔다.
“이 옷 너무 예쁘다...
지금 입히면 딱 맞을 것 같아.”
“이건 조금 있으면 신길 수 있을 것 같아.”
“이 모자 너무 귀엽네.”
다 맞는 말이고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어차피 한두 달이면 작아질 옷이야.”
“신을지 안 신을지도 모르잖아.”
그 말 안엔
사주고 싶은 마음과
참아야 하는 마음,
그리고 괜히 미안한 마음까지
모두 섞여 있다.
요즘 성준이는 손가락을 자꾸 빨아
언지손가락이 자주 부어서,
치발기 하나를 사기로 했다.
딸기, 바나나, 기린, 수박, 말, 코끼리...
모양도 색도 다양했다.
필요해서 산 물건인데도
못 사준 것들이 자꾸 마음에 남았다.
성준이는 참 귀엽다.
무엇을 입혀도, 어떤 걸 줘도 예쁠 아이.
그래서 더 사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 마음을, 오늘도 꾹꾹 눌러본다.
2018.08.05.
생후 8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