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갈비탕이라도

37도의 무더위

by 아둘내미

오늘은 아파트에 장이 서는 날.

일주일에 한 번뿐이라 일찍 퇴근했다.

최근 계속 찹쌀도너츠를 못 사준게

괜히 마음에 걸렸다.


오늘 날씨는 기온 37도.

숨이 턱턱 막히는날씨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도너츠 가게 자리에 도착했는데,

이번에도 트럭이 안 보인다.


근처 상인에게 물으니

“요즘 날씨가 너무 더워서 장사도 안 되고

장사 나온 사람이 거의 없어요”


요즘 계속 못 사줬는데...

빈손으로 가기 좀 그래서

단지 내 상가의 돈가스집으로 향했다.


“맛과 품질을 위해 포장 판매는 하지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결국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도너츠 실패, 닭강정 실패, 돈가스도 실패.
혹시... 다른 거 먹고 싶은 거 있어?”


"그냥 와"

"아니야. 나도 저녁 먹어야지. 사서 갈게."


잠시 고민하던 아내가 말했다.

“갈비탕.”


걸어서 15분 거리.

갈비탕집이 영업 중인 걸 확인하고

2인분을 포장 주문했다.


왕복 30분 거리.
천천히 걸어가는데
땀 때문에 눈이 따가울 정도였다.


하하,

웃음밖에 안 나오는 날씨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갈비탕을 데워
아내에게 내밀고

나는 성준이와 놀아줬다.


20180812_131844.jpg 너무 더운 날씨에 나시 하나만 입은 성준이


맛이 괜찮았는지
아내는 한 그릇을 뚝딱 비운 아내.


그걸 보는 것만으로도

힘들게 다녀온 보람이 느껴졌다.


“내일 성준이 잘 때 데워 먹어.

귀찮다고 안 먹지 말고.

난 어차피 매일 식당 밥 먹잖아.”


"그래도 뭐라도 좀 먹지..."


"괜찮아. 요즘 입맛이 별로 없네."


아내는 하루 종일

안아주고, 달래고, 토닥이고..

녹초가 되어 있었다.


작은 아이지만

그 하루를 감당하는 일은
결코 작지 않다.


그 고단함이

아내 얼굴에 고스란히 새겨져 있었다.


회사에서 일찍 퇴근할 때

눈치가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빨리 돌아올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런 날엔,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서로 조금 더 버틸 수 있으니까.


DSC07567.JPG 성준이 감기 걸릴까봐 에어컨을 틀 순 없고...창가에서 토닥토닥.





2018.08.09.

생후 9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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