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결혼 5주년.

그냥 오다가 샀어.

by 아둘내미

오늘은 결혼 5주년.


사실 나는

생일이나 기념일 같은 걸

잘 챙기는 사람이 아니다.


맞벌이 가정의 셋째였고,

부모님은 늘 바빳다.


내 생일은

용돈을 조금 더 받는 날 정도였다.


하지만 아내는 나와 다르니까.

5주년 그냥 넘기고 싶진 않을 테지.


그래서 오늘은

회사에서 눈치 보며

간신히 정시에 퇴근했다.


가는 길에 조각 케이크 두개,

예약해 둔 꽃집에서 꽃다발 하나.


IMG_9041.JPG 이 작은게 왜 이렇게 비싼거지.


꽃다발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며칠이면 시들어버릴 걸

5만 원이나 주고 산다는 게.


그 돈이면

두달치 내 용돈인데.


그래도

꽃다발 하나, 조각 케이크 하나로

오늘이 행복해진다면

괜찮은 선택일지도 모르겠다.


집에 들어와

육아에 지친 아내에게

아무렇지 않은 척,

툭 내밀었다.


아내의 놀란 얼굴,

그리고 바로 따라오는 웃음.


“그냥 오다가 샀어.”


나는 아무 일도 아닌 척

성준이랑 놀아줬다.


DSC08568.JPG


살짝 돌아보니

케이크랑 꽃을 탁자위에 올려두고

이리 저리 사진을 찍고 있는 아내가 보인다.


좋아하는 것 같아서

다행이네.



2018.09.07.

생후 1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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