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오다가 샀어.
오늘은 결혼 5주년.
사실 나는
생일이나 기념일 같은 걸
잘 챙기는 사람이 아니다.
맞벌이 가정의 셋째였고,
부모님은 늘 바빳다.
내 생일은
용돈을 조금 더 받는 날 정도였다.
하지만 아내는 나와 다르니까.
5주년 그냥 넘기고 싶진 않을 테지.
그래서 오늘은
회사에서 눈치 보며
간신히 정시에 퇴근했다.
가는 길에 조각 케이크 두개,
예약해 둔 꽃집에서 꽃다발 하나.
꽃다발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며칠이면 시들어버릴 걸
5만 원이나 주고 산다는 게.
그 돈이면
두달치 내 용돈인데.
그래도
꽃다발 하나, 조각 케이크 하나로
오늘이 행복해진다면
괜찮은 선택일지도 모르겠다.
집에 들어와
육아에 지친 아내에게
아무렇지 않은 척,
툭 내밀었다.
아내의 놀란 얼굴,
그리고 바로 따라오는 웃음.
“그냥 오다가 샀어.”
나는 아무 일도 아닌 척
성준이랑 놀아줬다.
살짝 돌아보니
케이크랑 꽃을 탁자위에 올려두고
이리 저리 사진을 찍고 있는 아내가 보인다.
좋아하는 것 같아서
다행이네.
2018.09.07.
생후 1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