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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리 Nov 06. 2021

홀리뱅 허니제이의 대 서사시

<스트릿 우먼 파이터> 리뷰

스트릿 우먼 파이터가 끝난 후에도 그녀들의 행보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엠넷이 만든 서바이벌 댄스 프로그램으로 인해 늘 spotlight 뒤에서만 존재하던 댄서들이 전면으로 부상하게 되는 새로운 전환점이 되었다.

스우파는 연출의 의도였든지 아니었든지 허니제이의 기승전결 서사로 만들어진 영화 같은 스토리가 압권이었다.

허니제이는 오늘날 한국 스트릿 걸스 힙합의 주류 스타일을 개척하여 하나의 장르가 돼버린 전설적인 팀인 퍼플로우를 만들고, 힙합씬에서 알아주는 댄서임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약체로 지목받고 연달아 패배했다. 치고 올라오는 뉴 제너레이션들 속에서 이제 한물 간 댄서로 의심받았다.

그녀를 노 리스펙트 배틀에서 약자로 지목해서 결투 신청을 한 센 언니 리헤이는 한때 그녀의 제자였다. 그녀가 소속된 코카 N 버터는 퍼플로우에서 허니제이와 함께 했던 크루들이 나가서 주축이 되어 만든 팀이다.

서로 갈등하여 결별한 스승과 제자의 일촉즉발의 배틀은 모두를 주목시켰지만 예상과는 달리 리헤이가 스승을 이기고 만다.

그러나 허니제이가 곧바로 패배에 대해 깨끗이 인정하는 듯 내민 화해의 포옹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안겨줬다. 허니제이와 적대관계였던 리헤이를 비롯한 코카 N 버터 팀원들은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며 꼭 안고 놓지 못하는 두 사람을 보며 모두 눈물을 쏟고 만다.

1대 1 타이가 나왔을 때 동시에 경쟁하며 같이 하게 된 프리 스타일 라이벌 배틀에서 스승과 제자가 마치 짠 듯 똑같은 춤을 추는 동작은 경이로웠다. 미워하면서도 서로 오랜 시간 함께 해온 세월에 대한 방증이었다.

홀리뱅은 다른 팀들과는 달리 사제지간으로 구성된 관계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리더십은 독재가 아닌 부드러운 화합이었고 약육강식의 정글 같은 경쟁 속에서도 양보의 미덕을 발휘하며 다른 팀에 대한 배려이기도 했다. 그것은 퍼플로우에서 시행착오를 거쳐 깨달은 그녀의 성숙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허니 제이는 그러면서도 치열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기에 끝내는 우승할 수 있었다. 마지막 우승 발표 후에 리헤이가 달려 나와 진한 포옹을 오랫동안 하며 그 서사의 대미를 완성시켰다. 연출이 아닌, 삶이 만들어내는 극적인 아름다운 결말에 모두가 응원하며 박수 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리정을 좋아한다. 리정이 스우파 최고의 댄서라 생각하기에 파이널에 오르지 못하고 탈락한 게 너무나 아쉬웠다. 그녀의 자신감과 당당함이 너무나 멋져 보였거든. 최고의 실력이 뒷받침되어 있기에 가능한 거라서..

마지막 치카와 배틀 전 인터뷰에서 이길 수 있다고 말하는 리정에게 제작진은 '상대가 가비잖아요' 라며 그녀의 기를 꺾었다. 그때 리정의 대답은 조금도 기죽지 않으며 당당하게 '근데 저는 리정이잖아요!'였다.

누군가의 의문과 염려에 내 이름 석자를 당당히 말하며 보일 수 있는 자신감은 오랫동안 한 분야에서 피땀과 열정을 쏟아부어 최선을 다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대답이기에 그저 리스펙트 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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