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틀렸다고, 정말 말할 수 있을까?”
트럼프를 좋아하진 않는다.
하지만, 그를 완전히 틀렸다고도 말할 수 없다.
그의 언행은 종종 불쾌하고, 그가 만든 언어는 자극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에게 끌렸다.
그건 정치가 아니라 본능의 반응이었다.
트럼프의 뿌리는 독일계 이민자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이민자 추방”을 외쳤다.
자신이 속했던 근원을 부정함으로써,
‘이민자 2세’라는 태생적 약점을 스스로 지워버린 것이다.
그건 정치적 계산이 아니라, 유전자에 각인된 생존 본능이었다.
그는 술, 담배, 약물을 하지 않는다.
자기관리의 상징처럼 보이지만, 그건 절제가 아니다.
형이 알코올중독으로 죽었을 때,
트럼프는 형의 죽음을 슬픔이 아니라 루저의 실패로 해석했다.
그때 그는 결심했을 것이다.
‘나는 절대 루저로 살지 않겠다.’
그 결심은 인간적 상처의 흔적이 아니라,
세상을 승자와 패자, 둘로만 나누는 사고의 시작점이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늘 단순한 등식이 있다.
“강자는 생존하고, 약자는 도태된다.”
이건 정치 전략이 아니라 생존 논리다.
이념 이전에, 인간의 가장 오래된 본능이다.
Winner = 생존자
Loser = 제거 대상
법학이나 의학처럼 ‘과정’이 필요한 영역을
그는 “시간 낭비”라고 여긴다.
“왜 그 고생을 해? 변호사도, 의사도 돈으로 사면 되잖아.”
이 한마디가 그의 세계관을 압축한다.
노력은 의미 없고, 결과만이 존재하는 세계.
이건 도덕이 아니라 생존의 언어다.
그의 본능은 위기 앞에서도 정확하게 작동한다.
TV 토론 중 사회자가 물었다.
“당신, 여성 비하 발언을 한 적 있습니까?”
트럼프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했다.”
그리고 곧 덧붙였다.
“그건 로지 오도넬에게만 한 말이다.”
순간적으로 공격의 방향이 바뀌었다.
이건 계산이 아니라 순간 반사신경 같은 본능이다.
가르쳐서 얻는 능력이 아니라,
위기에서 살아남는 생물의 감각이다.
트럼프를 비판하는 건 쉽다.
하지만 그를 만든 건 그 자신만이 아니다.
그는 우리가 외면하고 싶은 인간의 한 단면,
‘살기 위해선 누군가를 밟아야 한다’는
잔혹한 생존의 논리를 그대로 드러낸 존재다.
나는 그걸 보며 불편함을 느낀다.
왜냐면 그 안에 나의 본능도 숨어 있기 때문이다.
이기적 생존의 논리가 틀렸다고 말할 수 없다는
사실,그게 불편하다.
그러나 동시에 안다.
그 논리가 질서가 되는 순간,
결국 밀려나는 건 언제나 가장 약한 쪽이다.
그러니 인간은 본능만으로 살 수 없다는 걸 깨닫고,
도덕과 규칙을 정해 함께 살아가기 시작했다.
약한 자에게 남은 방패는 제도와 윤리다.
그 방패가 사라지면, 그들에겐 무기와 폭력뿐이
남는다.억압된 본능은 결국 폭동과 분노의 형태로 터져 나온다.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다시 원시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우리가 인간이라 불리는 이유는,
수만 년 동안 본능 위에 ‘이념’을 쌓아올렸기
때문이다.그건 단순한 억제가 아니라,
공존을 위한 진화의 결과였다.
트럼프가 보여준 건 인간 본능의 극단이다.
그러나 그 본능은 그에게만 있는 게 아니다.
그를 지켜보는 모든 이 안에도
동일한 불씨가 숨어 있다.
그래서 그는 더 조심해야 했다.
자신의 본능이 대중의 분노와 결합할 때,
그건 문명 전체를 후퇴시킬 불이 되기 때문이다.
플라톤이 살던 기원전 4세기의 그리스에서도
같은 질문이 있었다.
“정의로운 자가 불의한 자보다 왜 더 고통받는가?”
『국가』에서 제자 글라우콘은 스승에게 따져 물었다.
“착하게 살아봤자 무슨 소용입니까?
악한 자들은 더 잘 먹고 잘 삽니다.”
그때 플라톤은 ‘국가’라는 거대한 비유로 답했다.
“정의는 약자를 위한 방패이며,
인간이 본능을 넘어 이성을 세운 이유다.”
그가 말한 국가는 단순한 정치체제가 아니라
인간 내면의 축소판,
즉, 욕망(본능)과 용기(의지), 그리고 이성(이념)의 균형이었다.
그 균형이 무너지면, 인간은 다시 짐승으로 돌아간다고 그는 말했다.
결국 도덕과 윤리, 법과 제도는
약한 자를 억압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모두를 짐승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한 장벽이었다.
그 벽이 무너질 때,
문명은 언제든 다시 원시로 회귀한다.
•한때 ‘기회의 땅’이라 불리던 나라,
이민자들이 이상을 찾아 세웠던 미국은
이제 또 다른 벽을 쌓고 있다.
•한때 세계의 경찰이었지만,
지금의 미국은 본능이 이념을 이긴 나라가 되었다.
트럼프는 그 얼굴이 아니라,
우리가 외면해온 본능의 그림자일지도 모른다.
세계의 경찰에서,
본능이 이념을 삼킨 나라로.
인간의 본능과 이념 사이,
우리가 여전히 인간일 수 있는 이유를 탐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