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인의 녹스 II — 가면의 끝에서〉

사랑의 방식이 아니라, 생존의 방식

by Y GUASI



그는 사랑의 방식을 몰랐다.
오직 생존의 방식만 터득했다.




루인은 언제나 일정했다.
말의 온도, 걸음의 속도, 표정의 각도까지.
그의 하루는 치밀하게 정돈된 루틴 위에서만

움직였다.

비온은 그 질서가 처음엔 좋았다.
예측 가능한 사람, 흔들리지 않는 사람.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느꼈다.
그의 세계는 완벽했지만, 어딘가 숨 막혔다.
사람들은 그를 냉정하다, 융통성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온은 안다.


그 완벽함은 차가움이 아니라 두려움의 언어였다.

비온이 처음 루인을 좋아한 건 그의 웃음

때문이었다.
말도 많고, 장난도 많았다.
둘이 함께 있을 때면
세상이 잠시 멈춘 듯 행복했다.

그는 규칙적인 남자였지만,
비온 앞에서는 아이처럼 변했다.
그 웃음이, 그 허술함이 사랑스러웠다.


“그 철저한 방어기제가 나 앞에서만 풀린 걸까?”

비온은 그 생각 하나로 그를 믿었다.
그래서 더 안아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 믿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사소한 말다툼,
정말 아무것도 아닌 오해 하나가
루인의 벽을 다시 세웠다.

그는 차갑게 돌아섰고,
마치 아무 일도 없던 사람처럼 행동했다.
비온은 얼어붙은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감정으로 반응하지 않았다.
“그의 선택을 존중하자.”
그게 비온의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그녀는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보였다, 겉으로는.


얼마 후, 루인이 다시 나타났다.
조심스러운 메시지 한 줄.
그리고 마주 앉은 카페.

그는 낮게 말했다.

“남녀는 달리는 열차 같아.
한번 달리면 뛰어내릴 수가 없어.
그때, 내 감정이 너무 커져서 무서웠어. 비온.”


비온은 조용히 웃었다.
“사람은 결국 죽는 걸 알아.
그래도 다들 살잖아.
두려워도 같이 가보는 게 사랑이야.”


그 순간 비온은 확신했다.
루인은 사랑을 몰라서 도망친 게 아니라,
감정을 감당할 ‘근육’을 한 번도 길러본 적 없는

사람이었다.

사랑이 커질수록 그는 통제력을 잃고,
그게 공포로 변했다.
그래서 도망쳤다.
그건 사랑의 부정이 아니라,
감정 운용능력의 결핍이었다.

비온은 마음이 아팠다.
그를 이해하면 이해할수록 더 가엾었다.
하지만 동시에 알았다.
이건 ‘내가 고쳐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걸.

“루인, 헤어지자.
너부터 바뀌지 않으면 난 널 더 사랑할수록

무너질 거야.”

그녀는 차분히 말하고 돌아섰다.
그날 이후, 다시는 울지 않았다.


루인의 독백이 흘렀다.
“그것 봐.
결국 너도 날 버리잖아.
다 그랬어. 엄마도, 세상도,
늘 내가 문제라 했지.
그래서 난 평생 이렇게 살 거야.
참고, 견디고, 인정받는 결과만 남기면서.
과정은 중요하지 않아.
그게 내가 배운 유일한 생존 방식이야.”

불 꺼진 방,
어둠 속에 그는 혼잣말을 삼켰다.
“그래, 가버려… 비온.”




비온 내레이션

비온의 목소리, 낮고 담담하.

“그는 아직 그 방 안에 있다.
나는 밖에서 그 문을 본다.
그리고 안다.
언젠가 그는 스스로 그 문을 열 것이다.
사랑은 기다림이 아니라,
자신을 마주볼 용기의 다른 이름이니까.”


© Y.GUASI | Record & Narrative


이미지는 작가가 서사의 감정 톤에 맞춰 직접 연출·생성한 시각화입니다.
실제 인물 및 사건과는 무관하며,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한 서사 연출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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