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가 사이코패스라면...
“살인자와 영웅을 가른 건, 단지 양육자의 손길이었다.”
사이코패스라는 단어는 오늘날 ‘반인격장애’,
‘괴물’의 대명사로 쓰인다.
그러나 과연 그들은 태초부터 사회의 해악으로 태어난 존재일까?
신경과학자 제임스 팰런(James Fallon) 은
자신이 연구하던 사이코패스들의 뇌 스캔 속에서 뜻밖의 발견을 했다.
그의 뇌 구조가, 살인자들과 같았던 것이다
그는 살인자도, 범죄자도 아니었다.
그 차이를 만든 건 단 하나 양육 환경이었다.
"나는 사이코패스적 성향을 지니고 태어났지만,
사랑 많은 부모 밑에서 자라며 뇌의 잠재적
폭력성이 발현되지 않았다.”
그렇다.
사이코패스는 단순한 태생의 낙인이 아니라,
환경에 따라 괴물이 될 수도,
저명한 과학자가 될 수도 있는 존재였다.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이상한 뇌’를
집어냈는데,그 뇌가 바로 자신의 것이었다.
충격이었다.
왜 자신의 뇌가 살인자들과 같을까.
그는 조상을 추적했다. 그리고 부계 혈통에서
폭력과 살인이 반복된 기록을 확인했다.
특히 1600년대 미국 식민지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 실제 살인 가해 조상이
있었고,이후에도 부계 계보에서 무려 7명에
이르는 친족에게서 폭력·살인 사건이 대를
이어 발생한 사실을 찾아냈다.
그건 우연이라 넘길 수 없는, 유전적 경향성의
강한 시그널이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폭력성의 씨앗은 피를 타고 흐르지만,
그걸 발현시키느냐 억누르느냐는 환경이 결정한다.”
그의 부모는 팰런을 정상적인 아이라 보지 않았다. 산만했고, 감정이 옅었고,
타인의 슬픔과 아픔에 공감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부모는 포기하지 않았다.
시간이 날 때마다 팰런을 데리고 봉사활동을
다녔다.세상에는 보지 못하는 사람,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이 있음을 직접 느끼게 했다.
감정의 결핍을 꾸짖지 않고,
감정의 감각을 학습시킨 것이었다.
그에게 부모는, 어쩌면 최고의
‘디버그형 양육자’였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아이의 오류를 ‘직접’ 고치지 않았다.
대신, 환경 속에 복구 코드를 심었다.
나는 이걸 ‘디버그형 양육자’라고 부른다.
선천적 사이코패스 뇌였지만
그는 범죄자가 아닌 뇌과학자로 성장했다.
그럼에도 그는 말했다.
스스로 많은 방황을 했다고.
하지만 타고난 사이코패스의 뇌를 갖고도
그만한 선에서 멈췄으니,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라 했다.
범죄자가 아닌 교수로,
학술에 기여할 수 있었음에 감사했다고.
어쩌면 그는 평생,
자신 안의 어두운 본능을 억누르며 살아왔을지도 모른다.
그의 피 속엔 폭력이,
그의 환경 속엔 사랑이 있었다.
결국 그 둘 중 어느 쪽을 따르느냐를 결정한 건,
양육자의 손길이었다.
유전이 인간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선과 악의 경계를 바꾸는 건 결국,
환경과 양육이다.
나 역시 그렇게 믿고 있다.
양육이 힘들다고 말하기 전에
아이의 입장에서 한 번만 생각해봐야 한다.
부모라면, 그 무게를 감수해야 하지 않을까.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너 같은 아이를 낳았을까.”
그런 말 대신,
“그래도, 너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부모한테 먼저 연락해줘서 고맙다.”
“부모라도 믿어줘서 고맙다.”
그게 양육자의 기본 태도다.
숨기지 않고 부모를 믿어준 그 마음,
그 이상 뭐가 필요할까.
그거면 이미 아이는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증거다.
© Y.GUASI | Record & Narrat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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