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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Pick] 걸그룹 전성시대, 그 비결

by COMMA MAGAZINE


바야흐로 4세대 걸그룹 전성시대이다.


(여자)아이들, 아이브, 에스파, 뉴진스, 르세라핌.

2023년 7월 첫 주차 기준 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인 멜론 차트 상위권은 모두 걸그룹이 점령했다.


이번 달뿐만이 아니다.

상반기 음원 판매량 중 걸그룹 점유율만 78%에 달했다.

과거 보이그룹 시장의 맹위에 가려져 기세를 맘껏 펼치지 못했던 걸그룹이,

올 한 해 K팝 시장 전반의 선두 주자로 거듭난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걸그룹이 과거 보이그룹 못지않은 화력을 보이며,

가요 시장의 저변을 넓히고 있는 것일까?


바로 걸그룹을 응원하는 여성 팬덤의 규모가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아이브의 싱글 3집 '애프터라이크(After LIKE)' 앨범 구매자의 73%가 여성이었으며,

뉴진스의 'New Jeans' 앨범 구매자의 80% 이상이 여성이었다.


이를 통해 여성 팬덤이 더 이상 이성애적 관점에서 아이돌을 소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민재 대중음악 평론가는 '연애보다 꿈과 자아실현, 아이덴티티를 가꾸는 데 관심 있는

요즘 젊은 여성들의 분위기가 음악 취향에 많이 반영되었다'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자, 여기서 걸그룹이 여심을 사로잡은 비결을 예측할 수 있다.

그 비결은 기존 걸그룹에게 요구되던 여성상의 전형에서 벗어나 다양한 콘셉트를 추구한 데에 있다.


과거 걸그룹들은 섹시 혹은 청순이라는 양자택일적인 콘셉트 아래,

소녀 또는 여성으로 소비되는 데 그쳤다.

그러나, 4세대 걸그룹들은 구경거리로 대상화되기를 거절하고,

강인한 주체로 우뚝 서겠다는 포부를 밝힌다.


이에 발맞춰 그들은 다채로운 콘셉트를 선보이고 있다.

10대 고유의 자연스러움을 자유롭게 표출하는 y2k 하이틴 콘셉트,

메타버스아바타를 이용한 독보적인 콘셉트,

키치하고 힙한 콘셉트 등 다양하게 자신만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사진 출처: cube

대표적인 예시로 '퀸카(Queencard)'로 컴백하며 국내 차트를 휩쓴 '(여자)아이들'을 말할 수 있다.

이들의 대표곡, '톰보이(TOMBOY)'에서는

<사랑 그깟 거 따위 내 몸에 상처 하나도 어림없지 너의 썩은 내 나는 향수나 뿌릴 바엔>이라 외치며,

사랑에 얽매이지 않는 반항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사랑이 아닌 파워를 얘기하며, 더 이상 표준 걸그룹 문법을 따르지 않는 것이다.


사진 출처: kpop database

한편, '일레븐(ELEVEN)', '러브다이브(LOVE DIVE)', '애프터라이크(After LIKE)'

나르시시즘 3부작으로 밀리언 셀러를 달성한 아이브는, 이성애보다 강한 자기애를 노래하며,

'아이엠(I AM)'을 통해 내가 가는 길에 확신을 가지겠다는 포부를 다졌다.

뮤직비디오에서는 비행기와 그네를 활용해 상승과 하강의 대비를 보여주며,

하강의 순간조차 즐기겠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이를 통해 걸그룹 전성시대가 도래한 이유를 재확인할 수 있다.

과거 걸그룹에게 요구됐던 '여성스러움'의 기준을 따르지 않고 각자의 개성을 뽐내는 모습이,

앨범 구매력이 높은 여성 팬덤의 몸집을 불렸고, 이것이 곧 걸그룹들의 눈부신 성과로 직결된 셈이다.


이에 따라 걸그룹 산업의 지형도도 변화하고 있다.

많은 관계자는 문화 주 소비층인 여성 팬덤을 공략하기 위해 적극적인 여성상을 다루는 데 주력하며,

여성의 이미지를 1차원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다양한 콘셉트를 시도하고 있다.


걸그룹의 역사가 새로 쓰이는 순간이다.

4세대 걸그룹들은 K팝 시장에 전무한 신드롬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 눈부신 활약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걸그룹 전성시대, 지금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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