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팀: 이수민
세상에 다른 것은 너무 많습니다.
물과 불, 성격의 차이, 세대의 차이 등등
존재하고 있는 수많은 ‘다름’들은 그대로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대방이 나와 다르다는 것을 그대로 인지하는
것에서 다름의 수용은 시작됩니다.
만약 다름을 무시하게 된다면 극단적인
2개의 경우가 생겨날 수 있습니다.
하나는 다름을 이해하지 못해 나와 다른 것들은 이상한 것으로 인식하고 배척하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다른 하나로
통일시켜 버리는 것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우리에게는 타인을 이해할 기회가
없어집니다.
“너 t야?”
다름이 드러나는 부분은 너무나 많지만,
MBTI(성격유형검사)가 대중에게 퍼지고 난
다음에는 I와 E, F와 T, N과 S, P와 J를
나누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 되었습니다.
그중 감정적인 부분을 이야기하는 F와 T를 두고
우리는 수많은 콘텐츠를 생성했고 시청했습니다.
주로 F는 감정과 대인관계를 근거로 판단하고
공감을 잘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반대로 T는 사실을 근거로 판단하고 객관적이며 감정에 잘 동요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너 T야?’ 근래에 릴스와 쇼츠 등 숏폼을 도배한
유행어이죠. 밈고리즘의 폭스클럽에서 최초로 나왔으며 어느 순간 유행어가 되었다 합니다.
특정 상황에서 공감과 따뜻한 말을 원하는 사람과, 공감을 해주지 않고 사실이 중요한 사람 사이의
간극이 드러날 때 쓰이곤 합니다.
더불어 슬픈 콘텐츠를 시청한 후의 F와 T의
반응 차이를 담은 숏폼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습니다.
유머로 소비되는 밈들을 너무 진지하게 바라보는 것 같긴 하지만, 이러한 콘텐츠들이 다름을 인정하는 자세와는 멀다고 느껴집니다.
오히려 자신과 다른 것을 이상하고, 대인관계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낙인을 찍는 듯한
모습으로도 보입니다.
저 또한 F이고 감정적인 위로가 필요한 상황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성적인 모습이 언제나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죠.
상황을 해결해야 할 때 이거나, 이성적인 판단이
중요한 순간도 사회에는 빈번히 일어납니다.
이때 F와 T를 가른다면 T 또한 F를 상황 대처 능력이 부족한 사람으로만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
MBTI가 포함된 콘텐츠들은 재밌지만 어느샌가
다름을 가르는 모습들은 누군가의 목소리를 잦아들게 만들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불편한 통일성, MZ
오히려 다름을 인정받지 못해 불편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MZ세대는 1980~2000년생인 밀레니얼 세대(M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 중반에
태어난 Z세대를 MZ로 묶어 부르는, 신조어입니다.
대략 M세대는 현재 30대를, Z세대는 고등학생부터 20대 후반까지를 포함합니다.
격차가 큰 두 세대를 하나의 세대로 칭하다 보니
M세대와 Z세대의 차이를 체감하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MZ의 차이는 크게 나이(경제력), 디지털 환경,
입시와 취업에서 드러납니다.
M세대는 주로 안정적인 직장인이지만, Z세대는
아직 학생이거나 취업 준비생, 혹은 회사에
들어가도 신입사원에 불과합니다.
디지털 환경에서도 이 두 세대는 차이는 존재합니다
M세대는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복합적으로
사용해 왔지만, 반면 Z세대는 온전한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라고 부릅니다.
태어나서 얼마 가지 않아 패드와
스마트폰을 손에 쥔 세대이죠.
마지막 입시와 취업 관점에서 M세대는 인구가 매우 많은 시기에 학창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입시 경쟁률이 높았습니다.
Z세대는 최저 출산의 시대에 태어나 M세대보다는 입시 경쟁률이 낮지만, M세대에 비해 취업 관문이 더 좁습니다.
5살만 차이가 나도 사용하는 언어와 환경이 다른데, 이렇듯 차이가 분명한 두 세대를 묶은
MZ세대는 다름을 인정해 달라 호소합니다.
최근 SNS에서 ‘MZ 특(특징)’ 이라는 해시 태그를 단 영상들이 종종 보입니다.
그중에는 간혹 공감을 부르는 영상도 있지만,
MZ세대를 이용한 마케팅이나 터무니없는
일반화를 부추기는 영상이 많습니다.
예로 ‘요즘 MZ세대들이 엽떡을 먹는 방법’이라는 게시글은 엽기 떡볶이에 크리스피 크림 도넛을
섞어 먹는 조합을 소개했습니다.
일부 시청자들은 MZ도 모르는 MZ 문화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세대의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통일시켜 오히려
세대 차이를 만들고, 매체의 자극적인 마케팅과
유머로 변질되는 ‘MZ’에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우리가 안되는 이유는 백만 가지지만 나는 널 사랑해
반대로 상대방의 다름을 이해하는 긍정적인 사례도 존재합니다.
곳곳에 쏟아지는 비로 습하고 더운 날씨에 불편을 토로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지만,
요즘 저는 비를 보면 빗방울이 한데 모여 웨이드가 될 것만 같습니다.
588만 명의 관객을 돌파해 올해 개봉한
외국영화 중 흥행 1위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엘리멘탈이 이처럼 흥행한 이유로 한국계 이민자 가정에 대한 유대감, 편견을 뒤집는
픽사 표 메시지 등등 많은 요인이 꼽히고 있습니다.
저는 그중 가장 큰 이유는 다름을 사랑하는 인물들의 태도에 있다고 느꼈습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사람을 이야기할 때
‘물과 불같다’라고 얘기합니다.
엘리멘탈은 웨이드(물)와 엠버(불)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엠버는 물을 맞으면 불꽃이 사그라들어 버리고, 웨이드는 불에 닿으면 증발해 버립니다.
그런데도 둘은 상반된 서로의 모습에 끌려
사랑하게 됩니다.
영화 속 장면에서 엠버가 물의 범람을 막기 위해 댐에 만든 강화 유리가 부서지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그로 인해 엘리멘탈(도시)가 침수될 뻔했지만,
저는 이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물은 보통 유리에 담겨지는 존재이지 물이 유리를 부순다는 생각은 생소합니다.
유한 물이 점점 쌓이며 엠버가 만든 강화 유리를 깨버리는 것이 마치 부드러운 웨이드의
매력이 강한 엠버를 포용하는 것 같았습니다.
다름을 인정한다는 것
우리는 하나하나 모두 다른 사람입니다.
그렇기에 ‘다름’은 당연한 것이죠.
하지만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서로를 극단적으로 나누거나,
한꺼번에 통합해 버리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어느 쪽이든 한쪽만 존재한다면, 얼마나 사회는
편협해지고 사람들은 획일화될까요?
다르다는 것은 서로를 보완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다르기에 함께 살 수 있고
더 나은 구성원이 될 수 있죠.
그런 부분에서 우리는 웨이드와 엠버에게
배울 점이 있습니다.
다른 모습에서 상대의 아름다움을 알아가는
둘의 모습은 애니메이션 캐릭터라고
하더라도 멋지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사랑하는 것을 실천하다
보면 웨이드와 엠버가 닿아 만들어 내는 수증기처럼
전혀 상상치 못했던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