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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pick] 영화를 빨리감기로 본다고?

by COMMA MAGAZINE

유행하는 영화나 드라마가 나오면

전체 영상을 시청하는 대신

유튜브로 리뷰를 찾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실제로 인기 드라마 시즌 전체를

요약한 영상만 보면 어디 가서 아는 척하기 쉬워졌고, 대화의 주제에서 소외당하지 않을 수 있게 된 요즘이다.


그런데 한술 더 떠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이

꽤 많이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시간이 없다면 영화를 보지 않으면 될 문제이지,

재생 속도까지 빠르게 올리며

영상을 시청하게 만드는 동기는 무엇일까.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은

이나다 도요시라는

칼럼니스트가 집필한 책의 제목이다.

영화 배급사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그는

사람들의 영상 시청 패턴에 주목할 만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영화관에 가기 전 스포일러 영상을

미리 접하고 간다든지,

빨리 감기로 보다가

재미있는 부분은 보통의 속도로 본다든지,

대사가 없는 장면은 건너뛴다든지 하는 식이다.

실제로 저자는

자신이 가르치는 아오야마 가쿠인 대학 수업에서

수강생 128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해

‘빨리 감으며 영화를 보는 사람(자주, 때때로)이

66.5%라고 밝혔다.


아무래도 유행을 따라가기 위해

봐야 하는 작품이 너무 많은 요즘,

빨리 감기는 효율적인 영상 시청 방법임에 틀림없다. 또, 빠르게 봐도 내용을 파악하는 데 문제가 없는,

대사 위주의 작품들이 많아졌다는 점도

이 현상에 한몫할 것이다.

시간적 가성비를 따져

미디어를 향유하는 세태도 그 이유로 꼽을 수 있다.


물론 이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도 있다.

작가의 의도를 존중하지 않고,

제멋대로 콘텐츠를 시청하다 보니

작품과의 정서적 교류가 떨어지고

저작물에 대한 예의를 갖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빨리 감기를 반복하다 보면

대사가 없는 장면은 점점 지루하다고

여기면서 미디어를 다양하게 수용하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새로운 매체가 등장할 때마다

해당 매체를 소비하는 방법도 새롭게 탄생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가령, 라디오나 음원 등의 청각 미디어가

대중에게 막 전파되었을 무렵,

좋아하는 부분을 다시 듣거나 뒤에 나오는 내용으로 바로 가기 위해 사람들은 테이프를 빨리 감곤 했다.

책처럼 원하는 부분을 바로 나오게 할 수 없기 때문에 고안된 방식이었다.

처음에는 간단한 기능으로만 쓰였던 것이

사람들에게 익숙해지자 디지털 콘텐츠에도 확장된다. 현재는 영상을 빠르게 이해하기 위해

미리 보기 장면을 삽입하거나,

책 목차처럼 영상의 시간 단위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적응 방식인 셈이다.

물론 이는 원하는 데이터에 빠르게 도달하기 위한 방법으로 볼 수 있으며 미디어 자체를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한 방법과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끊임없이 생산되는 미디어를 효율적으로 습득하기 위해 누군가는 이러한 방식을 택한 것이 아닐까.


콘텐츠 홍수 속에 살고 있는 우리는 각자가 원하는 목적에 맞는 미디어 습득 방식이 있을 것이다.


스트리밍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빨리 감기가 유독 나쁜 선택지만은 아닌 것을 말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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