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엔드 가구 브랜드
‘적은 돈을 써도 ‘사치’인 물건이 있고, 많은 돈을 써도 ‘럭셔리(luxury)’인 물건이 있다.’ 얼마 전, 에디터는 성수의 한 독립서점에서 가구 관련 서적을 구매했습니다. 라는 제목의 해당 도서는 목수 김윤관이 책장, 의자 등의 가구 전반과 서재라는 공간이 갖는 미학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인데요. 그 중 에디터의 마음에 콕 박힌 말이 바로 이 글의 첫 문장이었던 것! 일상 속에서 우리는 서 있는 시간을 제외하면 늘 의자에 앉아 업무를 처리하거나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합니다. 때문에 작가는 하루의 절반 이상을 보내는 ‘침대’와 ‘의자’에는 아무리 많은 돈을 지불해도 오히려 부족하다고 말하는데요. 당신의 올곧은 자세와 척추 건강을 위한 투자는 사치가 아닌 기능과 취향을 고려한 합리적인 럭셔리 소비라고 말이죠.
질 좋은 가구에 대한 선호는 결코 작가 개인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최근 부동산 한파와 경기 침체로 가구 및 인테리어 업계가 휘청이는 사이에서도, 하이엔드 가구 브랜드는 굳건히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 특히, 개당 100~200만원 수준의 높은 금액대를 형성하는 고가 사무용 의자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가구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네이버 의자’로 유명한 미국 브랜드 허먼밀러(Herman Miller)가 프리미엄 사무용 의자의 포문을 열었는데요. 2005년 네이버가 경기도로 본사를 이전하면서 전 직원에게 허먼밀러 의자를 지급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2022년에는 SK 하이닉스가 3만명에 달하는 임직원의 의자를 전부 허먼밀러로 변경했죠.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해당 기업이 의자 교체에 지불한 비용은 무려 600억 원으로 추산된다고 합니다. 기업들이 이토록 사랑하는 허먼밀러 의자는 인체공학적 설계를 기반으로 특수개발된 탄성섬유로 제작되어 오래 앉아 있어도 느껴지는 불편함이 확연히 적다고 하네요.
기업 단위 외에도 고기능 의자의 필요성을 절감한 개인 역시 고가 사무용 의자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추세입니다. 재택근무가 잦았던 코로나19 시기. 직장에 마련되어 있던 푹신한 의자와 달리 언제 샀는지도 기억이 나질 않는 자신의 낡은 의자에 앉아 업무를 하던 개인은 비로소 ‘좋은 의자’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됩니다. 스틸케이스(Steelcase)의 국내 딜러사 더체어(THE CHAIR)의 조형두 이사는 “국내 전체 사무용 가구 시장에서 수입 가구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15년 전만해도 5% 미만에 그쳤다면 최근에는 20~30%까지 상승”했다며, 특히 “개인 단위로 고가 사무용 의자 구매를 위해 매장을 찾는 손님이 많아졌다”고 전하기도 했죠.
수입 가구 브랜드에 맞서 국내 가구 업계도 적극적으로 프리미엄 전략을 펼치고 있는데요. 이는 경기 불황에도 수요가 꾸준한 고가 제품을 중심으로 수익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평가됩니다. 롯데홈쇼핑에 따르면, 인터넷쇼핑몰 롯데아이몰의 작년 3분기 가구 판매 현황을 분석한 결과, 고가 제품 판매량이 2분기 대비 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샘의 프리미엄 드레스룸 ‘바흐 드레스룸’ 역시 지난 6월부터 8월까지의 매출이 예년 대비 20% 상승했죠. 제품 구매 시 심리적 만족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고급 홈스타일링에 관심을 가지며 공간의 가치를 높여주는 프리미엄 가구에 대한 선호가 늘자, 이들을 겨냥한 국내 가구 업계가 차별화된 신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며 프리미엄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고물가 속 가구 유통시장을 실질적으로 주도하는 건 경제적으로 안정기에 접어든 기성세대가 아닌 2030세대와 1~2인 가구로 분석됩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국내 가구 브랜드가 단순 고가 전략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더불어 국내 가구 업체의 프리미엄 전략은 주로 천연원목 등 고급 소재를 사용했다는 요소적 차원에 그치고 있다는 날카로운 지적도 함께 이어졌죠. 고객층이 제한적이고 수요 확장성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는 프리미엄 가구 라인에 관한 새로운 브랜딩 방식이 필히 요구되고 있는 시점입니다.
사실 에디터는 아직 본인의 돈을 들여 가구를 구매한 경험이 전무합니다. 하지만 언젠가 독립해 나만의 공간을 취향 가득하게 꾸미는 상상을 하며, 종종 가구 및 인테리어 사이트를 둘러 보곤 하는데요. 이전에는 가구의 디자인적 요소에만 집중했다면 요즘은 기능성과 제품력까지 폭넓게 고려하게 되는 듯합니다. 멋들어진 외양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왕이면 오래 사용할 수 있고 신체에도 큰 무리가 가지 않는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욱 현명한 소비일테니까요! 그치만 이 모든 요소들을 만족하는 가구는 아마 만만치만은 않은 가격일 것 같은데요. 높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현명한 소비를 이끌어 내는, 여러분에게 가격보다 더욱 중요하게 작용하는 가구의 특정 요소는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