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조직문화를 담은 인터널 브랜딩, 오피스 인테리어
에디터는 지난 1월부터 일을 하고 있습니다. 주변 친구들이 그 과정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점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고민 없이 이렇게 대답하곤 하죠. “회사가 예뻐!” 카페 라운지 공간에는 여러 서적과 이색적인 가구, 큼지막한 식물이 감각적이지만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고, 탁 트인 통창으로는 볕이 잘 들어옵니다. 그 공간에서 간단한 식사와 커피를 즐기고, 사내 행사를 하기도 하고요. 층을 이동할 때나 회의실에 갈 때도 통창 밖으로 내려다보이는 풍경을 보는 것 또한 좋습니다. 아직 사회생활 체험판을 하고 있는 에디터지만, 업무 만족도를 뛰어넘는 것이 ‘공간 만족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단순히 일을 하러 오는 사무실이 아닌, 하루 중 많은 시간 동안 머무르는 ‘공간’이라고 생각하면 그 가치는 더 크게 볼 수 있겠죠.
현재 기업은 뉴노멀(New Normal)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지긋지긋한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기존의 체계와는 다른 ‘새로운 표준’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인데요. 코로나19 시기에는 많은 기업은 재택근무를 채택해 구성원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자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재택근무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가, 철회했던 것은 국내 대표 IT 기업 ‘카카오’인데요. 재택근무가 조직 경쟁력의 성장에 그리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을 이유로 사무실 출근을 기본으로 하는 ‘카카오 온(ON)을 도입했습니다. 구성원 간 활발히 토론하고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협업하는 것, 아무래도 재택근무에서는 어려운 법입니다. 그렇게 재택근무 바람이 저물며 오피스 공간에는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편안하고 시간 효율적인 방법을 뒤로하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올 명분이 구성원에게는 필요했으니까요.
사무실에 새로운 근무 방식을 채택하는 유연한 움직임이 시작됐습니다. 국내 대표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가 속한 카카오스타일은 쇼룸 컨셉의 새로운 오피스를 선보였습니다. 카카오스타일은 패션, 뷰티, 푸드, 라이프까지 다양한 상품을 다루는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인데요, 브랜드의 핵심인 ‘쇼핑’을 공간으로 구현해 브랜드 공간으로 꾸며 구성원들의 호응을 얻었습니다. 원 형태의 메인 라운지는 크루 모두가 한곳으로 모일 수 있는 ‘화합’을 상징하며, 커브드 사이니지에는 새로 입사하는 크루의 이름이 떠오르죠. 물론 바 테이블, 프리워킹 존 등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여러 형태의 공간도 갖춰져 있습니다.
인터널 브랜딩(Internal Branding)이란 기업 내부의 구성원과 조직을 대상으로 가치와 정체성을 연결하는 브랜딩을 뜻합니다. 일반적으로 소비자와의 관계를 고민한 익스터널 브랜딩(External Branding)과는 사뭇 다르죠. 카카오스타일 브랜드 디자인팀 리더는 “오피스 인테리어는 인터널 브랜딩의 일환”이라며, 공간에 메시지를 담으면 함께하는 크루가 기업의 가치와 의미를 자연스레 느낀다고 강조했습니다
‘대학내일ES’도 최근 화곡동에 신사옥을 마련했습니다. 실제로 많은 취준생이 ‘꼭 가고 싶은 회사’로 손꼽는 젊은 기업인 대학내일ES. 화곡동 신사옥 프로젝트를 위해서 경영진이 아닌 실제 대학내일 구성원이 TF팀을 구성해 인터널 브랜딩에 힘썼는데요, 첫 단독사옥인 만큼 대학내일의 기업 가치, 즉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일할 수 있는 조직구조’를 공간에 담으려 했다고 합니다. 야외 테라스에는 NHR(대학내일의 HR 법인)의 메인 컬러인 보라색 꽃을 심고, 쾌적한 수면룸과 헬스장 등 사소한 만족도까지 신경 썼죠. 대학내일의 신사옥 인테리어를 담당한 업체 ‘스페이스베이스’는 오늘의집, 당근마켓 등 굵직한 스타트업 사무실을 꾸리기도 했는데요, 김영은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사용자 중심 디자인’을 고려해 인테리어에 기업 철학과 브랜딩을 담는 것에 집중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즉, 조직문화와 공간은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의 이재홍 상무는 옛 인테리어로는 유능한 인재 채용이 어렵다고 단언했습니다. MZ 직원들은 회사의 이름이나 경험보다는 성장 가능성을 중시하기에, 유능한 직원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첫 면접 장소인 회사 공간에서 와우 포인트를 느껴야 한다고 덧붙였고요. 2024년의 오피스 인테리어 트렌드는 유연성과 효율성, 기술통합을 중심으로 실현되고 있습니다.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돕는 오피스와, 생산성을 높이는 환경 친화적인 공간 구성 등으로 말이죠. 개개인의 만족이 한 공간에 모이면, 회사의 조직문화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쾌적하고 예쁜 공간을 누리며 근무했던 에디터 또한 다음 스텝을 밟을 때 ‘회사의 공간’을 우선시할 것 같은데요, 여러분은 어떤 공간에서 일하고 싶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