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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MMA MAGAZINE Jun 13. 2024

[Editor's Pick] 여보가 애인 생겨도 괜찮아

사랑 없이 평생을 함께한다는 것, 우정결혼 이면 속 숨겨진 이야기


‘하트시그널’, ‘환승연애’, ‘연애 남매’와 같이 자극적이고 도파민을 폭발시키던 연애 프로그램이 여러분의 일상을 채워왔다면, 이제 그러한 콘텐츠가 다소 식상하게 느껴질 시기가 온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일본에서는 이러한 기존의 연애 방식을 한 단계 넘어서는, 더 충격적이고 흥미로운 현상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바로 ‘우정결혼’이라는 놀라운 문화 현상이죠. "여보, 이 사람이 내 애인이야.", "다른 사람 만나도 되는 결혼" 등 파격적인 제목의 뉴스 기사를 통해서도 우리나라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이 새로운 결혼 형태는, 전통적인 결혼의 틀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친구와의 결혼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음을 방증합니다.


이미지 출처: 영화 ‘남은 인생 10년’ 스틸컷


"우정결혼, 들어봤어요? 마치 취미와 가치관이 딱 맞는 최고의 룸메이트를 찾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죠."


로맨스나 성적인 매력을 뛰어넘어, 함께하는 삶을 공유하는 이들을 위한 일본의 우정결혼 전문 기업, '컬러어스'는 하나의 통계를 발표했습니다. 사람들이 전통적인 결혼은 원하지 않지만, 결혼제도가 제공하는 정책적 혜택과 안정성을 얻고자 우정결혼을 찾는다는 것. 더불어, 우정결혼을 선택한 커플들은 상호 합의를 통해 인공수정으로 자녀를 가질 수 있는 옵션도 있으며, 다른 사람과의 로맨틱한 관계도 탐색할 수 있는 자유도 누리고 있다는데요. 이 모든 유연성과 자유로움이 자신만의 가치와 삶의 방식을 우선시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전통적인 결혼의 틀을 깨고, 우정결혼을 선택하게 만든 것 아닐까요.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현재진행형의 매력적인 선택지로서 말이죠.


이미지 출처: 영화 ‘리틀 포레스트’ 스틸컷


또한 '우정결혼'이 무성애자, 동성애자, 그리고 사회적 압력 때문에 결혼 선택이 제한된 청년들에도 유망한 대안이라고 합니다. 무성애자 중에서도 결혼을 통해 안정감과 친밀감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 이는 성적 욕망이 없거나 사랑에 빠지지 않더라도 전통적인 결혼에 대한 사회적 압력을 쉽게 받곤 하기 때문인데요. 이런 무성애자들에게 우정결혼은 그들의 선택지를 넓혀주는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겠네요. 


그리고 이성애자들도 우정결혼을 통해 결혼에 대한 사회적 압력에서 벗어나 자유로움을 찾을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결혼이 인생의 목표이자 필수 과제로 여겨지는 경향이 강하죠. 결혼 후에도 많은 부담을 떠안아야 하고, 개인의 커리어나 여가에 집중하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전통적인 결혼제도에 염증을 느끼는 이들에게 우정결혼은 굉장히 매력적인 대안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아직 한국은 동성결혼이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동성애자들은 우정결혼을 통해 법적 혜택과 동반자 관계를 누릴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죠. 이처럼 전통적인 결혼을 원치 않거나 사회적으로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사회적 대안이 된 것.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도 이제 다양한 결혼의 형태와 선택지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는 시점입니다.


이미지 출처: Pinterest


일본에서 시작된 참신한 우정결혼처럼, 한국에서는 생활동반자법이 화제의 중심으로 떠오르기도 했죠. 어쩌면 지금 사람들 사이에서 뜨거운 이슈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이 두 가지 모두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함께하는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요. 생활동반자법은 같이 생활하면서 서로를 돌보는 관계를 법적으로 보호받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결혼과는 다르게, '우리만의 가족'을 만든다는 대안을 제시하죠. 현재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가족을 혼인이나 혈연관계로만 인정하고 있지만, 결혼이나 혈연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의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들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생활동반자법의 목표입니다. 


여기엔 '가족의 해체'라는 비판도 있겠지만, 생활동반자법이 기존의 가족 개념을 깨뜨리려는 게 아닌 더 확장하려는 방향이 아닐까요? 실제로 결혼하지 않고 함께 사는 연인이나 친구들이 이미 47만 가구에 달하고, '비친족 가구원'도 100만 명을 넘어섰죠. 하지만 이런 비친족 가구원들은 여전히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중요한 결정에 참여하거나 금융 혜택, 장례 절차 등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요. 우리 사회가 직면한 건 가족법의 위기가 아니라, 가족을 구성할 권리의 부재를 두려워해야 할 때. 이제는 변화할 때가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미지 출처: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 비하인드컷


"저는 누군가의 여자 친구가 되기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좋은 친구가 되는데 더 적합하다고 생각해요.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이 우리 둘 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이야기하고, 웃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우정결혼 3년 차, A 씨)


바람을 피워도 괜찮고, 배우자와 관계를 맺지 않아도 되는 우정결혼. 처음엔 에디터도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사랑과 우정 중 우정을 선택하는 이들의 ‘우정을 가장한 마라맛 로맨스’라고 생각했기 때문인데요. 자세히 살펴보니 이는 자극적인 뉴스 헤드라인 뒤에 숨겨진, 개인의 선택과 합의에 기반한 건강하고 안정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었죠. 이들은 그저 사랑이 주는 안정감과 장기적인 미래의 힘을 바랐던 것이네요. 


이제 전통적인 가족의 개념을 재고할 시점에 도달했습니다. 앞으로의 가족은 혼인이나 혈연이 조건이 아니라, 일상생활과 가사를 공유하며 서로를 돌보고 부양하고 책임지는 관계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즉, '친밀함과 돌봄의 실천'이 중요한 조건이 되는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생각해 볼 때. 여러분은 어떤 가족의 형태를 원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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