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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MMA MAGAZINE Aug 14. 2024

[Editor’s Pick] 엄마 나 몇 시에 태어났어

사주팔자, 이 여덟 글자가 뭐길래

장마도 어느 정도 지나갔겠다, 2024년의 반환점을 제대로 돌고 있는 한여름입니다. 여러분들은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상반기를 무사히 지나오며 남은 하반기에 대한 부담이 생기진 않았나 해서요. 


에디터는 나름 알찬 상반기를 보내고 잠깐 숨을 고르고 있는데요. 갑작스레 주어진 휴식기에 4학년 대학생으로서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렇게 남은 하반기를 목도하며 계획을 골라내고 있는 지금, 불안을 덜어내는 차원에서 즐겨 찾는 콘텐츠를 소개해 봅니다. 바로 ‘사주 풀이 콘텐츠’요!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 “나 몇 시에 태어났어?” 묻습니다. 그 다음 사주풀이를 해 주는 아무 서비스에 접속합니다. 태어난 생년월일시만 입력하면 나를 뜻하는 글자 8개가 주르륵 뜨죠. 그때부터 검증된 즐거움이 시작됩니다. 알듯 말듯 한 글자가 설명하는 문장이 구체적일수록 흥미는 올라가더군요. 


©포스텔러

이 모든 과정은 직접 사주를 보러 가지 않아도 가능한데요, 점신, 포스텔러, 헬로우톡과 같은 앱을 설치하기만 하면 되니 굉장히 효율적입니다. 실제로 비대면 점술 시장은 크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분석 업체 혁신의숲에 따르면, 한국 점술 시장 규모는 무려 1조 4,000억 원으로 추산됩니다. 글로벌 시장의 잠재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미국 마켓워치에 따르면 2022년 미국 점성술 앱 시장은 약 25억 달러, 2028년까지 약 100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라고 합니다. 그래봤자 기성세대만 사주와 운세에 관심 있는 게 아니냐고요? 국내 인기 운세 서비스인 ‘포스텔러’의 이용자의 83%는 10~30대라고 하니, 사주 운세의 인기는 젊은 층에서 더 뜨거울지도 모릅니다. 간단히 오늘 하루의 운세를 확인해 보기도 하고, 이번 달, 올해, 더 나아가 다가올 10년 단위의 운세를 미리 살피는 게 나이에 국한된 건 아니니까요. 


©에스파 공식 유튜브

딱딱한 여덟 글자와 텍스트 기반의 풀이를 넘어 한 발짝 나아가 볼까요? 최근 걸그룹 에스파의 유튜브 공식 채널에는 에스파 멤버들이 역술인에게 사주 풀이를 받는 콘텐츠가 올라왔습니다. 각 멤버의 성향과 궁합을 사주로 낱낱이 알려주니, 팬들도 색다른 재미가 있다는 반응이었죠. 한편, 대표적인 사주팔자 유튜버 ‘도화도르’는 새로운 한 달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유형을 나누어 정리한 콘텐츠를 업로드 하는데요. 내달 주의해야 할 점과 활용하면 좋을 부분을 강조하며 새로운 한 달을 응원하는 영상에는 복채를 대신해 많은 댓글이 달리고, 영상 조회수도 평균 약 15만 회로 꽤 높은 편입니다. 이렇듯 사주풀이가 아니더라도 타로카드나 별자리 등, 마음속 모호함을 또렷하게 해주는 듯한 콘텐츠가 참 많은데요. 사실 사주든 타로든 우리에게 동서양의 구분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 유튜버가 나에게 해주는 말이 얼마나 와닿을지 시험하고, 몇몇 문장에 안도하는 그 과정 자체를 즐기는 것이 포인트거든요. 


©메타랩스

이러한 콘텐츠의 인기는 초개인화(hyper-personalization)라는 개념으로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본인의 이야기를 할 때 가장 큰 흥미를 느끼는 동물입니다. 일반적인 경향성으로 묶이기보다는 나를 가장 잘 나타내는 뾰족함으로 존재하기를 바라죠. 이때 불확실을 잘게 쪼갠 틀에 들어가면 조금은 선명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연애, 취업, 건강, 금전 등 현실에 맞닿은 불확실한 것들을 바라보면 굉장히 골치가 아픈데, 유형에 따른 경향성을 함께 고려하면 나아가야 할 방향에 갈피가 잡히기도 하고요. 즉 개개인이 중요해진 이 시대에서 나를 설명하는 개념, 단어, 문장을 찾아 나서다 보면 보다 또렷하게 스스로를 정의할 수 있게 됩니다. 실제로 운세 서비스인 ‘점신’은 사주, 관상, 운세 등 빅데이터 AI 알고리즘을 활용해 보다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며 실제 역술가와 상담하는 수준의 세세한 풀이를 제공한다고 하네요.


단순 글자와 문장이 누군가에겐 큰 도움을 줄 수 있겠지만,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운세’라는 개념에 의문을 표하는 사람 또한 많습니다. 얼마 전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하이브&어도어 사태’에 역술인이 관여했다는 것에 부정적인 여론도 많았고요. 하지만 초개인화된 사회에서 나를 설명하는 세세한 문장에 한 번쯤 기대보는 건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과하게 의존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재미있는 킬링 타임 콘텐츠가 될 수 있으니까요. 내가 정의하는 나의 세상을 넓히는 차원에서, 하루 정도는 사주풀이 앱에 접속해 잠깐 시간을 보내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2024년의 남은 하반기도 잘 보내고 싶은 순수한 마음에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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