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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아범 일기 Jan 25. 2024

#10 인생의 페이스 메이커 (Pace maker)

(375일째 기록)

앉아서 크게 하품하던 아기가 조금씩 걷기 시작하던 때의 이야기.


자신과의 싸움이 익숙한 편이다. 그래서 마라톤을 선택했었다.

달릴수록, 정수리에 땀이 나기 시작하면서 느끼는 몸의 한계.

그 수준을 넘어서려는 노력과 뿌듯함.

온전히 혼자와의 싸움이라 생각했고, 42.195km를 준비했었다.

그리고 달리면서 알게 되었다. 혼자가 아니란 걸.


아빠가 옆에서 헛둘! 헛둘!을 외치니 세상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걷는 아기.


출발부터 서로 독려하는 응원.

중간 지점마다 전해주는 물스펀지와 이온음료 한 잔.

한 걸음을 더 딛게 하는 초코파이와 고로쇠물(!).

결승선을 넘은 순간, 모르는 사이인데도 수고많았다고 격려해주는 사람들의 다독임.

여지껏 고독하다 느꼈던 길이 더는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로 다가와서 더 행복했었다.


첫 걸음이 이렇게 신나서 그런걸까. 지금은 달리는 아기의 경쾌함이 기분 좋다.


봄의 첫 걸음도 혼자가 아니길 바랐다.


"헛 둘! 헛 둘!"


 외치는 구령과 크게 휘젓는 팔에 까르르 웃는 모습이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엄마, 아빠! 같이 걸어요! 즐거워요!"


 보행기로 걷는 걸음을 넘어, 삶의 순간마다 페이스메이커가 되려 한다.

 봄의 속도에 맞춰 기다렸다가, 가끔을 독려도 하는. 무엇보다 함께 걷는 존재.

 앞으로의 봄의 표정이 영상 속의 웃음이든, 영상 밖의 무표정과 울음이든.

 함께 걷는 가족을 바라보고, 행복을 느끼는 걸음이길 바라며.


+ 갈수록 체력이 좋아지는 봄의 속도에 맞추려 부단히 운동 중!


#봄아범일기 #걸음마 #페이스메이커 #헛둘헛둘 #까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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