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쓰기는 언제 시작되었을까?

10년째 적응 중인 서울살이

by 히읗

나의 글쓰기는 언제 시작되었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도 서울로 올라오는 그 순간부터 나는 글을 써야만 하는 운명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아직도 난 부산에서 서울로 향하는 무궁화호 기차 안이 선명하게 기억한다. KTX는 너무 비싸니 서울까지 5시간이 걸리는 무궁화호를 탔다.


기차를 타기 전 지루한 5시간을 함께 견뎌 줄 책 한 권을 사기 위해 부산역 안에 서점을 방문했다. 원래 사려고 했던 책이 없어서 그냥 표지가 예쁜 책 한 권을 사고 열차에 몸을 싣는다.


무궁화호 입석이었던 탓에 나는 열차 내 카페가 있는 공간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마치 닭장처럼 많은 사람이 바닥에 앉아 있었다. 나 또한 사람들 틈에 끼어 바닥에 앉아 책을 펼쳐 읽기 시작했다.


그 책을 읽는 순간 아마도 직감했던 것 같다.


‘아, 어쩌면 나는 써야만 하는 사람이 되겠구나!!’


무궁화호 열차 안에서 읽은 그 책은 아마도 나를 글쓰기의 길로 인도하기 위해 나에게 온 게 아닐까? 5시간 동안 한숨도 쉬지 않고 읽었으며 서울에 도착할 때쯤엔 책을 거의 다 읽은 상태였다. 그리고 난 생각했다.


‘만약 앞으로 글이란 걸 쓰게 된다면 이 작가님처럼 쓰고 싶다’


그 후 난 정여울 작가님의 열렬한 팬이 되었다.




열차 안에서 읽었던 책은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민트색 표지에 적힌 제목이 나를 이끌었던 것 같다. 역시 책은 표지와 제목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물론 내용은 더 중요하지만 말이다.


정말 운명이란 건 존재하는 것일까? 하필 그 책이 눈에 들어왔고, 그 책이 내 마음에 콕하고 박힐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냥 표지가 예뻐서 고른 책이 나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러니 나도 누군가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그런 글을 써 보고 싶다는 원대한 꿈을 꿀 수 있던 게 아닐까?


계획에 없던 책이었기에 더욱 운명처럼 느껴졌던 것 같다. 가끔 우린 계획이 틀어지면 당황해하고 힘들어하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는 삶이기 때문에 더욱더 운명을 찾는 게 아닐까?


다운로드.jpg 무궁화호 카페칸




사실 사람을 딱히 존경하거나 우상으로 여기지 않는 편이었지만, 한 번 좋아하게 되면 정말 끝까지 좋아하는 게 나였다.


의심도 많고 경계심도 많아서 쉽게 누군가를 믿지 못했던 나였지만, 그 한 권의 책은 단단하게 쌓여 있던 마음의 성벽을 충분히 허물 수 있었다.


서울에서 지내며 글쓰기를 시작한 이례로 나는 그녀가 하는 행사를 여기저기 많이 따라다녔다. 글쓰기 수업도 들었고, 북콘서트도 다니며 작은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아마도 그것이 나의 글쓰기의 첫 시작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됐다.


내가 서울이란 곳에 와서 유일하게 하고 싶은 것을 찾은 것이 바로 '글쓰기'였다. 어쩌면 난 서울로 향해야만 했던 운명이 아니었을까?


그토록 찾고 싶었고 풀고 싶던 문제를 푼 것 같은 지금이지만, 사실 아직도 내 안엔 물음표가 가득하다. 아무래도 그 물음표들에 대한 답을 하나씩 써 내려가는 것이 삶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나의 글쓰기는 사실 이제 막 시작된 셈이다. 그러니 앞으로 써내려 갈 것들이 무엇이 될지 새삼 기대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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