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의 힘,100일 글쓰기

10년째 적응 중인 서울살이

by 히읗

처음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단순히 그날 아침 날씨가 좋아서였다. 떨어지는 낙엽에 예뻐서였다. 게으르지 않고 아침부터 운동을 했기에 뿌듯한 기분을 잊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기왕 쓰기로 시작한 거라면 꾸준히 해보고 싶었다. 좋은 습관 하나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원래부터 뭔가를 시작하면 여기저기 떠벌리길 좋아했다. 내 입으로 말하면 하기 싫어도 하지 않을까 싶었다. 생각보다 말의 힘은 꽤 세다.


그렇게 말해 놓으면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요즘도 글 쓰냐고 물을 테니까 그때 할 말이 있어야 하니 또 써야만 했다. 그날도 친구에게 글쓰기를 하고 있다고 말하자 친구는 한 모임을 추천해 줬다.


온라인 글쓰기 모임으로 100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글쓰기를 하는 모임이었다. 일명 '100일 글쓰기'였다.


한 가지 좋았던 점은 매일 주제를 던져주지는 코치님이 계셨다. 매일 아침 8시가 되면 오늘 쓸 글 주제를 주셨고, 그날 밤 12시까지 네이버 카페에 글을 올리면 되는 형식이었다. 그럼, 코치님께서 피드백을 달아 주셨고, 함께 글쓰기를 하시는 분들도 읽고 댓글도 달아 주셨다.


아마도 이 모임을 통해 나는 글 쓰는 근육을 키울 수 있었던 것 같다. 매일 전달해 주시는 주제들을 생각하며 하루 종일 어떤 글을 쓸지 생각했다. 누군가는 그게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이고, 또 스트레스로 받아들일 수 있었겠지만 나는 하루를 보내는 활력소가 되었다.


100일 글쓰기 중 나는 95일을 써냈다. 100일을 모두 채우고 싶었지만, 하루는 아파서 또 하루는 숙취로 인해 이런저런 이유로 5일을 빼먹은 게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 해 써냈다. 그렇게 총 95개의 글이 생겨났고, 덕분에 나는 글쓰기와 조금은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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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치님께서는 늘 좋은 댓글을 달아 주셨다. 부족한 점이나 틀린 점보다는 주로 좋았던 점과 칭찬을 아낌없이 해 주셨다. 모두의 자존감을 지켜 주셨다. 그렇게 아낌없는 칭찬을 해 주셨던 이유는 그가 글쓰기를 배울 땐 항상 빨간 펜으로 쭉쭉 그어진 피드백을 받아왔기에 자신만큼은 그러지 않겠다 다짐했고, 그것을 지켜냈다.


그의 칭찬들은 나와 우리를 조금 더 글쓰기에 매료되게끔 만들었다. 지금껏 내가 계속해서 쓰는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꾸준함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물론, 그것이 나와 잘 맞기도 했으니 꾸준할 수 있었던 것도 같다.


이후로 나는 나만의 글을 써내려 가기 시작했다. 여행기를 주로 썼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어떻게 풀어내야 다른 여행기들과 조금 더 차별화를 둘 수 있을지 잘 몰라 항상 방황하듯 글을 썼던 것 같다.


그러다 어느 순간에는 글쓰기를 멈췄다가 또다시 쓰고 싶은 것들이 생각나면 그때그때 조금씩 기록해 두게 되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어떤 주제를 갖고 쓸지 정하는 것은 참 어려운 것 같다. 하지만 한 번 정하게 되면 거침없이 써 내려갈 수 있었던 것은 늘 고민하고 생각해 두기 때문이었다.


최근 다시금 그때의 100일 글쓰기 할 때 쓴 글을 읽어 보았다. 그때는 정말 많은 책을 읽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늘 책을 읽고 느낀 점에 대한 내용이 많았다.


평범한 일상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으며, 과거를 회상하는 글도 있었고, 미래를 그리는 글도 있었다. 관계에 대한 글도 있었고, 나라는 사람에 대한 글도 있었다. 정말 다양했고, 그 순간 나는 어떤 것을 보고 느끼고 살았는지 기억났다.


그러니 기록은, 글은 참으로 소중한 것 같다. 유한한 삶에서 무언가를 세상에 남긴다는 것은 이 지구상에 나라는 사람이 살다가 갔다는 흔적을 남기는 행위이니깐. 나를 존재할 수 있게 만드는 유일한 도구이니깐.


가끔 사람들이 나에게 묻는다. 어떻게 하다가 책까지 내게 됐냐고 말이다.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계속 쓰다가 보니 그렇게 됐다고 밖에 할 말이 없다. 애초에 책을 쓰기 위해 글쓰기를 시작했던 것은 아니었다.


글쓰기의 시작은 그저 오늘 하루가 그냥 흘러가는 게 아까워서 뭐라도 남기고 싶은 마음에 시작했다. 오늘의 기분 그리고 생각 또는 거리의 풍경들을 하나씩 기록해 나갔다.


우리는 뭔가를 시작하면 항상 목표를 두고 시작한다. 헬스를 해도 바디 프로필을 찍기 위해서 시작하거나 책을 읽어도 뭔가 얻기 위해 읽는다. 이렇듯 꼭 아웃풋을 바라는 행위에는 늘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면 재미있는 것조차 재미를 잃게 만든다.


꼭 그렇게 큰 목표를 잡을 필요는 없다. 그저 하루하루 묵묵히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작은 발걸음 하나가 결국엔 나를 산 정상으로 이끌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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