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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링고 Nov 08. 2022

과거는 현재의 그림자

빈티지 시계 3 : 브랜드의 미래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시계는 주식과 비슷하다. 주가가 급격하게 상승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성장 가능성이다. 현재 유명한 브랜드의 빈티지가 비싸다는 것은 항상 확인되는 진리이다. 유명함이라는 것은 항상 현재가 판단의 기준이다. 미래의 현재를 생각해 보자. 이걸 생각하면 브랜드의 성장 가능성은 빈티지 가격에 당연히 영향을 미친다. 성장하는 브랜드는 미래에 지금보다 높은 프레스티지를 만들 것이다. 



이미지가 하락하는 브랜드의 미래는 당연히 지금보다 낮은 프레스티지일 것이다. 빈티지의 가격은 거래되는 당시 브랜드의 프레스티지에 영향을 받게 된다. 하이엔드 브랜드의 빈티지는 로우엔드 브랜드의 빈티지보다 항상 비싸다. 현재는 파텍 필립과 롤렉스가 최고의 빈티지인 것처럼 보이지만 미래에는 다를 것이다. 역사는 매번 그대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항상 아주 조금씩 변한다. 대신 정말 느리다.



하지만 한 번 변하고 나면 제 자리로 돌아가는 것도 그만큼 느리다. 느리다는 것이 단점이면서 장점인 이유이기도 하다. 1960년대 이전에 롤렉스 vs 오메가, 파텍 필립 vs 바세론 콘스탄틴은 지금처럼 그렇게 차이나는 프레스티지가 아니었다. 쿼츠 혁명 이후 브랜드의 역사가 만들어낸 차이인 것이다. 역사는 지루해 보이지만 어떤 가치(프리스티지)를 만드는 가장 강력한 이유이고 그것을 만드는 것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신생 브랜드가 100년의 역사를 가진 노포를 이기기 힘든 근본적인 이유이다. 그래서 새로운 브랜드를 창업하는 대신에 역사를 가진 브랜드를 인수하여 시계를 만드는 것이다. 대신에 투자자에게는 안전한 투자대상이 된다. 성장주처럼 내일 갑자기 급등하는 일도 없겠지만 내일 갑자가 급락하는 일도 없다. 매각 결정에 충분한 시간을 주는 주식이다.


물론 지금이라도 롤렉스처럼 성실하게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전진한다면 결국 100년 후에는 롤렉스를 넘어설 브랜드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성공에 대한 열망이 급하지 않다면 말이다. 사업 실패의 가장 흔한 원인은 언제나 성실보다 빠른 성공을 원하는 조급함이다. 그래서 수백 년의 역사에서 성공한 브랜드는 몇 안 되는 것이다. 시계의 역사는 반짝하는 머리보다는 성실함이 시간은 걸리지만 결국은 이긴다는 것을 보여준 역사이다. 성실함을 이긴 반짝 브랜드는 없다. 느린 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 성실 때문에 느려자는 것이다. 



나도 좋고 후손들도 좋은 매력적인 시계는 워렌 버핏이 투자하는 안정된 주식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지금 천만 원을 투자하여 시계를 구입하고 지겹도록 사용하다가 자녀들에게 물려준 후 내 자녀는 나의 안목 때문에 내가 평생 사용한 시계 하나로 나중에 아파트 한 채를 얻을 수도 있는 것이다. 거짓말처럼 느껴지겠지만 시계 경매 시장을 찬찬히 둘러본다면 이 만큼 확실한 것도 없다.


시계를 아파트 고르듯이 고민하고 고른다면 매번 성공하고도 남을 것이다. 빈티지뿐 아니라 현행품에도 적용된다. 이건 백 프로 오르는 그런 게임이 아니라 천 프로, 만 프로 오르는 게임이다. 빈티지는 시계 브랜드의 역사이고, 브랜드의 역사는 현재 성공한 시계가 아니라 과거에 성공했던 시계의 역사이다. 시계 브랜드의 역사책을 아무것이나 한 권 들고서 읽어보라. 성공할 빈티지를 찾는 가장 쉬운 길이 브랜드의 역사를 공부하는 일이다. 브랜드의 역사에 남아 있는 시계인데 빈티지 가격이 낮은 시계라면 일단 질러도 되는 시계이다.



쿼츠라도 무방하며, 최근에는 도리어 생산량이 적었던(빈티지 제 1 법칙) 빈티지 쿼츠 시계들의 가격이 엄청나게 상승하고 있다. 세이코 아스트론 100개(혹은 200개), 스위스 베타 21 시계가 6,000개이다. 스위스의 경우 브랜드별 맥시멈이 롤렉스의 천 개다. 그게 다 살아남았겠어? 절반만 살아남았다고 생각해 보자. 베타 21 역시 전부 레어 아이템이다.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언제나 투자의 지름길이다.


문학은 감성이지만 역사는 현금이다.


예쁜 것은 잠깐이지만 역사는 신뢰이다. 결혼 생활도 비슷할 것이다. 신뢰감보다 나은 것이 있던가? 그 때문에 신뢰감은 한 번 깨지면 회복이 이번 생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성실하게 살았다면 죽는 날까지 그대로 살자. 반짝했던 성실이라면 그건 성실의 정의에 반하는 언어도단이다.



빈티지의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현재의 모습이다. 파네라이와 블랑팡 피프티 페이톰스가 보여주듯이 빈티지의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현재 브랜드의 이미지이다. 시계에 럭셔리가 도입된 이후 가치 판단 기준이 변하게 된 것은 이 때문이다. 럭셔리는 소비자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만드는 일이다.


내가 좋아하던 스타가 변하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버리는 것이다.


이처럼 소비자는 브랜드의 행보를 보면서 망할 시계와 가치가 오를 시계를 판단하여 추종해야 할 브랜드와 버릴 브랜드를 구분해야 하는 것이다. 오늘 백만 원을 주고 산 시계가 몇십 년 후 1억 원이 될 수도 있고, 오늘 1억 원을 주고 산 시계가 백만 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시계의 역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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