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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링고 Oct 22. 2022

OMEGA와 Moonwatch

시계의 전설


오메가의 문와치로 불리는 스피드마스터는 1957년에 발표된 트릴로지(trilogy: 3부작)으로 불리는 씨마스터 300, 레일마스터와 케이스 디자인을 공유하는 수동 크로노그래프 시계로 NASA에 의해 우주인의 개인장비로 선택되어 아폴로 11호가 달착륙을 했을 때 버즈 올드린이 달에 인류의 첫 족적을 남길 때 함께한 시계로 유명해졌다. 그 이후 스피드마스터는 자동 크로노그래프와 쿼츠 모델들까지 다양하게 등장했으나 문와치는 수동 크로노그래프를 사용하는 '스피드마스터 프로페셔널' 모델로 현재까지 발매되고 있는 오메가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시계이다.


오메가의 1957 트릴로지


1962년 NASA에서 우주계획에 따라 우주비행사들에게 개인장비로 크로노그래프 시계를 지급하기로 결정하고 근처의 시계방을 뒤져서 시판 중인 크로노그래프 시계를 고르게 된다. 롤렉스, 오메가, 론진(위트나우어) 등 당시의 대표적인 크로노그래프 시계들을 구입하여 성능 실험에 착수한다. NASA의 우주비행사들에게 필요한 시계는 급가속이 이루어지는 우주선을 타고 우주로 나가야 하므로 고열과 높은 압력을 동반하는 가속 과정을 거치는 동안 고장 나지 않고 파괴되지 않으며 정확하게 작동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최종적으로 이에 수반된 11가지의 테스트에서 유일하게 통과한 시계는 오메가의 Speedmaster뿐이었다. 그 후로 이 시계는 단순한 시계를 넘어 NASA의 공식 장비 목록에 추가된다. 테스트 중이던 1962년 10월의 머큐리계획(1인 탑승)에도 우주비행사 월리 쉬라가 스피드마스터를 착용했었다고 한다. 


NASA의 테스트 책임자였던 제임스 라간(James Ragan)은 스피드마스터의 중요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이 시계는 백업장치이다. 만일 우주비행사가 지상과의 교신이 중단되거나 달 표면에서 디지털 타이머의 기능이 중단된 경우에 그들이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손목에 차고 있는 오메가 시계인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우주계획인 머큐리계획이 거의 마무리된 1965년부터  제미니(2인 탑승) 계획과 아폴로(3인 탑승) 계획의 우주비행사들에게 필수장비로 지급되어 우주로 나가게 되고, 1969년 7월 인류가 최초로 달을 밟게 되던 날 그 우주 비행사들의 팔목에 감겨있었던 것이다. 닐 암스트롱은 달 착륙선의 디지털 타이밍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자 그의 시계를 나중을 대비하여 우주선 내에 남겨두었고,  19분 후에 달 표면을 밟은 버즈 올드린은 오메가 스피드마스터를 팔목에 차고 있었다. 그래서 올드린이 착용한 스피드마스터가 달에서 착용한 최초의 시계가 되었다. 유감스럽게도 올드린이 착용한 그 시계는 그가 임무를 마친 몇 달 후 분실되었고,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폴 뉴먼의 데이토나와 비견될 시계는 이렇게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오메가에서는 이 시계의 이름에 Professional이라는 문구를 추가하게 되며, '문와치'라는 별명이 생기게 되었다. 그리고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진 1970년 아폴로 13호의 귀환 시 모든 계기판이 고장 나자 스피드마스터에 의지하여 지구로 귀환하여 NASA로부터 감사패(스누피 어워드)를 받은 역사도 가지고 있는 시계이다.


1968년 오메가는 레마니아에서 칼리버 2310을 캠 방식으로 개량한 칼리버 1846(오메가 칼리버 861)로 변경하게 된다. 그리고 현재까지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프로페셔널은 1968년에 개량된 수동 크로노그래프로 제조되고 있다.



오메가의 문와치가 레마나아에서 제조한 칼리버 2310을 사용했고, 이 무브먼트는 파텍 필립, 바쉐론 콘스탄틴, 브레게 등에도 공급되어 고급 크로노그래프를 만들 때 사용된 베이스 무브먼트였다는 역사와 함께 수동 크로노그래프의 명기로 유명해졌다.


2019년 오메가는 빈티지 시장에서 10만 달러의 가격을 호가하는 오메가 321을 사용하는 빈티지에 착안하여 오메가 칼리버 321을 재생산하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오메가의 다른 시계들과 달리 1년에 1,000~2,000개로 제한하여 생산하면서 고가의 금시계로만 제조하다가 2020년 NASA에 채택된 오리지널 스피드마스터의 같은 디자인의 스테인리스 스틸제 '스피드마스터 칼리버 321'을 발매했다. 사용된 무브먼트까지 고려하면 이 시계야 말로 1962년 NASA에서 우주비행사용 크로노그래프 시계로 채택된 오리지널 모델에 가장 가까운 시계이다. 오메가 칼리버 861을 사용하는 스피드마스터 프로페셔널의 리테일 가격이 5,000 달러(스텐레스 스틸 기준) 임에 비해 칼리버 321을 사용하는 스피드마스터는 15,000 달러의 리테일가를 가진 오메가에서 가장 비싼 시계의 하나이다.



오메가의 문와치에 대해서는 여러 권의 시계 책이 등장할 정도로 손목시계의 역사에서 오랜 인기를 누리는 몇 안 되는 시계 중 하나이다. 이와 경쟁할만한 시계가 롤렉스의 섭마리너이다. 섭마리너는 방수시계로 유명해진 롤렉스에서 잠수부들을 위해 개발한 시계로 COMEX 등 해양탐사기업들과 관련된 시계이다. 오메가의 문와치와 함께 컬렉터들이 가장 많이 수집하는 프로페셔널 빈티지 모델의 양대산맥과도 같은 시계이다.


수동 크로노그래프



파텍 필립의 '퍼페츄얼 캘린더 크로노그래프', 롤렉스의 '데이토나 폴 뉴먼' 모델과 함께 빈티지 시장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유지하며 고가로 거래되는 시계가 1957년에서 1968년까지 생산된 레마니아의 칼리버 2310(오메가 칼리버 321)을 사용한 스피드마스터이다. 이 3가지 모델 모두 수동 크로노그래프라는 것이 특징이다.


19세기의 회중시계 시절부터 크로노그래프는 주력상품이 될 수 없는 시계였다. 경마에서 시작된 스톱워치는 시간을 보는 일반 시계와는 별로도 제조된 시계였고, 이를 일반 시계와 겸용하도록 만들어진 것이 크로노그래프이다. 경마나 스포츠 등의 계측에 필요한 크로노그래프는 일반인들에게는 큰 쓸모가 없었으므로 미국 같은 실용적인 시계를 만드는 나라에서는 거의 제조하지 않았고, 스위스 브랜드들에서도 제품 라인의 극히 일부로 제조되던 시계였다.


당연히 일반적인 시계와 달리 제조량이 극히 적었고, 이것이 1980년대 중반 기계식 시계들의 생산이 중단되면서 이태리에서 유행하게 된 시계 빈티지 거래가 인기를 끌면서 고가의 빈티지가 된 주요 원인이 되었다. 파텍 필립과 롤렉스는 빈티지 시장이 생기자마자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였다. 오메가는 현행품에서는 언제나 롤렉스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였지만, 빈티지시장에서는 롤렉스에 한참 밀리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문와치의 전설을 가진 레마니아 2310을 사용하는 스피드마스터만은 파텍 필립이나 롤렉스에 필적할 정도로 예외적인 인기를 누렸던 것이다.



스위스 브랜드 중 크로노그래프가 주요 제품이었던 브랜드로 호이어와 브라이틀링이 있다. 이 브랜드들은 스위스의 대기업들인 롤렉스, 오메가, 론진, 제니스, GP 등과 비교하면 크로노그래프를 주력상품으로 하는 소규모 브랜드였지만, 1980년대 빈티지 시장에서 크로노그래프가 인기를 끌면서 1990년대에 롤렉스, 오메가 등과 경쟁할 수 있는 대형 브랜드로 성장하게 된다. 그 결과 호이어는 루이뷔통에 인수되었고, 브라이틀링은 미국의 사업가에게 인수되어 현재까지 독립된 브랜드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롤렉스 데이토나 수동 크로노그래프(밸쥬 72)


오메가의 스피드마스터에 비교할 만한 롤렉스의 크로노그래프 시계는 1955년 오이스터 케이스에 수동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를 사용한 '코스모그래프'를 처음 발매하고, 1963년(시계 디자인) 혹은 1965년(데이토나의 명칭)에 처음 등장한 데이토나는 문와치와 같은 역사는 없지만 파텍 필립과 함께 빈티지 시장의 총아인 롤렉스에서 제조된 크로노그래프라는 이유로 문와치에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중 폴 뉴먼 다이얼로 불리는 데이토나는 독특한 다이얼 디자인과 유명 배우이면서 카레이서였던 폴 뉴먼의 명성과 함께 빈티지 시장에서 가장 고가로 팔리는 크로노그래프가 되었다. 


1970년 이전에 제조된 스위스의 크로노그래프 시계들이 모두 수동 크로노그래프였던 이유는 당시는 아직 자동 크로노그래프가 개발되기 전이었기 때문이다. 자동 크로노그래프는 일반 자동 시계들과 달리 1969년에야 제니스, 호이어, 세이코에 의해 처음으로 시판되었던 것이다. 일본의 세이코가 최초의 쿼츠 시계인 아스트론을 발표한 해이다. 이 때문에 제니스와 호이어에서 개발된 자동 무브먼트는 몇 년 후 제조를 중단과 함께 이를 개발한 회사들이 투자비도 회수하지 못하고 몰락하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1988년 롤렉스는 기계식 시계에 대한 수요가 되살아나자 1969년 제니스에서 개발한 엘프리메로 무브먼트를 사용하는 자동 크로노그래프 데이토나를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밸쥬 72 계열의 수동 무브먼트를 사용하는 데이토나의 생산은 중단되었다. 그리고, 기계식 시계가 완전히 부활하고 인터넷 사이트를 중심으로 자사 무브먼트 논쟁이 심각해지자 2000년 바젤 페어에서 자체 개발한 자동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4130을 사용하는 데이토나로 교체했다. 이로써 유일하게 외부에서 제작된 무브먼트를 사용하던 롤렉스는 모든 시계의 무브먼트들을 전량 자체 제작하는 회사가 되었다.



다이버 와치


다이버 시계의 대명사 롤렉스 섭마리너


미국의 해밀턴과 엘진이 전기시계를 개발하고, 블로바에서 어큐트론을 개발하던 1950년대와 1960년대에 스위스는 손목시계 역사에서 가장 매력적인 시계들을 개발하던 시기였다. 빈티지 컬렉터들이 가장 선호하는 빈티지 시계들이 바로 1950년대와 1960년대에 생산된 스위스 시계들이다. 강력한 경쟁자였던 미국의 시계 메이커들이 2차 대전을 전후하여 손목시계용 자동 무브먼트를 개발한 스위스와 경쟁할 수 없는 상태로 몰락해 버렸다.


오메가 Ploprof 600


미국에서 스위스의 자동 무브먼트들을 수입하여 정장용 시계 제조에 몰두하는 동안 스위스에서는 롤렉스, 오메가, 블랑팡을 중심으로 2차 대전 중 해군용 시계로 사용된 다이버 시계들을 발전시키고 있었다. 미군에서도 엘진 등이 제조한 다이버 시계를 사용했으나 스위스에서 개발된 다이버 시계들에 비하면 디자인에서 매우 뒤떨어지는 모델들이었다.


크로노그래프, 다이버 시계 및 COSC 크로노미터는 스위스 시계가 세계 시장을 석권하던 시기에 발표되어 스위스를 고급시계의 대명사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시계들이다.


COSC 크로노미터



1920년대에 손목시계가 등장한 후 무브먼트가 작아짐에 따라 회중시계에 비해 매우 부정확해졌다. 롤렉스, 오메가, 론진, 제니스, 지라르드 페레고 등을 중심으로 손목시계의 정확성을 회중시계 정도로 향상하기 위한 노력들과 함께 자동 무브먼트의 개발이 진행되었다. 그 결과 1950년대와 1960년대 스위스의 시계들은 하루 오차 5초 정도의 스위스 COSC 크로노미터 인증을 받은 자동 시계들을 대량 생산해 내게 된다. 롤렉스의 대부분의 시계들과 오메가의 콘스텔레이션, 론진의 컨퀘스트와 플랙쉽 같은 시계들이었다.


일본은 1966년에야 비로소 스위스와 경쟁할 수준의 그랜드 세이코의 자동 무브먼트(62GS)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고, 미국은 2차 대전 이후 손목시계 무브먼트 개발을 거의 포기한 상태였다. 그래서 1960년 전까지 미국에서는 회중시계가 정확한 시계의 대명사인 '레일로드 크로노미터'(철도원들이 사용하는 정확한 시계)로 채용되었다. 이미 손목시계가 대중화되고 더 이상 조끼도 입지 않은 상황에서 해밀턴 같은 미국 업체들의 생산능력에 맞추어 계속해서 회중시계만 레일로드 크로노미터로 인정하는 것에 대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이어지자 엘진의 'B. W. Raymond'가 1960년에 수동 손목시계 모델로 처음으로 레일로드 크로노미터로 인증되었다. 그리고 1962년에 블로바의 어큐트론이 2번째로 손목시계 크로노미터로 인증되어 사용되게 된다.


쿼츠 혁명이 시작되기 전인 1950년대에서 1960년대의 20년간 스위스는 자동 손목시계 크로노미터를 유일하게 대량으로 생산해 내는 유일한 나라였던 것이다. 이 무렵 고급시계 시장의 80%를 스위스가 차지하게 된다. 1961년에 발매된 블로바의 어큐트론만이 스위스 COSC 자동 시계들과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시계였다. 일본이 기계식 무브먼트 개발에 손을 떼고 쿼츠 시계 개발에 집중하게 된 이유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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