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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링고 Oct 22. 2022

스와치

1. 스와치 그룹



니콜라스 하이에크(1929-2010)는 1963년 컨설팅 회사인 '하이에크 엔지니어링'를 설립하여 스위스 시계 회사와 유럽의 대기업들을 성공적으로 회생시켜며 명성을 얻었다. 1981년 SSIH와 ASUAG에 많은 자금을 빌려주었던 스위스 은행들이 하이에크에게 컨설팅을 의뢰하게 되었다.


SSIH는 1930년 오메가와 티솟이 경제공황을 견디기 위해 통합되어 등장한 대형 시계 그룹으로 1932년에는 크로노그래프 전문 업체인 레마니아가 통합되었다. ASUAG는 1931년 스위스에서 난립했다가 도산의 의기에 처한 에보슈 업체들을 통합하여 생겨난 에보슈 생산 통합기업이었다.  이후 도산의 위기에 처한 브랜드들을 인수하여 Eterna, Rado, Mido, Certina, Oris, Cyma, Hamilton, Roamer, Helvetia 등이 소속된 General Watch Co.라는 시계 브랜드 지주회사를 설립하게 되며 1971년말에는 경영에 어려움을 느낀 론진이 통합되었다. SSIH는 물론 ASUAG는 그룹임에도 불구하고 소속 회사들은 그룹의 도움을 받으면서도 별도의 회사처럼 운영되고 있었다.


'ASUAG는 100개 이상의 회사들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어떤 회사는 크고 어떤 회사는 작고 일부는 현대적이고 일부는 아주 구식이었다. 그런데 이 회사들 대부분이 자체 R&D 부문과 조립라인을 가지고 마케팅도 별로도 하고 있었다. 미친 일이었다.' (하이에크의 인터뷰 중)


하이에크는 적자가 심한 SSIH와 이익을 내고 있었지만 복잡한 조직의 ASUAG를 통합하는 것만이 위기를 벗어나는 일이라는 '하이에크 보고서(Hayek Study)'를 작성게 된다. 하이에크 보고서에 따라 스위스 은행들은 1983년 두 조직을 통합하여 SMH 그룹이 설립하고, 하이에크를 SMH 그룹 이사회 회장으로 선임한다. SMH의 성장가능성이 매력을 느낀 하이에크는 1985년에는 투자그룹을 만들어 은행으로부터 SMH그룹의 지분 51%를 매입하여 대주주가 되었다.


하이에크가 SSIH와 ASUAG의 통합을 추진하는 동안 ETA SA의 사장이었던 톰케는 1978년 가장 얇은 쿼츠 시계인 데릴리움를 개발하게 된다. 그리고 이 기술을 바탕으로 100개 이상의 부품으로 이루어지던 쿼츠 시계를 51개의 부품으로 줄일 수 있게 된다. 이렇게 해서 일본과 경쟁할 수 있는 플라스틱 패션 시계 스와치(대중용 데릴리움 : Delirium Vulgare)를 개발하여 1982년에 출시하게 된다.


하에에크와 톰케


톰케는 1984년부터 1991년까지 SMH의 사장으로 근무하다가 1985년 스와치의 회장이 된 하이에크와의 갈등으로 스와치 그룹에서 하차하게 된다. 톰케가 주도하여 만든 스와치 시계의 성공으로 1984년까지 적자였던 SMH의 이익은 1989년 20억 스위스 프랑으로 증가하여 위기를 벗어나게 되었다. Swatch라는 이름은 하이에크가 제안한 'Second Watch'의 줄임말이다. 스와치는 시계 부품 제조 업체인 ETA SA에서 제조, 마케팅과 판매를 전담하는 ETA의 시계다. SMH그룹은 1998년 'Swatch Group'으로 명칭을 바꾸게 된다.



1985년 스와치에서 예술가들과 콜래버로 한정판(Swatch Art Special)을 판매한 적이 있다. 프랑스의 크리스티앙 차피롱(Kiki Picasso, 1956~)이 디자인하여 140개 한정판으로 판매된 키키 피카소 스와치는 1989년 이태리 밀란에서 열린 소더비 경매에서 45,000 달러에 경매되어 가장 비싼 스와치의 기록을 남기고 있다. 스와치도 잘만 고르면 투자가치가 있는 시계이다.




2. MoonSwatch



2022년 3월 스와치는 스와치 그룹의 주력 브랜드 오메가의 문와치로 유명한 '스피드마스터'의 디자인을 사용하는 '문스와치'의 11개 모델을 발표했다. 1981년 쿼츠 혁명을 통해 세계 최대의 시계 업체로 성장한 일본의 세이코에게 팔릴 운명에 처했던 오메가를 구한 것이 스와치였다. 스와치가 판매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게 되자 스와치를 구원하기 위해 오메가가 나서게 된 것이다.


기존의 스와치 시계와는 달리 스와치 전문매장에서만 판매한다는 발표가 있었고 발매 첫날 런던의 스와치 매장은 몰려든 인파로 인해 경찰이 개입하여 판매를 중단할 정도로 난리법석이었다. 파텍 필립의 티파니 한정판과 달리 문스와치는 지속적으로 판매될 시계였으나 기대 밖의 인기로 인해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소비자 가격(리테일가) 260 달러로 발매된 이 시계는 곧 인터넷 장터를 통해 천 달러 이상의 가격으로 재판매되기 시작했다. 물량이 부족해지자 발표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문스와치의 짝퉁들까지 무수히 등장했다.


스와치에서 이 시계를 계획하게 된 것은 2020년대 들어서면서 스와치의 판매량이 급격이 줄어들었기 때문이었다. 1980년대에 스위스 시계 산업을 살렸다는 평가를 받는 스와치는 2000년대 들어 하향세를 겪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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