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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링고 Oct 22. 2022

리치몬트 그룹


카르티에를 인수하여 사업 확장을 확장하던 로버트 호크는 1979년 벤돔 광장에서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게 된다. 로버트 호크가 사망한 후 그의 부인이 사장이 되고, 그의 딸이 카르티에 보석 디자인의 책임자로 취임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카르티에 몽드를 운영한 것은 카르티에의 부사장이자 자금을 담당하던 카노우이와 로버트 호크와 함께 머스트 카르티에를 기획하며 1976년 머스트 카르티에의 사장으로 진급한 페랭이었다. 


1974년과 1976년 로버트 호크가 영국과 미국의 카르티에를 인수할 때 미국 카르티에의 지분 20%를 투자한 것이 리치몬트와의 인연이었다. 안톤 루퍼트는 1988년 스위스에 리치몬트를 설립한 후 여러 번의 통합과 분할을 거쳐 담배 사업과 럭셔리 사업을 분리하게 된다. 그 결과 1993년 리치몬트 내의 럭셔리 사업을 통합하는 벤돔 그룹을 설립하면서 로버트 호크가 시작한 카르티에 몽드는 벤돔 그룹의 일부가 된다.



안톤 루퍼트는 남아프리카의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의과대학을 다니던 안톤 루퍼트는 학자금이 부족하자 화학 학위를 받아 졸업한 후 잠시 대학에서 강의를 했다. 그리고 드라이클리닝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그 무렵은 1929년 미국의 증시 폭락으로 시작된 세계적인 공황으로 모든 사업이 어렵던 시절이었다. 안톤 루퍼트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담배와 술의 판매는 줄어들지 않는 것을 보고는 주변의 투자를 받아 그의 집 창고에서 담배를 제조하여 판매하게 된다. 1939년 23살에 '부르브랜드 담배 회사'를 설립하게 된다. 이것이 담배 사업과의 인연이었다. 1941년에는 친구이자 반아파르트헤이트(anti-apartheid) 운동가인 친구의 도움을 받아 도산한 담배 회사를 인수하게 되고, 그 친구가 인도의 리테일러들을 소개해 주게 된다.


1953년에는 런던에서 '폴 몰'을 제조하는 로스만의 사장인 시드니 로스만을 만나 75만 달러의 인수 제안을 받게 된다. 당시 5만 달러밖에 없었던 루퍼트는 즉시 남아프리카로 돌아가 보험회사로부터 70만 달러를 빌려 계약 만료 10분 전에야 대금을 지급하고 인수했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한편, 영국의 로스만을 인수한 후 1958년에는 영국의 또 다른 담배 기업인 카레라를 인수하게 된다. 1958년 알프레드 던힐이 사망하자 그의 부인인 메리 던힐이 사장이 되는데, 1965년 던힐의 지분 50%를 카레라에 매각하게 되고 던힐이 리치몬트 그룹에 인수되는 시초가 되었다. 이 처럼 파이프 담배와 라이터 제조가 중심이었던 던힐은 로버트 호크와는 무관하게 영국에서 담배 관련 사업을 확장하던 안톤 루퍼트의 로스만에서 인수했던 것이다.



안톤 루퍼트의 장남인 요한 피터 루퍼트(1950~)는 남아프리카 대학에서 경제학과 회사법을 공부하다가 사업에 투신하기 위해 대학을 중퇴하고 뉴욕으로 가서 체이스 맨해튼 은행에서 2년, 라자르 페레레스에서 3년간 근무한 후 1979년 남아프리카로 돌아와 '랜드 상업 은행'을 설립하여 사장이 된다. 그리고 그 사이 해외 기업 인수 등으로 규모가 커진 그룹의 관리를 위해 1984년 아버지의 회사인 렘브란트 그룹에서 일하기 시작한다. 요한 루퍼트의 제안에 따라 1988년 스위스의 추크(Zug)에 리치몬트를 설립한 것이 리치몬트라는 이름의 시작이다. 요한은 1989년에는 렘브란트 그룹의 부회장으로 승진하고, 1991년에는 회장으로 승진하여 리치몬트의 사업을 이어받아 1993년 벤돔 그룹을 설립하게 된다. 


던힐은 안톤 루퍼트가 회장이던 시절인 1977년에 몽블랑을 인수하고, 1985년에는 클레오, 1992년 라거펠트를 인수하며 리치몬트 럭셔리 사업의 한 축을 유지하다가, 1993년 요한 루퍼트의 지휘 하에 벤돔 그룹이 만들어지면서 카르티에 등과 럭셔리 사업으로 통합되었던 것이다.


1993년에 통합되는 벤돔 그룹은 로버트 호크가 인수한 카르티에와 이를 바탕으로 1988년에 인수한 피아제와 보메 마르시에, 그리고 루퍼트의 로스만 인터내셔널이 보유하던 던힐 그룹이 합쳐지면서 생겨나는 것이다. 럭셔리 기업들의 통합에 따라 로버트 호크의 가족과 카노우이가 30%의 지분을 보유하게 되었으나, 1998년 리치몬트가 남은 지분을 모두 인수하여 벤돔 그룹이 사라지고 리치몬트 그룹에 통합된다.


벤돔 그룹 시절이었던 1996년에는 불가리와 경쟁하여 바쉐론 콘스탄틴을 인수하게 되고, 1997년에는 이태리의 소규모 상점이었던 파네라이를 인수했다. 


이 무렵부터 리치몬트는 담배사업의 비중을 줄이며 럭셔리 사업에 집중하게 된다. 1999년 반 클립 & 어펠스의 지분 60%를 인수하고, 2003년에 나머지 지분도 전부 인수하였다. 2002년 리치몬트는 추크(zug)에서 제네바로 헤드 오피스를 옮기게 되고, 독일 만네스만 그룹에 속해 있던 LMH(Les Manufactures Horlogeres'를 30억 스위스 프랑에 인수하게 된다. LMH는 랑에 운트 조네, 야거 르 쿨트르와 IWC로 구성된 시계 회사로 당시 귄터 블륌레인이 사장으로 있었다. LMH를 인수함으로써 리치몬트는 하이엔드 시계 그룹의 이미지가 강해지게 되었던 것이다.


2006년에는 미네르바를 인수하여 몽블랑의 시계 제조 시설로 변경하고, 2007년에는 랄프 로렌과 50%씩 투자하여 랄프 로렌 시계 회사도 설립하고, 2008년에는 '로제 듀비(Roger Dubuis)'도 인수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카르티에의 인수에서 시작되었던 럭셔리 사업은 1996년 바쉐론 콘스탄틴, 1997년 파네라이, 2002년 LMH의 인수를 거쳐 리치몬트에서 시계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현재 스위스와 독일의 하이엔드 브랜드들이 리치몬트 소속이 되었던 것이다.


2010년에는 인터넷 상거래 전문 업체인 Net-A-Porter 그룹을 인수하여, 향후 리치몬트 그룹의 제품들에 대한 인터넷 판매 정책을 추진 중이라고 알려져 있다.



머스트 카르티에를 성공시킨 알랭 도미니크 페랭은 1976년 머스트 카르티에 사장으로 임명되고, 카르티에 몽드와 통합된 1981년부터는 카르티에 몽드의 사장으로 승진했다. 1998년 리치몬트가 벤돔 그룹을 완전히 인수한 후인 1999년부터는 리치몬트의 사장으로 승진하여 2003년에 은퇴하게 된다. 그의 별명이 'Mr. Cartier'이다. 1973년 머스트 카르티가 시작된 후 30년간 카르티에를 성장시킨 인물이다.


머스트 카르티에 사장 시절이던 1980년 페랭은  샤토 라그르젯(Chateau Lagrezette)을 인수했다. 2003년 리치몬트에서 퇴임한 페랭은 1984년 설립한 카르티에 예술 재단의 사장으로 근무하며 와인사업에 열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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