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뉴영 Aug 17. 2022

일본에서 전직하기 #1

일본에서 5년 차 직장인으로 근무하면서 이직(일본에서는 보통 전직이라고 한다)을 한 적은 2번이다. 현재 다니는 회사가 세 번째 회사인데, 이 회사에서 만 3년 넘게 다니고 있으니 앞서 다닌 회사는 오래 다니지 않았다. 그 두 번 왜 이직을 했는지, 일본의 이직 플로우는 어떤지 등등 관련 내용을 요리조리 잘 섞어서 얘기해보려 한다. 개발자로서 이직을 한 것이기 때문에 다른 직종은 꽤 많이 다를 것으로 생각한다.


 첫 번째 회사는 한국에서 개발과 일본어를 공부한 시설에서 연계해준 곳이었다. 회사에 지원하기 전에 사람을 등급으로 나눠서 본인들이 생각했을 때 기준에 충족시키지 않는다면 애초에 지원할 수 조차 없는 시스템이 있는 곳이었다. 그때 가고 싶었음에도 내 '등급'이 낮아서 지원을 하지 못한 회사에서 지금은 특진도 하면서 잘 버티고 있다. 아무튼 그때 제한된 회사 리스트 내에서 SI 회사 딱 한 군데에 붙어서 갈 수 있었는데, 이 회사에서 회사 소개를 할 때 사장님이 얼마나 말씀을 잘하던지 사람의 열정을 보고 본인과 함께 회사를 키워나갈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고 하며 눈을 반짝이며 열정을 보여주셨다.


 입사가 확정된 이후 일본으로 넘어가 긴장되는 마음으로 첫 출근을 했는데, 불안한 마음을 갖게 한 첫 번째는 한국에서 얘기한 정규직이 아니라 계약직으로 회사에서 일을 하게끔 계약서를 준 것이었다. 사장은 회사가 중소기업인지라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변경되면 국가에서 지원금이 나오는데 그걸 위해서 그런 거지 다른 거는 똑같다고 설득을 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속은 기분이 들어서 회사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또한 월급도 제시한 것보다 2만 엔 정도 적은 금액이었다. 초년생 연봉에 살인적인 일본의 세금과 연금, 보험을 떼면 정말 쥐꼬리조차도 남지 않는데 그 마저도 낮아진 거였다.


 입사 3개월 후에 왜 지원할 때와 조건이 다르냐라고 항의를 하자, 잠시 조정된 것이라며 변명하더니 나중에 다시 올려주기는 했지만 이런 걸 일일이 얘기하지 않으면 무조건 나를 속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 회사에 오래 다녀야겠다는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다.


 게다가 처음에는 사무실 파티도 하고 개인 프로젝트도 진행하게끔 하더니 입사 후 1개월 내에 현장에 파견이 되지 않자 이력서를 강제로 부풀리게 하고 개발자가 아닌 직종으로 파견을 권했다.

 구직난인 일본이어도 CS나 일본어 전공을 하지 않은 경험 없는 외국인 신입은 정말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다. 대신 6개월이라도 경험이 있으면 그다음 단계는 조금 쉬워지지만, 그 첫 일자리를 구하는 게 참 힘들다. 사장은 이걸 아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게 내 문제인 것처럼 슬슬 공격을 했는데, 어찌어찌해서 난 2개월 만에 현장(일본에서는 겐바)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일본의 IT 하청구조는 프로젝트 크기에 따라 달라지지만,


갑 : 프로젝트를 의뢰한 클라이언트

을 : 프로젝트를 따낸 회사

병 : 을 회사에서 고용한 대기업 SI

정 : 대기업 SI가 고용한 중소기업 SI

무: 그 회사에 속한 나


정도이다. 회사 내의 프로젝트의 하는 경우에는 저 단계가 하나 더 줄어든다. 하지만 이러나저러나 소소기업SI의 경우에는 떼이고떼이고떼인 돈을 받는 경우가 많기에 직원이 받는 월급도 적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일본에 있는 SI회사가 마냥 나쁘냐 하면 그건 절대 아니다. PERXX 같은 일본 대기업 SI는 개발만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정말 추천한다. 분단위로 야근수당을 받고 월급과 보너스도 아주 괜찮다. 승진이나 매니징에 신경 쓰기보다는 개발에 집중할 수 있기에 평생 개발만 하고 싶은 사람들에겐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무의 위치에서 쥐꼬리 같은 월급에 첫 현장에서 이리저리 까이고, 이력서를 부풀린 게 들통나서 한 소리 듣고 1개월씩 연장되는 통에 다음 달에는 연장이 돼서 사장에게 안 쪼일 수 있을까를 걱정하는 등등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그러면서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3개월 차에 이직을 준비했다.


이직은 전직 에이전트를 통해서 했다. 일본에는 DODA, Mynavi 등등 많은 회사가 있는데 이런 회사를 통해서 지원하는 게 혼자서 하는 것보다 합격률도 높고 본인도 편하다. 채용 시장에 게시되지 않은 자리도 많고 일단 본인의 조건에 맞는 곳을 추려서 정보를 주기 때문에 본인의 시간도 절약된다. 본인이 현재 회사에 만족하지 못하는 개발자에 조금이라도 경력이 있다면 중고 신입으로 좀 더 괜찮은 곳으로 들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덕분에 생각보다 꽤 빨리 중견기업 SI에 중고 신입으로 입사를 할 수 있었다. 1개월 정도 걸린 것 같고 총 4군데 면접을 볼 수 있었다. 겐바에 파견돼서 일한 경험은 5개월 정도였지만, 영어를 잘한다는 걸 그 회사에서 인정해줬고, 일단 일본어로 일 한 경험이 있는 것에 아주 만족스러워했기에 생각보다 꽤나 쉽게 입사를 할 수 있었다.


 입사 확정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이전 입사 전후 왜 계약조건이 다르냐며 싸운 후에 사장에게 퇴사 의사를 밝히니, 그러라고 웃으면서 답하며 다른 회사에는 붙은 거냐고 넌지시 물었다. 나도 웃으면서 그렇다고 전하며 월말에 관둔다고 얘기를 했다.


 이후에 사장이 뒤에서 쟤는 취업비자받으려고 우리 회사에 잠깐 들어 왔다가 이직한 거라고 자신을 이용했다며 다른 직원들에게 험담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본인의 자리가 어떻든 대부분 자기중심적으로 생각을 하는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내가 직업을 정하게 된 과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