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 숨이 돌아온 자리에서

by 웅토닌


자화상

바람의 부둣가에 너를 본다 거칠은 파도 속에
새벽달에 걸쳐진 새 한 마리 울음에 너를 본다.

나뭇 사이 햇살에 네가 있다. 쏟아지는 빗속에도
차가운 거리에 나뒹구는 낙엽속에 네가 있다

그렇게 힘이 많이 들었나 웃을 때도 있었잖아
눈물에 흔들리는 네 얼굴 다시 또 일어날 수 있었잖아

스쳐간 기억에
네 모습 조금씩 흩어져

그래도 변치 않은 것들은 날 담은 이 노래와
내 곁에서 투덜대는 아이의 날 닮은 웃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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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이 자화상에는 얼굴이 없습니다. 대신, 살아온 흔적만 남아 있습니다.


저는 Rock 음악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1981년 12월에 친구들과 함께 각 파트별 악기를 배우기 위해 충무로에 있던 한 음악학원에 들어갔습니다. 당시 실습을 맡아주시던 선생님은 밤무대 밴드 주자 출신이었는데, 성격이 꽤 까다로우셨습니다. 합주실에 있는 악기들은 손도 대지 못하게 하셨지요.


그 시절 저는 친구들과 밴드를 결성해 대학가요제에 나가는 꿈을 꾸고 있었습니다. 출전곡으로 〈젊음의 햇살〉이라는 곡도 만들어 두었고, 무엇보다 합주가 너무 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몰래 합주실에 들어가 곡의 합을 맞춰보던 중, 마침 들어오신 실장님께 들키고 말았습니다. 결국 학원에 들어온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그날로 쫓겨나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30년이 흐른 뒤, 우연히 그때의 악보를 다시 찾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당시의 비트와 코드 진행을 바탕으로〈자화상〉이라는 곡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젊음의 햇살〉이 막 사회에 나선 젊음을 노래한 곡이라면,
30년이 지난 후에 만든 〈자화상〉은 지금의 제 모습을 담은 노래입니다.

언젠가는 다시 함께 합주해 볼 날도 있겠지요. 그때쯤이면 친구들 관절이 좀 걱정되긴 합니다만요.


〈자화상〉은 락 비트 위에 시간 속에서 여러 번 부서지고 다시 일어났던 제 자신을 투영한 노래입니다. 과거와 현재의 내가 기억 속에서 겹쳐지며, 무너짐과 회복의 순간들을 있는 그대로 담아보았습니다. 이 노래는 완성된 초상이 아니라, 지금도 계속 살아가고 움직이는 자화상입니다.

https://youtu.be/Z3wTi5VQJ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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