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초 고추장

- 한국의 위계질서는 장독대에서 완성된다.

by 웅토닌

먼저,

태양을 숭배하는 아프리카의 한 추장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의 이야기다.

그는 한국 사회의 질서와 위계,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묘하고도 섬세한 ‘높낮이 문화’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자신 역시 부족 내에서
가장 높은 지위에 있었기에,
그는 한국의 어른을 공경하는 문화와
위계질서를 배우고자 했다.

그러던 중 -
그는 결정적인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너무도 감명 깊었던 나머지
이 깨달음을 가슴에 깊이 새긴 그는
부족으로 돌아가
이 경험을 전파했다고 한다.

글로 옮기면 감흥이 많이 떨어지지만,
그가 남긴 말은 대략 이렇다.

“한국에는
직급이 매우 다양하며,
자기보다 더 높은 사람만이 먹는 음식이
따로 존재한다.”

그는 특히
한국 사람들이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반드시 찾는다는
‘마트’라는 공간에서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진열대 위에
자기보다 높은 추장을 기리는 음식
산처럼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오랜세월 한국사람의

전통으로 지역마다, 가계마다 전수되어지고

비빔요리. 국요리에는 항상 들어가고

마치 종교처럼 신봉한다는 음식이다.

.

.

그 음식의 이름은
‘고추장’.

그는 그 자리에서 한동안 말을 잃었다.
‘나보다 높은 추장이 이렇게 흔하다고…?’

그러나 진짜 충격은 그다음이었다.

고추장 옆에,
고추장보다 더 높은 추장
당당히 진열돼 있었던 것이다.

그 이름은 ‘초고추장’.


그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도대체 얼마나 높은 추장까지
존재하는 것인가…’

그리고
마지막 진열대를 보는 순간,
그는 그대로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그곳에 적혀 있던 이름은

.

.

.
‘태양초고추장’.


자신들이 신으로 숭배하는 태양으로

빚은 음식이었다.


“사람은 직급으로 지배되지 않는다.
이름에 길들여질 뿐이다.”


“우리는 누구를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라고 불리느냐에 반응하고 있을 뿐이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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