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의 거리

빛의 속도로 바라본 존재의 시간

by 웅토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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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의 거리를 계산해 보았다.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는 약 1억 5천만 km.
빛의 속도로는 8분 20초가 걸린다.
그러니까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태양은
8분 20초 전의 태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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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묘해진다.
우리는 언제나 ‘지금’을 보고 산다고 믿지만,
사실은 언제나 과거를 바라보며 살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밤하늘의 별들은 더하다.


우리가 보는 별들은 우리 은하에 속한 별들이고,
우리 은하에는 약 천억 개의 별이 있다.
은하의 지름은 약 10만 광년,
태양계는 그 중심에서 약 3만 광년 떨어진 변두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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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광년은 빛이 1년 동안 이동한 거리다. 약 9조 4608억 km.

100광년은 100년, 약 946조 km,


그렇다면 우리가 보는 별빛은 100년 전의 모습이고,
수천·수만 년 전의 모습이다.
지금 우리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별들 중에는
이미 사라진 별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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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는 우주의 현재가 아니라
우주의 역사를 바라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해를 돕기 위해 공룡을 떠올려 본다.
공룡은 약 2억 5천만 년 전부터
6천5백만 년 전까지 지구를 걸었다.
만약 2억 5천만 광년 떨어진 별에서 지구를 본다면,
그곳에서는 지금도 공룡이 살아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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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각하면 시간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아이작 뉴턴은
시간과 공간을 고정된 무대로 보았다.
어디서든 시간은 같은 속도로 흐른다고 믿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달랐다.
시간과 공간은 분리될 수 없고,
질량과 중력은 시공간을 휘게 만들며,
중력이 강할수록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고 했다.

지구에서도 아주 미세하지만 고도에 따라 시간의 흐름은 다르다.
지표면과 높은 곳의 시간 차이는 100년에 약 1초.
적도는 극지방보다 조금 더 빠르게 늙는다.

우리가 느끼는 중력조차
시간의 흐름 차이에서 비롯된 현상이라는 설명은
시간을 완전히 다르게 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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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터스텔라〉는
이 개념을 감정의 언어로 풀어낸다.
주인공은 우주로 떠났지만, 지구에 남은 딸은 그보다 훨씬 빠르게 늙어간다.
같은 시간을 살았지만 같은 시간을 살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나는 생각해 본다.
만약 인간의 일생을 100년으로 본다면 그것은 100광년의 거리다.
100광년 떨어진 곳에서 나를 본다면 나는 아직 살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영원히 사는 법이란 시간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거리를 달리 두는 것인지도 모른다.
100광년. 약 946조 km.
삶과 죽음의 거리는 어쩌면 그 정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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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른다”는 말은 위로가 되지만,
우주 앞에서는 완전히 참은 아니다.

우리는 모두 서로 다른 시간 속에서
서로 다른 속도로 살고 있고, 죽어간다.

그리고 오늘 밤
하늘을 올려다보며 나는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도
누군가는 나의 과거를 보고 있을 것이고,
나는 누군가의 오래된 빛을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삶과 죽음은 생각보다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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