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동반자
[K-Zodiac] 일곱 번째. "말 馬(마)" 이야기
- 바람의 동반자
숲은 한동안 제자리를 되찾고 있었다.
곰은 기다렸고, 고양이는 곁을 지켰다.
상처는 아물었지만
움직임은 아직 조심스러웠다.
어느 날, 숲에 갑작스러운 바람이 몰아쳤다.
방향을 알 수 없는 돌풍이었다.
나뭇잎은 위로 날렸고, 냄새는 흩어졌으며,
동물들은 각자 다른 쪽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바람과 함께 소문이 돌았다.
“저 너머에 새로운 들판이 열렸대.”
동물들은 움찔했다.
또 다른 산일까 봐, 또 다른 전설일까 봐.
누군가는 오른쪽으로 달리려 했고,
누군가는 왔던 길로 돌아가자고 했으며,
누군가는 아예 움직이지 않으려 했다.
그때 말이 가만히 발굽을 울렸다.
한 번, 또 한 번.
크지 않은 소리였지만, 일정했다.
말은 천천히 몸의 방향을 바꾸었다.
바람이 불어오는 쪽이 아니라,
바람이 흘러가야 할 쪽으로.
“저쪽이야. 바람도 결국 저기로 간다.”
말이 먼저 달리기 시작했을 때,
처음엔 아무도 따라오지 않았다.
각자의 계산이 있었고, 각자의 두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말의 달리기는 이상했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았다.
숨이 끊기지 않는 속도,
뒤를 돌아볼 수 있는 속도였다.
곰이 첫 번째로 몸을 움직였다.
사슴이 그 뒤를 따랐고,
작은 동물들은 말의 그림자 안으로 들어왔다.
그 순간 숲은 하나의 방향을 갖게 되었다.
바람은 더 이상 흩트리지 않았고
길은 발굽 아래에서 자연스럽게 열렸다.
누가 명령한 것도 아니고,
누가 끌어당긴 것도 아니었다.
같은 방향으로 달리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동물들을 안심시켰다.
그리고 동물들은 알고 있었다.
말이 달리는 이유는 앞서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모두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그렇게 숲은 이동했다.
도망이 아니었고, 탈출도 아니었다.
이행(移行)이었다.
말은 선두자가 아니라
방향을 공유하게 만드는 존재였다.
말은 힘이 셌지만 함부로 달리지 않았다.
속도가 있었지만 혼자 튀어나가지 않았다.
말은 길을 먼저 보았다. 산과 들이 이어지는 곳,
물이 끊기지 않는 길, 다시 막히지 않을 길.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 함께 갈 수 있는 길.
말이 달리기 시작하자 바람이 길을 열었고,
뒤따르는 동물들은 각자의 속도로
그 리듬에 몸을 실었다.
빠른 자는 앞서 갔고, 느린 자는 말의
그림자 안에서 숨을 골랐다.
말은 누구도 끌어당기지 않았고,
누구도 버리지 않았다.
넘어지는 자가 있으면 속도를 늦췄고,
길이 열리면 다시 달렸다.
하늘은 그 모습을 보고 말했다.
“너는 보폭을 맞추어 빠르지도 늦지도 않게 달림으로
함께 갈 수 있는 길을 만든 존재다.”
그래서 말은 ‘여정의 별’이 되었다.
이 별은 사람들이 이렇게 느낄 때 빛난다.
“이제 다시 가야 할 것 같아.
아직 준비가 덜 된 것 같지만…”
그때 말은 이렇게 말한다.
“완벽해지면 출발하는 게 아니라,
출발하면서 완성되는 거야.”
말은 선두자가 아니라 속도의 조율자
고양이가 곁을 지켰다면
말은 다시 길 위에 올려놓는다
다음 "사슴 鹿(록)" 이야기
To be continued